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냉동생지 역량 키우는 삼양사…1.3조 시장 정조준

신현숙 기자 2026. 5.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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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억 투자 인천2공장 생산시설 본격 가동, 年 5000t 생산능력
인력난·조리공간 부족에 수요↑…자동화 설비로 높은 생산성 강점
2030년 점유율 15% 목표…"100년 노하우 살려 新성장동력 육성"
양철호 삼양사 식자재유통 BU장이 인천2공장에서 냉동생지 사업과 관련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신현숙 기자]

인천 중구 축항대로에 위치한 삼양사 인천2공장 4층. 위생복과 헤어캡, 덧신을 착용하고 에어샤워를 거쳐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은은한 버터 향이 먼저 코끝을 스쳤다. 공장 안 공기는 서늘했지만 고소한 버터 내음이 공간을 채우며 갓 구운 빵집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줬다.

삼양사는 지난 2월 인천2공장에 냉동생지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공장 면적은 5280㎡(1600평) 규모, 투자비는 308억원으로 연간 생산능력은 5000톤(t)이다. 이번 증설로 연간 생산능력이 기존 대비 약 4배 이상 확대됐다. 현재 생산량은 연간 환산 기준 1500~2000t 수준이다. 삼양사는 향후 수요 및 시장 반응을 살피며 가동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냉동생지는 반죽, 라미네이션, 성형 등 핵심 공정을 마친 뒤 냉동한 빵 반죽이다. 매장에서는 이를 해동해 발효하거나 바로 구우면 된다. 제빵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매장 내 조리공간 부족이 이어지면서 카페 및 베이커리 업계에서는 냉동생지를 활용한 생산 효율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삼양사는 2017년 글로벌 냉동 베이커리 기업 아리스타와 협업을 통해 B2B(기업 간 거래) 냉동 베이커리 시장에 진출했다. 이듬해에는 인천2공장에 냉동생지 파일럿 생산시설을 구축했고 이후 수요 확대에 따라 기존 라인이 풀가동 수준에 도달했다. 이번 신공장은 파일럿 공장에서 축적한 8년간의 생산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증설됐다.
인천 중구 축항대로에 위치한 삼양사 인천2공장. [사진=신현숙 기자]
믹싱한 반죽에 버터가 투입되는 모습. [사진=삼양사]

최근 찾아간 공장에서는 밀가루와 버터가 자동화 설비를 따라 하나의 페이스트리 시트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넓게 펼쳐진 반죽 위로 버터가 투입되고 기계가 이를 다시 접고 펴는 작업을 반복했다. 크루아상과 페이스트리 특유의 얇은 결을 만드는 라미네이션 공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반죽과 버터층이 겹겹이 쌓이며 페이스트리 시트는 총 24결 구조로 완성된다. 반죽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일정한 두께로 압연된 뒤 휴지와 성형 과정을 거쳐 제품 규격에 맞게 절단됐다.

권병진 삼양사 매니저는 "페이스트리 시트는 버터와 반죽의 온도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현장 온도는 14~16도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습도가 높아지면 결을 만드는 과정에서 층이 깨질 수 있어 생산 환경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품질 확인을 마치고 냉동실에서 안정화 과정을 거친 뒤 외부로 나간다. 공정 전반은 자동화 설비 중심으로 운영돼 제품 규격과 품질 편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양철호 삼양사 식자재유통 BU장은 "기존 파일럿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500톤 수준이었지만 신공장은 5000t 규모로 확대됐다"며 "파일럿 공장은 수작업이 많았지만 신공장은 자동화 설비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품은 생산 후 샘플 테스트와 안정화 과정을 거친 뒤 문제가 없을 때 출고된다"고 설명했다.
버터가 들어간 반죽을 수차례 접고 펴서 얇은 층을 겹겹이 만드는 공정. [사진=삼양사]
삼양사 냉동생지로 만든 베이커리. [사진=신현숙 기자]

삼양사는 이번 증설을 통해 기존 RTP(Ready To Prove) 생지뿐 아니라 RTB(Ready To Bake) 생지 생산 기반도 마련했다. RTP는 제품 규격에 맞춰 최종 형태로 만든 뒤 냉동한 제품으로 매장에서 해동, 발효, 굽기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 RTB는 발효까지 마친 뒤 냉동한 제품으로 해동 후 바로 굽기만 하면 된다. 현재 인천2공장에서는 RTP 제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RTB 제품도 생산할 계획이다.

자체 브랜드 '프레팡(Pretpain)'도 냉동생지 사업 확장의 또 다른 핵심이다. 프레팡은 삼양사가 직접 생산하는 냉동생지 브랜드로 페이스트리 시트와 크루아상, 파이류 등을 주력으로 한다. 삼양사는 설탕과 밀가루 등 기초소재 사업에서 쌓은 기술력을 냉동생지에 접목했다. 버터를 사용해 풍미를 높이고 냉동·해동 이후에도 균일한 결이 유지되도록 공정을 고도화했다.

삼양사는 프레팡 외에도 프랑스 '쿠프드팟', 덴마크 '메테뭉크', 스위스 '히스탕' 등 글로벌 냉동 베이커리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자체 생산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를 병행해 대형 베이커리와 카페를 비롯한 외식 채널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관련 시장 성장 가능성도 크다. 삼양사는 냉동생지 시장이 2025년 약 99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약 1조3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편의성 추구, 프리미엄 베이커리 소비 확대가 주요 배경이다.

삼양사는 이에 국내 냉동생지 유통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5%에서 올해 7%, 2030년 1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B2B 중심의 카페·베이커리 채널을 강화하는 동시에 향후 소포장 제품 출시를 통해 온라인과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양 BU장은 "삼양사는 100년 넘게 식품사업을 해오며 쌓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냉동생지 사업을 시작했다"며 "냉동생지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빵 기술 인력 구인난과 품질 균일성에 대한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냉동생지"라며 "고객의 운영 효율과 수익성을 높이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신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