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 '1초' 해지는 '미로'...구독 플랫폼 '눈속임 설계' 주의보
OTT·음악 등 1인당 평균 5.5개 구독…사용 안 해도 빠져나가는 ‘숨은 고정비’

“이용하지 않아도 매달 돈이 빠져나가요. 해지하려는데 버튼 찾기 힘들어서 그냥 뒀어요”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OTT와 음악 스트리밍, 쇼핑 멤버십 등 각종 구독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결제를 유지하는 이른바 ‘구독 방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국내외 구독 서비스는 이용률 증가와 함께 일상적인 소비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평균 5.5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중 구독 양상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OTT 서비스 이용률이 93%로 가장 높았으며 멤버십이 75%, 음원이 59% 순으로 콘텐츠 기반 구독 서비스 이용 비중이 높았다. 이어 AI·클라우드 서비스가 42%, 소프트웨어 35%, 전자책·오디오북 32% 등 신유형 디지털 구독 서비스 역시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문제는 이처럼 구독 서비스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가입 과정은 간편해진 반면, 해지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보통 ‘첫달 무료’ 등의 문구에 이끌려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라도 카드 정보나 간편결제를 등록한 뒤 서비스를 체험해본다. 이후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게 되더라도 구독 취소 자체를 잊어버리거나, 복잡한 해지 경로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원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성현(25·가명)씨는 최근 카드 결제 내역을 정리하던 중 사용하지 않는 OTT 서비스 구독료가 수개월째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가입은 한 번에 되는데 해지는 메뉴를 계속 눌러 들어가야 해서 찾기 어렵다”며 “마지막 해지 단계에서 버튼 색도 ‘구독 유지하기’ 버튼보다 흐리게 돼 있어서 잘못 눌러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플랫폼의 경우 해지 메뉴를 찾기 어렵게 구성하거나, 해지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재확인을 거치도록 설계해 소비자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이지수(32·가명)씨 역시 “해지 버튼보다 ‘유지하기’나 ‘취소’ 버튼이 더 눈에 띄게 돼 있는 경우가 많아 방법을 검색해봐도 어려워 고객센터를 통해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례처럼 각종 구독 플랫폼 고객센터에는 ‘구독 취소’와 ‘환불’ 등과 관련한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독 플랫폼 고객센터 관계자는 “정기결제와 관련한 환불·해지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라며 “구독 서비스마다 결제 방식과 운영 정책이 달라 고객센터에 문의하거나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는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다크패턴’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다크패턴은 사용자가 특정 행동(구매·가입·결제 등)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UI/UX를 의도적으로 설계한 ‘눈속임 설계’다. 대표적으로는 해지·탈퇴를 어렵게 하거나, 자동결제·숨은 비용을 유도하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구독 멤버십을 운영하는 플랫폼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무료 체험이나 할인 혜택만 이용한 뒤 해지하는 ‘체리피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운영 구조가 일부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서비스별 정책에 따라 해지 절차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구독 해지'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면서 일부 구독 서비스 운영 플랫폼에서는 정기결제 후 일정 기간 내 서비스를 사용한 이력이 없으면 구독료를 환불해주는 정책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온라인 플랫폼의 다크패턴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편의성과 플랫폼 자율성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최근 OTT와 AI 기반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일상화되면서 다중 구독 소비도 자연스러운 형태가 되고 있다”며 “다크패턴 등 소비자 피로감을 유발하는 요소는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서비스별 특성과 콘텐츠 산업 구조를 고려한 균형 있는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혜린 기자 heygong00@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흥시장 이어 경기도의원도?… 사상 첫 ‘무투표 당선’ 나오나
- 배우 강성연, 의사와 재혼…"좋은 분과 새로운 가정 꾸려"
- “집을 나서면 공원”… 대한민국에서 가장 걷고 싶은 도시, 과천시
- 홍준표 “박상용 징계는 부끄러운 결정…수사 실무 모르는 트집”
- 북한산 올라간 50대 여성 27일째 실종…경찰 수색중
- 주왕산 사망 초등생 1차 검시 결과 나와…‘추락 손상’ 소견
- 인천 펜타, 매시브어택·픽시즈 뜬다…혁오·술탄·이날치 등 ‘2차 라인업’ [2026 인천펜타포트
- 포천 동원훈련장에서 20대 예비군 숨져… 군·경 공조수사 나서
- 군사시설 몰래 찍은 중국인 2명 실형…외국인 이적죄 첫 적용
- 인천 아파트 사다리차서 떨어진 50대 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