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사망했다…"내 보증금, 누구에게 받아야 할까요"

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던 집의 임대인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세입자들의 입장이 난감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계약 만기가 다가오는데도 임대인의 상속인들이 "아직 상속 절차를 정리 중이다", "우리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답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임대인이 사망했다고 해서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청구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단지 ‘청구 대상’이 상속인으로 바뀔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증금 반환 의무도 상속 대상… "상속인 전원이 피고"
실제 현장에서는 이와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증금 2억 원에 단독주택 전세를 살던 직장인 A씨는 만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임대인의 사망 통보를 받았다. 자녀들로 추정되는 상속인 측은 초기엔 "상속 협의가 끝나면 처리하겠다"고 안심시켰으나, 정작 만기일이 지나도록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또 다른 세입자의 경우, 임대인 사망 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소유자 명의로 등기가 이전된 사실을 뒤늦게 등기부등본을 떼어보고서야 알게 되기도 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대인이 임대차 기간 중 사망하더라도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은 소멸하지 않는다"며 "민법 제1005조에 따라 임대인의 상속인이 임대차계약상 임대인 지위와 보증금 반환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임대인의 사망은 보증금 분쟁이 끝나는 미궁이 아니라, 청구 상대방이 상속인으로 바뀌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진단이다.
엄 변호사는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공동상속인 전부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해야 분쟁이 깔끔하게 정리된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상속의 변수…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주의해야
법리적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상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므로, 보증금 반환 채무 역시 상속재산의 일부로 그대로 넘어간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역시 새로운 소유자가 결정되면 그 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끝나기 전 단계라면, 공동상속인이 보증금 반환 의무를 함께 부담하므로 임차인은 안전을 위해 '공동상속인 전원'을 피고로 삼아야 한다.
변수도 존재한다. 만약 일부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했다면, 그 상속인은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 아예 '상속포기'를 한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간주되어 청구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약 빚이 더 많아 모든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극단적인 경우라면, 세입자는 가정법원에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해 그 관리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핵심은 '상속인 찾기'… 이해관계인 자격 적극 활용해야
실무적으로 세입자가 겪는 가장 큰 난관은 '상속인 범위의 확정'이다. 대응의 첫 단추는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이다. 상속등기가 완료됐다면 새 소유자가 등기부에 표시돼 새 소유자를 상대로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문제는 상속등기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일 때다. 원칙적으로 타인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함부로 열람할 수 없지만 세입자는 다르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세입자는 '채권자(이해관계인)' 자격으로 임대차계약서 등 입증 자료를 첨부해 임대인의 가족관계등록부 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우선 확인되는 일부 상속인을 피고로 삼아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한 뒤, 재판 과정에서 민사소송법 제294조에 따른 '사실조회신청'을 통해 누락된 공동상속인을 찾아내 추가하는 방식이 실무에서 널리 활용된다.
엄 변호사는 "이런 사안에서 임차인들이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는 일부 상속인하고만 연락을 주고받으며 무작정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 사실을 인지한 즉시 등기부등본 확인부터 시작해, 공동상속인을 신속히 확정해 두는 것이 필수"라며 "이후 만기 도래 시점에 맞춰 내용증명으로 해지 및 반환 의사를 통보하고, 이사를 가야 한다면 대항력 유지를 위해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등 전세금반환소송까지 단계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소중한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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