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수원화성에 홀(笏)형 성이 없을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화성 기본계획인 ‘어제성화주략’ 중 ‘성 쌓는 제도(성제)’는 아주 좋은 제안으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실제는 계획과 다르게 성을 쌓았다” 또는 “화성에서 홀(笏)형 쌓기는 보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화성에 홀형 쌓기가 없다는 말이다. 그 여부를 확인해 보자.
‘홀형 쌓기’란 무엇을 말할까. 성화주략에 성 쌓는 방법으로 “성의 높이를 3등분해 아래의 3분의 2까지는 매층마다 1치씩 점점 안으로 좁힌다. 그리고 위의 3분의 1부터는 매층마다 3푼씩 점점 밖으로 넓힌다”라고 기록했다. 이것이 홀형 쌓기 방식이다. 단위 1치(寸)는 10푼(分)을 말한다.
이렇게 쌓으면 3분의 2까지는 안으로 축소돼 들어간 듯하고 그 위는 밖으로 약간 벋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 모양이 홀과 같아 ‘홀형’이라 부른다. 홀(笏)이란 벼슬아치가 임금을 만날 때 두 손 모아 들고 있던 휜 모습의 물건을 말한다. 그리고 “아랫부분은 안으로 좁아 들어 무너질 리가 없고 윗부분은 처마 같아 뛰어넘을 수 없게 된다”고 계획 의도를 덧붙였다.
현재 화성에 홀형 쌓기는 없다는 주장이 정설로 돼 있다. 이유는 ‘화성성역의궤 건축용어집’에 “실제 축성 과정에서 성을 과연 홀형으로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화성에서 홀형으로 쌓은 곳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실제 축성과정에서 매우 소극적으로 수용됐거나 거의 실현되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는 기술 때문이다.
또 “현재 화성의 성벽에서 홀형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돌로 구축한 성벽에서 홀형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토압에 의해 사라진 것인지, 당초부터 적용하지 않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이유까지 설명한다.
건축용어집은 화성 연구의 기초자료다. 이런 이유로 이 책에 어떤 사실이 실리면 그것이 일반화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확인을 위해 필자가 홀형 성을 원형에 맞게 만들었다. 일정 축척으로 그렸다. 이것을 현재의 화성과 비교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은 평지성에 대한 홀형 단면도다. 높이가 20척인 평지성의 경우다. 산상성도 조금 낮을 뿐 같은 모습이다. 성 돌도 아래로부터 대성석, 중성석, 소성석으로 구분했고 평지성은 대성석 3층, 중성석 3층, 소성석 5층으로 모두 11개 층을 기준으로 했다.
쌓는 방법도 의궤 성제와 똑같이 했다. 아래로부터 3분의 2까지는 매층마다 1치씩 안쪽으로 들어갔고 3분의 2 지점부터는 반대로 매층마다 3푼씩 바깥쪽으로 뺐다. 기준에 맞춰 단면도를 만들었다.
이제 홀형 쌓기 단면도를 살펴보자. 눈여겨볼 곳은 두 군데다. 하나는 아래에서 3분의 2 지점이고 다른 한 곳은 성이 끝나는 지점이다. 평지성의 경우 아래에서 3분의 2 지점은 성안 쪽으로 22㎝ 들어갔다. 그리고 맨 위 지점은 성안 쪽으로 2㎝ 들어갔다.
3분의 2 지점이나 성이 끝나는 지점 모두 수직면에서 안으로 들어간 점이 특이하다. 성화주략의 설명대로라면 성의 맨 윗부분은 수직선보다 밖으로 튀어나와야 한다. 그런데 실제는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들이밀고 빼내는 치수가 다르고 들이밀고 빼내는 변곡점이 높이의 중간이 아니고 3분의 2 지점이기 때문이다.
1개 층에 들이미는 길이는 1치(3㎝)씩이고 빼내는 길이는 3푼(0.9㎝)씩이기 때문이다. 즉, 빼내는 길이가 들이미는 길이의 3분의 1인 점이다. 더구나 들이미는 부분이 7개 층이고 빼내는 지점이 4개 층이므로 들이미는 총 길이가 빼내는 총 길이보다 클 수밖에 없다.

수직형과 화성 홀형을 비교해 보자. 수직형 성은 누구나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사진은 전라병영성의 수직형 성 모습이다. 성이 일직선으로 곧게 수직으로 올라간 모습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고창읍성, 낙안읍성도 수직형이다. 그러나 수원화성은 이런 모양과 분명 다르다. 대부분 성안 쪽으로 조금씩 들어가며 오르다 윗부분에서 경사도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홀형 쌓기가 분명하다. 누구나 육안으로 구분하기 쉬운 부위를 소개한다. 원성과 곡성이 만나는 경계선, 돌출된 곡성의 코너, 원성이 구불구불한 곳, 원성이 긴 구간에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 부위에서는 홀형 모습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런데도 왜 홀형이 없다고 했을까. 범인을 찾아보자.
범인은 성화주략의 표현이다. 의궤에 홀형에 대해 “아래의 차이는 돌층계처럼(下所差若磴·하소차약등)”, “위의 차이는 처마 같아(上所差若檐·상소차약첨)”라고 기록했다. 3㎝를 들이밀며 ‘돌계단(磴)’에 비유하고 9㎜를 내밀며 ‘지붕 처마(檐)’에 비유해 표현했다. 이 과장된 표현이 우리를 인식의 오류에 빠뜨린 것이다. 특히 ‘지붕 처마’란 표현이 큰 영향을 줬다.
기둥 수직선에서 돌출된 지붕 처마를 생각하면 홀형 성도 수직선 밖으로 상당히 돌출됐다고 인식하게 한다. 그러나 홀형 제도는 단면도에서 봤듯이 밖으로 돌출되지 않는 구조다. 성화주략의 과장된 표현이 우리에게 홀형을 안 보이게 만든 꼴이다. 5분의 1 축척으로 홀형 모형을 만들어 성 밖 몇 군데에 세웠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왜 홀형으로 계획했을까. 이유에 대해 성화주략은 “아랫부분은 무너질 리 없고(無以潰圮·무이궤비), 윗부분은 뛰어넘을 수 없다(無以踰越·무이유월)”고 설명한다. 필자는 이런 설명을 인정하지 않는다.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는 돌의 크기, 성 돌의 속 길이, 내탁의 크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홀형은 전적으로 디자인 때문에 탄생했다. 3분의 2 지점까지는 민흘림 형상으로, 위 3분의 1과 미석은 기둥머리 형상으로 봐야 한다. 이유는 넓고 긴 성 표면에 대한 시각적, 심리적 단조로움을 탈피하기 위한 교정과 변화로 봐야 한다.
화성은 성 돌의 자연스러운 입면, 녹슨 색상, 그리고 홀형 쌓기 단면의 조화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성이다. 어느 성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획일적 입면, 단순한 단면, 수직선, 일정한 색상과 텍스처가 아닌 자연스러움이 생명이다.
화성에 홀형이 없다고 잘못 알려져 왔고 밝히려는 노력도 없었다. 오늘 ’잃어버린 홀형 성‘을 다시 찾은 날이다. 자기를 디딤돌로 내어준 10만6천개 수원화성 성 돌에 존경을 보낸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성화주략에 성 쌓는 방법으로 “성의 높이를 3등분해 아래의 3분의 2까지는 매층마다 1치씩 점점 안으로 좁힌다. 그리고 위의 3분의 1부터는 매층마다 3푼씩 점점 밖으로 넓힌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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