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포커스] AI가 전기까지 삼켰다…美·中 '1000조 전력전쟁' 시작

신진주 기자 2026. 5. 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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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데이터센터·반도체로 초격차 구축
中, 특허·오픈소스 앞세워 맹추격
한국은 'AI 소비국' 전락 위기 직면
 미국과 중국이 AI를 둘러싸고 전면적인 패권 경쟁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산업 질서 역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출처=구글]

코스피 7000 시대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면에서 세계 경제의 진짜 전쟁은 이미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었다면, 이제 AI는 국가의 군사·경제·노동 체계를 통째로 재편하는 '국가 생존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AI를 둘러싸고 전면적인 패권 경쟁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산업 질서 역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해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망 등 AI 인프라를 장악하려 하고 있고, 중국은 특허·오픈소스·저비용 혁신을 무기로 미국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위상과 달리 AI 플랫폼·모델·데이터 생태계에서는 존재감이 제한적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 흐름에서 뒤처질 경우 한국이 AI 시대의 제조 하청국 또는 'AI 식민지'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 미국, '돈의 전쟁'으로 AI 초격차 만든다

현재 글로벌 AI 최강국은 여전히 미국이다. 미국은 AI 모델 경쟁력뿐 아니라 이를 떠받치는 인프라까지 사실상 독점 수준으로 장악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2014~2025년 세계 주요 AI 모델 가운데 미국이 배출한 '주목할 만한 AI 모델(notable AI models)'은 560개에 달했다. 중국은 74개 수준이다.

구글, 메타, 오픈AI, 앤스로픽, xAI 등 미국 빅테크들은 생성형 AI를 넘어 국방·의료·금융·로봇 영역으로 AI를 빠르게 확장 중이다. 최근에는 단순 챗봇 경쟁을 넘어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 경쟁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특히 미국은 AI 경쟁의 핵심을 더 이상 소프트웨어만으로 보지 않는다. 데이터센터·GPU·전력망·원전·광통신까지 포함한 '물리적 해자(Physical Moat)' 구축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실제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미국 4대 빅테크는 올해 AI 인프라에만 약 7000억달러(약 10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I 산업 관계자는 "초거대 AI 경쟁은 결국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의 싸움이 되고 있다"며 "미국은 AI를 인터넷 산업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최근 "중국에 첨단 AI 칩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미국의 엄청난 실수"라고 공개 경고했다. AI 기술 격차가 단순 산업 경쟁이 아니라 군사·안보 패권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출처=구글]

◆ 중국의 추격,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하지만 미국의 독주가 영원할 것이란 전망은 줄어들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AI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기 때문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미국 AI와 중국 AI의 격차는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스탠퍼드대 기준 지난해 중국의 주요 AI 모델은 30개까지 늘어나며 미국(50개)을 빠르게 추격했다. 딥시크(DeepSeek), 알리바바, 문샷AI, 지푸AI, 미니맥스 등 중국 AI 기업들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효율 혁신'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이 막대한 자본으로 초거대 모델을 구축하는 동안 중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AI 업계에서 화제가 된 딥시크 사례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오픈소스 기반 최적화와 저비용 학습 기술을 통해 미국 빅테크를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고 보고 있다.

AI 특허에서도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다. 글로벌 AI 특허의 약 74%를 중국이 보유한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 비중은 약 12% 수준이다.

중국 정부 역시 AI를 단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국방 AI, 감시 시스템, 스마트 제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AI 활용 범위를 급속도로 넓히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강점은 '피지컬 AI' 분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조업과 로봇 산업 기반이 강한 만큼 AI가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단계에서 폭발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한국, 반도체 강국인데 AI는 주변국?

정작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AI 모델·플랫폼·데이터센터 경쟁에서는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글로벌 데이터센터 숫자 상위권에도 한국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은 5400개 이상 데이터센터를 보유 중이고, 유럽 역시 독일·영국·프랑스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력 규제, 수도권 입지 제한, GPU 확보 문제 등이 겹치며 AI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반도체 수출국에 머물 것이냐, AI 플랫폼 국가로 도약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향후 AI 경쟁은 단순 검색·챗봇 수준이 아니라 로봇·자율주행·국방·산업 자동화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제조업과 연결된 AI 생태계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패권 경쟁은 결국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로봇·방산까지 모두 연결되는 거대한 산업 전쟁"이라며 "한국도 단순 AI 소비국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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