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양도세 중과…버티기 나선 다주택자 “집 팔 때 세금 수억원 늘어”
집 팔지 않은 다주택자 이미 자산 리밸런싱 마쳐
보유세 인상 대응해 월세 인상 또는 재개발 투자
정부 매물 잠김 우려…추가 매물 출회 방안 검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10일 본격화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에서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매각할 경우 내야 하는 양도세는 많게는 수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세금 부담이 큰 다주택자는 이미 보유 주택을 정리한 만큼 남은 다주택자는 세금 부담을 안고 본격적인 버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의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며 주택 시장의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12개 지역 등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다.
현행 제도상 양도세 기본세율은 6~45%다. 조정대상지역 기준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가 중과된다. 지방소득세 10%까지 포함하면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실효세율은 최고 82.5%까지 올라간다.
양도세 중과에 따라 다주택자는 집을 팔 때 양도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양도세 중과 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도 불가능해 많게는 수억원의 세금을 더 낼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상속증여센터 박담 세무전문위원의 양도소득세 중과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주택자가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를 2022년 7월 17억원에 매수해 31억원에 매도했다고 가정할 때 양도세(지방 소득세 제외)는 기존 5억2513만원에서 8억4243만원으로 늘어난다. 3주택자의 경우 양도세는 9억8218만원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를 8억2000만원에 매입해 10년간 보유한 뒤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양도세 중과 전에는 양도세 5억173만원이 부과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2주택자의 경우 9억5943만원, 3주택자는 11억1718만원의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앞으로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경우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다주택자 중에서도 부동산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주택을 팔고 1주택자를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남 연구원은 “이제 다주택자는 선택권이 많지 않다. 이제는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 됐다”며 “3주택자의 경우 실효세율이 82.5%인데 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양도세 부담 증가 전망에도 집을 팔지 않은 다주택자들은 이미 자산 재조정(Rebalancing·리밸런싱)을 통해 향후 보유세 인상 등에 대응책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의 전월세 가격을 올리거나 아파트를 정리해 재개발 사업지 물건을 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증여나 가구 분리, 합가 보류 등을 고려하는 다주택자도 계속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3주택자의 경우 1채를 팔고 2주택자 포지션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대신 주택 2채 중 1채를 전세 대신 월세로 바꾸고 월세를 최대한 높게 받을 수 있게 조정해 보유세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문가는 ”아파트는 1채만 보유하는 대신 입주권을 산 기존 다주택자들도 있다“며 ”재개발 사업지 중 이주를 앞두고 있거나 사업이 꽤 진척된 곳의 빌라 등을 매입해 부동산 자산을 재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보유세 부담이 일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잠기면 주택 시장의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매물 잠김 현상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시장 정책에 대한 시장 참여자 정책 대응 행태 분석 및 평가방안 연구’에 따르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이 1% 상승하면 아파트 매매 거래량 변동률은 6.879% 줄어든 반면, 매매가격 변동률은 0.206% 증가했다. 쉽게 말해 거래는 줄었으나, 가격은 높아진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본격화되면서 매물이 급감하면서 거래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매물이 나오더라도 핵심 지역보다는 비핵심 지역에서 출회될 것으로 보이면서 지역 간 양극화가 다시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세제 개편과 추가적인 대출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후 버티지 못하는 다주택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물 감소 흐름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반기에는 시장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양도세보다 더 강한 변수는 보유세와 금융비용”이라고 했다. 이어 김 위원은 “하반기 이후 시장은 팔고 싶어서 내놓는 매물보다 버티기 어려워 내놓는 매물이 늘어나는 국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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