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80] 왜 ‘당구대’를 ‘다이’라고 부를까

김학수 2026. 5. 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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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에 가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다이 상태 좋네." "다이 좀 닦아 주세요." "저 다이 휘었다." 여기서 '다이'라는 말은 '당구대'를 뜻한다.

즉 "당구다이"는 사실상 "당구대"를 일본식으로 읽은 말이다.

일본에서는 당구대를 가리켜 'ビリヤード台(비리야도다이)', 즉 당구대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뒤의 다이(台)만 한국 당구장 문화 속에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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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대에서 경기에 집중하는 김영원
당구장에 가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다이 상태 좋네.” “다이 좀 닦아 주세요.” “저 다이 휘었다.” 여기서 ‘다이’라는 말은 ‘당구대’를 뜻한다. 다이는 일본어 ‘台(だい)’에서 온 표현이다. 뜻은 단순하다. ‘받침대’, ‘대(臺)’라는 의미다. 즉 “당구다이”는 사실상 “당구대”를 일본식으로 읽은 말이다.

당구대의 영어 단어는 ‘table’이다. 정식 명칭은 ‘billards table’이다. 일본에서는 당구대를 가리켜 ‘ビリヤード台(비리야도다이)’, 즉 당구대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뒤의 다이(台)만 한국 당구장 문화 속에 남은 것이다. (본 코너 1771회 ‘‘빌리어드(billiards)’를 왜 ‘당구’라고 부를까‘ 참조)

근대 당구 문화는 서양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에는 일본을 통해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를 거치며 당구 기술과 용어도 자연스럽게 일본식 표현을 따라가게 된 것이다. 특히 과거 당구장은 스포츠 시설이라기보다 성인 남성들의 사교 공간에 가까웠고, 그 안에서 사용되던 은어와 일본식 표현이 오랫동안 굳어졌다. (본 코너 1778회 ‘당구에서 왜 영어 ‘object ball’을 ‘적구(的球)’라고 말할까‘, 1779회 '왜 아직도 '당구공'을 ‘다마’라고 부를까‘ 참조)

지금도 당구장에서는 다이, 다마 일본말이 너무 익숙하다. 오히려 당구대, 당구공이라고 하면 약간 교과서 같고 어색하게 들릴 정도다. 프로당구협회(PBA)는 2022년 ‘PBA 당구 용어 2022’를 발표해 일본식 표현 대신 순화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다이를 당구대’로, ‘다마를 당구공”으로 쓰도록 했다. PBA나 일부 방송 자막에서도 공식 표기는 ‘당구대’를 사용한다. 중계진 역시 예전보다 일본식 용어 사용을 줄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실 언어는 규정보다 습관이 더 강하다. 당구를 오래 친 사람들에게 다이는 단순한 일본어가 아니다. 그 안에는 당구장 특유의 공기, 세월, 문화가 함께 들어 있다. 마치 오래된 LP판의 잡음처럼,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생활의 흔적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당구대라고 해야 맞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다이가 더 정겹다”고 말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이라는 한 단어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이 스며 있다. 일본을 통해 들어온 스포츠 문화, 동네 당구장의 추억, 남성 중심 오락 문화, 그리고 세대 간 언어 습관까지. 흔히 말을 단순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언어는 시간을 저장하는 그릇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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