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칼럼]퇴임 앞둔 국회의장의 ‘눈물’과 ‘울분’ 진정성 있나

최미화 기자 2026. 5. 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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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시사평론가
송국건 시사평론가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는 헌법 개정은 일반 법률 개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바꾸는 법안과 달리 개헌안을 처리하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개헌을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후에도 국민 투표에 붙여서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한 건 그 때문이다. 과거 국회에선 헌법 개정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개헌특위'를 반드시 꾸려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내용과 방향이 뭔지 머리를 맞댔다.

지난 8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39년 만의 개헌안은 그런 절차 없이 마련됐다. 민주당이 습관처럼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일반 법률안을 통과시켰듯이 개헌안도 여야 합의 없이 처리하려다 실패했다. 여권은 그 책임이 온전히 국민의힘에 있다고 몰아세운다. 개헌 이슈를 이끈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그날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예고하자 개헌안 처리를 중단했다. 그는 의장석에서 20분간 국민의힘을 맹비난하며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에 반대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발언 도중 눈물을 보였고 산회를 선포할 때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의사봉을 내리쳤다.

여권이 주도한 단계적 개헌안 중 이번에 처리를 시도한 내용은 계엄령 통제 강화, 헌법 전문에 역사적 사건 명시, 지역 균형발전 의무화가 골자다. 국민의힘은 개헌안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절차와 시점이 문제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실제로 헌법 개정을 법률 개정처럼 일방적으로 추진한 건 절차적 정당성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아울러 6·3 지방선거 투표와 동시에 여권이 주도한 개헌 투표를 하는 건 정치적 실익을 따졌다고 볼 수 있다. 우 의장과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이재명 대통령조차 "개헌 반대는 곧 내란 옹호"라고 규정했다. 야권에선 이를 선거에서 '내란 이슈'를 부각하기 위한 장치라고 본다.

국회의장에 선출되면 당적을 버리도록 법에 못 박은 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우 의장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도록 법률안을 마구 상정해 주듯이 개헌안을 상정했다.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면 첨예한 대치 상황인 지금을 피하는 게 맞다. 야당을 설득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더 필요했다. 아마 그에겐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임기가 오는 29일 만료되므로 그 전에 처리해 '39년 만에 개헌안을 처리한 국회의장'으로 남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다 개헌안 일방 처리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어쩔 수 없이 포기하면서도 끝내 야당 탓을 했다.

국회의장 눈물과 울분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 의장은 지난 7일 국민의힘 불참으로 투표가 불성립됐을 때 국민 투표를 위한 개헌안 공고(20일간) 마지노선인 10일까지 매일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8일 딱 한 번 더 시도하고 상정을 멈췄다. 공교롭게도 10일부터 약 일주일간 네덜란드·케냐 순방 일정이 잡혀 있는데, 퇴임을 앞둔 '졸업여행' 때문 아니냐는 야권의 시선마저 있다.

우 의장 후임은 민주당 조정식(6선)·김태년(5선)·박지원 의원(5선) 중에서 선출된다. 이들도 의장이 되면 당적을 내려놔야 하지만 강성 당원을 의식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적 중립 의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 쏟아진다. 과거엔 여당 의원들만으로 의장을 선출했으나 이번부터 의원 80%, 당원 20%로 바꾼 게 강성 당원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이제 국회의장의 당적 내려놓기 취지마저 무색해졌다. 누가 다음 의장이 되든 겉으로만 탈당하고 실제론 민주당과 보조를 맞춰 의사진행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떠나는 우 의장의 눈물과 울분, 그 이면엔 뭐가 있을까.

송국건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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