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AI가 절대 커버 못해”...현장의 감정 포착하는 ‘사진’ [Book]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6. 5. 1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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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회화는 끝났다."

사진을 넘어설 수 없으니 독자적 시선에 중점을 둔 인상파가 나타났고, 나아가 대상 자체가 없는 추상회화까지 이어졌다.

찍는 순간에 집중하고 그때 본 것과 느낀 것을 담아낸다면 새로운 '시간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이는 실재하는 대상이 없는 AI 이미지가 도달할 수 없는 사진만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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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카메라 셔터 누를 수 없어
퓰리처상 사진기자가 정의하는
흉내낼 수 없는 ‘좋은 사진’
지난 202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이 사진은 2021년 퓰리처상을 받은 에번 부치 AP통신 기자가 촬영했다. [AP연합]
“이제 회화는 끝났다.”

19세기 다게레오타이프가 등장해 눈에 보이는 대상을 그대로 담아내자 사실적 재현에 몰두하던 화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이는 몰락이 아닌 도약의 계기가 됐다. 사진을 넘어설 수 없으니 독자적 시선에 중점을 둔 인상파가 나타났고, 나아가 대상 자체가 없는 추상회화까지 이어졌다. 사진이 할 수 없는 그림만의 길이 열린 것이다. 초창기 예술 사진 역시 회화를 의식한 연출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사진 고유의 예술성을 개척한 ‘스트레이트 포토’로 나아갔다.

그렇다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대를 넘어, 카메라 없이도 AI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된 지금, 사진은 어디로 가야 할까. 신간 ‘AI 시대의 사진’은 이 질문에 대한 한 사진가의 고심을 담았다. 저자 김경훈은 로이터통신 도쿄지국 수석 사진기자로 27년간 현장을 지켜온 인물이다. 한국인 사진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월드프레스 포토, POYi 등 세계적 권위의 상을 여럿 받았다.

저자는 피상적 논의에 그치지 않기 위해 사진의 발명부터 출발한다. 예술과 기술의 발전사를 훑으며 매체 고유의 특성을 짚어낸 뒤 AI 생성 이미지와 대조하고, 이 시대의 더 나은 사진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저자가 발견한 사진의 본질은 기록성이다. 찍힌 대상이 실재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힘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은 사진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실재하는 시간과 감정이 없습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때 정확한 초점과 결정적 순간의 포착이 좋은 사진의 기준이었다면, 자동 초점과 연사 기능이 완성에 이른 지금 중요한 것은 프레이밍과 창의성, 그리고 대상과의 관계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퓰리처상 수상작이 대표적 사례다. 중남미 캐러밴 이민 행렬 취재 중 최루탄을 피해 기저귀를 찬 두 딸을 데리고 달아나는 온두라스 피란민 가족을 포착한 이 사진에 대해 저자는 “오랫동안 제 안에 축적된 시각, 현장의 공기를 읽는 감각, 기술적 이해가 하나로 어우러진 결과”라고 밝혔다. 찍는 순간에 집중하고 그때 본 것과 느낀 것을 담아낸다면 새로운 ‘시간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이는 실재하는 대상이 없는 AI 이미지가 도달할 수 없는 사진만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책은 풍부한 도판과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사진 찍기의 즐거움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카파가 노르망디에서 전설적 사진을 남겼을 때 썼던 카메라를 아득히 뛰어넘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독자에게, 사진으로 세상과 새롭게 관계 맺는 기쁨을 누려보라 권한다. 회화가 끝나지 않았듯 사진도 끝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지금이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 27년 차 사진기자가 내린 결론이다.

AI 시대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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