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리의 법률살롱] 놀이공원 갔다가 법정까지 간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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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가정의 달 5월. 날씨 좋은 주말, 온가족이 오랜만에 놀이공원 입장권을 끊는 입장하는 순간, 돈과 즐거운 시간의 맞교환이라는 암묵적인 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그 계약서 어디에도 "사고가 났을 때 이렇게 하라"는 항목은 없다.

실제로 사고가 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인다. 막연히 "놀이공원 측이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기대하거나, 반대로 "내가 부주의했으니 어쩔 수 없지"라며 혼자 치료비를 감당하거나. 하지만 법은 그 어느 쪽 편도 아니다. 법원은 영수증 한 장, 직원의 발언 한 마디를 근거로 승소와 패소를 가른다.
사례 ① 운영자가 다르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만 5세의 장미는 어린이용 놀이기구를 타다 발판 틈에 발이 끼여 크게 다쳤다. 부모는 당연히 그 테마파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런데 재판이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기구는 테마파크가 공간만 빌려줬을 뿐, 실제 설치·운영은 별개의 사업자가 맡고 있었다는 것. 법원은 실제 운영 사업자에게만 책임을 물었지만, 테마파크 측은 "우리 시설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빠져나갔다.
변호사의 의견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입장권을 끊은 곳과 기구를 운영하는 곳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사고가 났다면 결제 영수증의 상호명과 사업자등록번호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운영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면 두 곳 모두를 피고로 세우고 재판 과정에서 가려내는 전략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 사진은 사건이 일어난 날 바로 찍어야 하는데, 시설 구조와 안전 표지는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례 ② 놀이기구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직장인 센스씨는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타고 내린 직후 쓰러졌다. 뇌혈관 경련, 뇌경색, 그리고 좌측 반신마비까지 진단받은 센스씨는 "과도하게 운행했고 응급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놀이공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놀이기구 운행과 뇌경색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통상적인 운행 조건에서 의학적으로 뇌경색을 예견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전혀 다른 지점에서 운영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직원들이 센스씨가 쓰러진 이후에도 제대로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고, 119 신고조차 지체했다는 것. 결국 센스씨는 반신마비에 대한 배상은 받지 못했지만, 응급조치 미흡에 따른 위자료는 받아냈다.
변호사의 의견 "법정에서 인과관계는 하나가 아닙니다. 따라서 기구가 원인이 아니라도, 사고 이후 대응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119 신고 시각, 직원의 초기 대응, 응급실 도착까지의 경위를 꼼꼼히 기록해야 함을 꼭 기억하세요."
사례 ③ '안전을 위해서'라는 말이 방패가 될 수는 없습니다
시각장애인 우센씨는 롤러코스터 탑승 줄에 섰다가 "안전상 이유로 탑승이 제한된다"라는 말을 들었다. 단순한 안내가 아니었다. 내부 가이드북에 장애인의 탑승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법원은 이를 차별로 판단했다. 구체적인 위험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의 제공 시도조차 없이 장애를 이유로 일괄 배제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위자료 지급과 더불어 가이드북 문구 수정 명령까지 내려졌다.
변호사의 의견 ""안전상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은 주장일 뿐, 증거가 아닙니다. 법원은 구체적 통계와 위험 평가, 대안 마련 시도가 없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직원의 발언을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녹음하거나 문자로 기록해두는 것이 이후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사례 ④ 시설이 멀쩡해도 '하자'는 인정됩니다

유모차를 끌고 경사 무빙워크에 올라탄 목련씨. 출구에서 유모차를 제때 내리지 못해 뒤에 있던 이용자 여러 명이 연달아 넘어졌다. 골절과 타박상이 이어졌고, 피해자들은 놀이공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놀이공원과 목련씨를 포함한 모두에게 책임을 물었다. 경사 무빙워크에 유모차가 들어올 경우 사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은 것은 시설 관리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유모차를 끌고 탑승한 C씨의 과실도 인정돼 최종 배상액은 줄었다.
변호사의 의견 "민법상 시설의 '하자'는 물리적 파손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또한 표지가 부족하거나 동선 통제가 미흡해도 하자로 인정될 수 있죠. 다만 피해자 역시 어느 정도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과실상계는 거의 자동으로 따라온다는 점을 소송 전에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이루리 변호사의 한마디
놀이공원은 즐거움을 파는 공간이지만, 사고가 났을 때만큼은
냉정한 계약 관계의 현장이 됩니다. 감정이 앞서는 순간 증거는 사라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언제나 피해자죠.
사고 직후 사진 한 장, 영수증 한 장, 신고 시각 하나가
수년간의 법정 다툼을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즐거운 나들이를 준비하는 것만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 돼야 함을 반드시 기억해 주세요!

글쓴이이루리 이루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대형 로펌과 사업 경험을 바탕 삼아 민사·상속·이혼법률문제를 주력으로 다루고 있다. 다수 기업의 자문 및 형사, 노동 이슈까지 섭렵한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변호사다.
이설희 기자 seherh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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