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살해하고 병원서 소리 내 웃었다"… 명재완의 '우울증'은 진짜였을까[사건 플러스]

이서현 2026. 5.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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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있던 아이 보내고 하늘이 범행 대상으로
우울증 및 양극성 정동장애 등 심신미약 주장
법원 "분별력, 합리적 판단 능력 있었다" 배척
다만 정신병력 배제 못해 사형 대신 무기징역
'하늘이법' 발의 2월 본회의 통과… 매듭 아직
지난해 2월 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서 경찰이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명만 더." "나만 불행할 수 없어."

그때는 몰랐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온 섬뜩한 음성이 참변의 예고였던 것을.

지난해 2월 10일 오후 3시 14분이었다. 명재완은 남편과 전화를 하다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세 번 기회가 있었는데, 마지막 기회가 오면 성공할 거야. 감옥 가면 어떻게 돼? 내 돈으로 피해자한테 보상해야 하나?"

그 시간 명재완은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시청각실 창고에 있었다. 전화를 하면서 그는 맞은편 돌봄교실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창고는 외진 곳에 있어 외부인이 거의 없고 방음이 유난히 잘 됐다. 그곳 학교가 직장이었던 명재완은 인적이 뜸해질 때까지 창고를 떠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명재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학생들이 집에 갔을 시간이었다. 돌봄교실 근처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일전에 그가 담임을 맡았던 반 학생이었다.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 앞에서 명재완은 잠시 멈칫했다. 잠깐 대화를 마치고 '그 아이'와 작별했다.

곧 또 다른 아이가 교실 밖으로 나왔다. 이름 김하늘. 아이는 미술학원 가는 시간에 맞춰 마지막까지 교실에 남아 있었다. 오후 4시 40분쯤. 명재완은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 창고로 아이를 데려갔다. "선생님과 함께 있어줘." 아이 가방에 바둑책을 넣으며 짧게 말했다. 그리고 "아빠한테 가야 한다"는 아이에게 엄하게 경고했다. "아빠한테는 못 갈 거다."

지난해 2월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1학년 학생이 사망해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10개월이 지났다.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창고에서의 그날을 전하면서 자주 말을 끊었다. 간간이 한숨이 뒤섞였다. "피고인은 피해 아동을 너무나도... 잔혹하게 살해했습니다." 검사는 기어이 눈물을 흘렸다.

"저는 이 사건 피해 아동의 사체를 직접 검시했던 수사 검사로서 너무나 작고, 어리고, 하얗고, 말랐던 피해 아동의 마지막 모습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동의 모습은 너무나 참혹했으며 고통 속에서 죽어가며 맨손으로 칼을 막으려 반항했던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검사는 명재완의 사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명재완이 최후 진술을 했다. "찌르던 장면은 기억나지 않고,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자체가 이해 안 돼 매일 밤 되묻지만 장면이 기억 나지 않습니다." 유족들은 오열했다.


사이코패스는 아니었다

지난해 2월 10일 자신이 근무하던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 김하늘(당시 7세)양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명재완. 대전경찰청 제공

사건이 알려지고, 명재완을 향해 "사이코패스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아이를 살해한 직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명재완이 의료진 앞에서 갑자기 '꺽꺽' 소리 내며 웃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담당 검사에게 "제 집 압수되나요?"라고 묻는 등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사이코패스 진단 결과는 모두 "아니오"였다.

수사 과정에서는 명재완의 정신병력이 도리어 눈에 띄었다. 명재완은 2017년 부부 관계가 악화되면서 우울증을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에는 남편으로부터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이혼하자"는 통보를 받았고, 이후 '가족에게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었다고 한다. 조기 복직한 학교에서도 담임 교사를 맡지 못하게 되자 "업무에서 배제됐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면서 우울증과 양극성 정동장애가 심해졌고 실제로 명재완은 다수의 진료와 입원 치료를 받았다.

모든 범행이 그렇듯, 명재완의 범죄에도 전조는 있었다. 사건 5일 전 명재완은 업무용 컴퓨터 전면부 케이스를 발로 걷어차 깨트리기도 했고, 4일 전에는 "같이 퇴근하자"는 동료 교사의 목을 팔로 걸고 숨을 못 쉬게 했다. 명재완은 이 과정에서 "왜 나만 불행해야 하냐"고 소리쳤다. 남편과 친구들에게 전화와 메신저로 "오늘 그 폭행한 선생님 진짜 못 쳐다보겠더라. 내가 심했어" "나 다시 교사할 수 있을까? 나 이상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명재완의 우울증 호소

지난해 2월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양의 아버지가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중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당연히 명재완 측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단호했다.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 이유는 분명했다. ①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변별 능력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친분이 있던 아이(담임을 맡았던 아이)를 범행 대상에서 배제했던 게 결정적 근거가 됐다. 1심은 "피고인을 잘 따르는 아이여서 유인하기 쉬운 상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범행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며 "당시 선악,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②범행 도구를 미리 구입하고, 적절한 장소를 고르고, 안면이 없는 여아를 범행 대상으로 삼는 등 명재완의 계획성도 통제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③피해 아이의 휴대폰을 파손하려 했고 ④범행 후 경찰이 던진 개방형 질문에 큰 어려움 없이 답변했다는 것도 심신미약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였다.

무엇보다 1심 재판부는 "심신미약을 인정한다 해도, 감형 요인으로 고려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명재완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6개월간 휴직했다 의사에게 적극 요청해 '근무가 가능하다'는 진단서를 받아 복직한 상태였다. 스스로 온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진행한 복직이었다. "변별능력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방치하고 악화시킨 결과"였기 때문에,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1심 선고는 무기징역이었다. 심신미약을 인정할 수 없어도 정신질환 이력을 아예 배제할 수도 없었다. 재판부는 "정신질환으로 범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상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사람과 책임을 같게 평가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명재완은 재판 과정에서 90차례 가깝게 반성문을 제출했다. 1심은 "반성하고 가책을 느끼는 것인지 의심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전문가의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경우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가족은 중요하지만 피해자 가족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의견 등을 고려하면 명재완에게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2심의 결과도 1심과 다르지 않았다.


하늘이 법은?

지난해 2월 13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뉴스1

명재완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사건 약 1년 2개월 만이다. 하지만 관련 법정 다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족 측은 명재완뿐 아니라 교장과 대전시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4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달 30일 변론이 종결됐고 선고는 6월 11일이다.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되고 있다. 아이의 이름을 딴 '하늘이법'이 지난 2월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안은 △학교 건물 안팎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학교장이 시행하는 안전대책에 '방과 후 학교에 남아 교육·돌봄에 참여하는 학생에 대한 안전확보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건 당시 건물 복도와 시청각실에 CCTV가 없어 아이의 동선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다만 마련된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이미 CCTV가 설치된 학교는 적지 않았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에 대해 과도하게 서류를 요구하는 등 제때 휴직을 못 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CCTV법 만들었으니 끝이라는 식의 접근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피해 아이의 아버지가 기자들에게 부탁을 한 적 있었다. "문구 하나만 꼭 넣어주세요. '하늘아, 어른들이 미안해'라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사이, 무엇이 바뀌었을까. 학교는 그때보다 조금이라도 안전해졌을까.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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