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의 역설 ‘북극항로’ 진짜 기회 되려면?

온난화의 최전선 북극은 최근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습니다. '북극항로' 이야기입니다.
기온 상승으로 북극 바다 얼음 '해빙'이 녹자, 북극해를 거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경로 '북극항로'가 열린 겁니다. 기존 항로보다 항행 거리와 시간이 줄어든 탓에 물류비 절감과 조선·해운 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북극항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오는 9월엔 부산에서 유럽 로테르담까지 북극항로에 3천 TEU급 컨테이너선을 시범 운항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온난화의 역설로 불리는 '북극항로', 진짜 기회가 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 '해빙'은 줄었지만…"안전 확보가 관건"
현재 상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가파른 기후변화 속도만큼이나 북극 해빙은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해빙 면적은 9월에 가장 적고 3월쯤 최대치를 기록합니다. 그런데 NASA와 미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최대로 얼어붙어야 할 3월조차 면적이 1,429만㎢에 불과했습니다.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지난해에도 1,431만㎢에 그쳐 역대 최소치였는데 올해 또다시 최저 기록을 경신한 셈입니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2030년대쯤엔 연중 해빙 면적이 가장 적은 9월엔 '무빙해(無氷海)'가 될 거란 예측이 눈에 띕니다. 물론 ‘무빙해’가 이름처럼 북극 해빙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과학계에선 보통 해빙 면적이 100만㎢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를 말하는데, 일부 해역에는 여전히 해빙이 남아있을 수 있지만 또 어느 해역에선 다 녹아내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주로 검토하고 있는 북동항로, 그러니까 러시아 북쪽 연안을 따라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 등을 지나는 경로에선 어떤 구간이 언제, 얼마나 줄어들지는 미지수입니다.

단순히 해빙이 줄어든 것이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북극 항로가 정말 '항로'로서의 의미를 가지려면 선박이 반복적으로, 안전하게, 예측할 수 있는 비용으로 오갈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해 진경 극지연구소 정책협력부 부장은 “북극해의 해빙이 녹으면서 파도가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기온 상승으로 대기 중 수증기가 늘면서 강설과 강수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며 “파도나 물방울이 선체에 얼어붙는 착빙도 북극항로의 안전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해빙 정보와 예측이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정확한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진 부장은 “극지는 일반적으로 관측의 절대량 자체가 다른 지역보다 아주 적어 전 지구 평균적인 예측성에 비해 예측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며 “특히 바다 위에 떠 있는 해빙은 모델들도 잘 맞히지 못할 정도로 예측이 어려운 대상”이라고 전했습니다.
위성 관측을 하긴 하지만 실제 선박 운항에 필요한 건 보다 촘촘한 정보입니다. 해빙의 두께와 농도, 이동 방향, 기상·해양 조건까지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극지연구소는 '한국형 북극항로 운영 시스템' 개발에 나섰습니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와 위성, 드론 등 다중 관측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운항에 쓸 수 있는 고해상도의 자료를 확보하고, 인공지능을 통한 예측 모델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 '북극항로'에 남겨진 흔적…"해빙 녹이는 블랙카본"
문제는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배가 지나간 뒤 북극에 남기는 '흔적'도 따져 보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선박이 지나가면서 배출하는 '블랙카본', 이른바 '검댕'입니다. 블랙카본은 선박 연료나 산불, 화석연료 등의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검은 탄소 입자로 온실가스는 아니지만 대기 중에서 햇빛을 흡수해 공기를 데우는 역할을 합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 블랙카본이 눈과 얼음 위에 내려앉으면 반사율, 즉 알베도(albedo)를 떨어뜨립니다.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해빙이 녹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본 연구진이 기후 모델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블랙카본은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강력한 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네이처 리뷰 지구와 환경' 저널에도 북극의 블랙카본 문제를 언급한 논문이 실렸습니다.
블랙카본은 이산화탄소와 달리 대기 중 머무는 시간은 짧지만, 기후 영향이 큰 단기 기후오염물질로 분류됩니다. 논문 저자로 참여한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상우 교수는 "최근 북극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블랙카본 농도의 장기 감소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며 "다만 향후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 등에서 배출되는 블랙카본의 농도가 증가할 경우 직접적으로 대기 온도를 올릴 뿐만 아니라 눈과 빙하에 침착되는 과정을 거치며 북극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구름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북극 해역에서의 선박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정인 폴라 코드(polar code)를 기반으로, 블랙카본 감축을 위한 친환경 연료 사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한반도 날씨 변수 '북극'…'북극항로' 영향은?
북극항로는 인위적 영향이 북극까지 '직접' 미치게 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북극 해빙은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 날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날씨 예측에 변수가 더해진 셈인데, 여기에 대해 광주과학기술원 윤진호 교수는 최근 수십 년간 북극 등 전반적인 지구 온난화로 북극과 중위도의 관계가 불안정해져 겨울철 기상예보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조선업과 해운 역량을 갖춘 만큼 북극항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극 해빙과 날씨를 예측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친환경적인 운항, 이른바 그린쉬핑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 때문에 기상학계에서도 북극항로와 기상·기후 관련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내일(11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한국기상학회 봄 학술대회'에선 북극항로와 관련해 관측과 예측, 해빙 변화 등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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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기자 (weat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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