다이이찌산쿄, 항암제 ADC 전략 조정에 1조원대 손실
파이프라인 지연에 공급 전략 수정
CMO 보상금·설비 손상 반영

일본 제약기업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가 2025 회계연도 실적과 관련해 약 1494억엔(약 1조3970억원) 규모의 특별손실(extraordinary loss)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 가운데 950억엔(약 8880억원)은 ADC 공급 전략 조정과 관련된 비용이다.
이 회사는 블록버스터 ADC 항암제 ‘엔허투(Enhertu)’ 상업화 성공 이후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일부 파이프라인 개발 지연과 수요 전망 변화로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회사는 공급 전략 변화에 따른 영향을 반영하기 위해 연간 실적 발표를 연기했다. 이에 투자자 우려가 커지며 지난달 24일 다이이찌산쿄 주가는 하루 만에 1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손실에는 위탁생산업체(CMO)에 지급하는 757억엔(약 7080억원) 규모의 보상금과 일본 오다와라 공장의 ADC 설비 관련 손상차손 ·보상 비용 193억엔(약 1800억원)이 포함됐다. CMO 업체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이이찌산쿄는 아스트라제네카(AZ)와 공동 개발한 ADC 치료제 엔허투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이후 ADC 시장 성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회사는 당시 ADC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생산라인을 선점하고 최소 구매 물량까지 약정했다. ADC 생산 역량을 갖춘 CMO가 제한적이었던 데다 자체 생산능력도 충분하지 않았던 만큼 공급 부족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후 일부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와 출시 일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Z와 공동 개발 중인 TROP2 표적 ADC 다트로웨이(Datroway)는 비소세포폐암(NSCLC) 2차 치료 임상에서 제한적인 효능을 보여 FDA 신청 전략이 수정됐다. 이후 EGFR 변이 환자 중심의 제한적 적응증으로 지난해 승인됐다.
다이이찌산쿄와 미국 머크(MSD)가 공동 개발 중인 HER3 표적 ADC ‘파트리투맙 데룩스테칸(patritumab deruxtecan)’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임상에서 전체생존기간(OS)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허가 신청이 철회됐다.
MSD와의 공동 개발 후보물질인 B7-H3 표적 ADC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I-DXd)’은 광범위 소세포폐암 치료제로 FDA 심사를 받고 있다. 심사 종료 시한은 오는 10월 10일이다.
업계에서는 ADC 항암제 시장이 성장 중인 가운데 수요 예측 실패가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ADC는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설비 구축 비용이 큰 데다 임상시험 변수도 커 공급 전략 변화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다.
CMO 업체로선 다이이찌산쿄 같은 고객사로부터 보상금을 받기 때문에 금전 손실은 제한적이지만, 생산시설 가동률 저하와 기회비용 측면에서는 영향받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위스 론자,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XDC 등이 주요 ADC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꼽힌다.
다이이찌산쿄는 현재 위험 조정을 반영한 새로운 ADC 공급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다만 중장기 생산능력 조정 여부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DC(Antibody-Drug Conjugate)
암세포를 인식하는 항체에 강한 항암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결합한 구조의 치료제. 항체가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 단백질에 결합해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링커가 분해되면서 약물이 방출돼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원리.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 로슈의 ‘캐싸일라’, 화이자·아스텔라스제약의 ‘파드셉’,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트로델비’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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