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의 대탈출, 늑구가 땅굴을 판 이유는? [KISTI의 과학향기]

이준기 2026. 5. 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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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한국 늑대 복원을 위해 사육되던 늑대 '늑구'가 동물원에서 탈출해 모습을 감췄다.

10년이 넘는 노력 끝에 오월드는 늑대 번식을 3대째 성공했고 늑구도 그렇게 태어난 늑대 중 하나이다.

늑대는 귀소본능이 매우 강한 동물로, 실제로 늑구는 탈출 후 며칠간 오월드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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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2026년 4월,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한국 늑대 복원을 위해 사육되던 늑대 '늑구'가 동물원에서 탈출해 모습을 감췄다.

대전 시민들은 물론 전국의 많은 사람이 뉴스를 보며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늑구는 사람들의 노력 끝에 9일 만에 무사히 발견됐다. 그렇다면 늑구는 대체 어떻게 탈출한 걸까?

늑구를 이해하려면, 먼저 한국 늑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원래 한반도에 늑대가 살고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사냥당했다. 그리고 전쟁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1960년대 쥐를 잡기 위해 쓰인 쥐약 때문에 한반도 야생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2008년 오월드는 러시아에서 한국 늑대의 유전자와 거의 같은 늑대 7마리를 들여와 한국 늑대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10년이 넘는 노력 끝에 오월드는 늑대 번식을 3대째 성공했고 늑구도 그렇게 태어난 늑대 중 하나이다.

이렇게 태어난 늑대들은 오월드의 늑대 사파리에서 살고 있다. 늑대가 무리를 짓고 살아가는 동물인 만큼, 좁은 케이지 대신 넓은 공간에서 무리 생활을 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그리고 철조망을 꾸준히 점검하며 늑대들이 탈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그렇다면 늑구는 대체 어떻게 탈출한 걸까? 탈출 경로는 놀랍게도 울타리 아래의 땅속이었다.

일러스트 감쵸 작가.


개과 동물인 늑대에게 땅을 파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야생 늑대는 새끼를 낳을 때 굴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들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땅굴을 이용해 이동하다. 늑구 역시 이 본능을 발휘해 탈출 통로를 스스로 만들어 낸 셈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늑대는 귀소본능이 매우 강한 동물로, 실제로 늑구는 탈출 후 며칠간 오월드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귀소본능 덕분에 늑구가 집 근처에 머물렀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구조대원들은 늑구가 머물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늑구와 함께 사는 늑대들의 하울링(울음소리)를 틀었다. 늑대들은 울음소리를 통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고,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기 때문이다.

다만 낯선 풍경과 드론, 사람들의 목소리에 겁먹은 늑구가 멀리 달아났고, 결국 동물원에서 2㎞ 떨어진 곳에서 포획됐다.

사실 동물의 동물원 탈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8년 오월드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밖에도 서울동물원 말레이곰 '꼬마', 서울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세로' 등이 탈출한 사건도 있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것 자체가 동물원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비록 오월드가 국내 최대 규모의 늑대 사파리에서 멸종 위기의 한국 늑대를 보호하고 연구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하루 평균 25㎞를 이동하는 늑대의 본능을 충족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늑대 사파리에 설치된 공중 데크이 최근 연구에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자체가 늑대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야행성 동물인 늑대는 낮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데 영업시간 내내 이어지는 발소리와 소음은 늑대가 편히 쉬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늑구가 무사히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온 건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늑구를 비롯한 동물 친구들이 동물원에서 동물답게 살아가려면, 어떤 것이 달라져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KISTI 제공>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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