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급 명곡 ’말러1번’을 새롭게 선보인 라하브 샤니와 뮌헨 필
자주 연주되는 교향곡으로 손꼽히는 말러 1번. 그만큼 클래식 청중에겐 익숙한 명곡이다. 그런데 젊은 마에스트로 라하브 샤니가 이 오랜 명곡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다. 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뮌헨 필하모닉과 함께 선보인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은 “이 곡이 이랬나” 싶을 정도였다. '좋은 연주' 이상의 호연(好演)이었다.

샤니는 이날 말러 1번을 암보로 지휘했다. 이 작품은 샤니에게 각별한 레퍼토리다. 2013년 구스타프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 결선의 지정곡이 바로 말러 교향곡 1번 1악장이었다. 샤니는 그 무대에서 1위를 거머쥐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날 연주에서도 샤니는 자신 있는 완급 조절로 개성을 만들었다. 템포를 늦추고 당기는 흐름의 변화만으로 곡 정서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런 지휘는 자칫 자의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하지만 샤니의 해석은 또박또박했다. 변화 하나하나에 명확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익숙한 곡이 새 곡으로 들린 이유였다. 뮌헨 필은 샤니의 요구에 물 흐르듯 반응하며 명곡의 다채로운 면모를 마치 그림책을 펼쳐 보이듯 객석에 선사했다.
악장 고유의 개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2악장에 이어, 샤니는 3악장에선 다시 완급을 조율하며 특유의 양면성을 최대한 끌어냈다. 첼로가 도도하게 이끄는 묵직한 도입부에 이어 선율이 흥겹게 달리다 어느 순간 묵직하게 가라앉고, 다시 흥겨운 리듬으로 살아나는 전개가 자유자재로 이어졌다. 슬픔과 익살이 한 호흡에 교차하는 이 악장의 양면적 성격을 샤니는 조금의 억지도 없이 그려냈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현과 관의 블렌딩이 온수에 녹아드는 에스프레소처럼 자연스러웠고, 호른은 정확했으며 트럼펫은 중후하면서도 따끔했고 트롬본은 홀 전체를 채웠다"고 호평했다. 샤니에 대해서도 "리허설에서 꼼꼼하기 그지없었다는 관계자들의 전언대로 뮌헨 필하모닉의 특성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세부를 섬세하게 주문하면서 알맹이가 꽉 찬 연주를 들려줬다"며 "이미 거장이지만 바렌보임을 잇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서 엄청난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협연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함께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 조성진은 시종일관 빛나는 음색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구슬 같은 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는 “조성진이 베토벤으로 다시 돌아왔다. ‘헨델 프로젝트’ 이후엔 바로크나 고전 음악이 더 잘맞는 옷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어제도 첫악장부터 우아한 균형감이 그랬다”는 감상평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2악장에선 다른 악기들과 척척 맞춰 노래하는 것도 그렇고, 마지막 악장에선 베토벤의 위트를 그렇게 다양한 표정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자체로도 즐거웠다. 단순히 가볍고 빠르게 흘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템포를 살짝 늦추며 기대를 만들고, 프레이즈를 예상보다 짧게 끊으며 방향을 바꾸고, 불쑥 튀어나오는 악센트로 표정을 바꾸는 순간들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살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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