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예금 다 뺏길라"…스테이블코인 공습에 韓 은행권 수익모델 ‘비상’

주형연 2026. 5. 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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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은행권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확산될 경우 시중의 막대한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와 코인 발행사의 준비금으로 이동하게 된다.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은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한 '저원가성 예금'인데 송금과 결제의 편의성을 무기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이 자금을 빠르게 흡수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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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은행권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글로벌 평균을 크게 웃도는 높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을 가진 시중은행과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자산의 확산이 촉발할 '예금 머니무브(자금 이동)'의 파장을 지적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확산될 경우 시중의 막대한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와 코인 발행사의 준비금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곧 은행의 유동성 및 대출 재원의 직접적인 축소를 의미한다. 송금 및 결제 기능의 상당 부분을 스테이블코인이 대체하면서 은행들의 핵심 비이자이익인 수수료 수익 역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은행업 특유의 수익 구조가 이러한 변화의 충격에 더욱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의 원화 예대율은 100~110%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인 약 80%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미 예금만으로는 대출 수요를 온전히 감당하기 어려워 은행채 등 도매 자금 조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인한 예금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은행들은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다.

혁신 금융을 표방하며 성장해 온 인터넷전문은행들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은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한 '저원가성 예금'인데 송금과 결제의 편의성을 무기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이 자금을 빠르게 흡수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을 단순한 위협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은행들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강력한 △고객 신뢰 △관계 금융 역량 △철저한 보안 시스템은 신흥 코인 발행사들이 단기간에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은행만의 강력한 무기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선임연구위원은 대형 시중은행들이 독자적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거나, 코인 생태계 내에서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터넷은행 역시 선제적인 스테이블코인 연계 서비스 도입과 함께, 특정 예금에 편중된 자금 조달 구조를 다각화하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당국과 업계의 기민한 대응도 주문했다. 보고서는 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시중은행에 예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국내 은행의 높은 예대율 구조를 감안해 시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경쟁자가 아닌 보완 수단으로 활용해 전체 디지털 화폐 생태계의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은행업계 역시 다가올 변화를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규제 및 표준 논의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중장기적인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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