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고양 학부모들, 시장 후보들에게 ‘교육 현장 목소리’
통학·돌봄·급식·교육 인프라 등 5대 현안 후보들에게 제시
후보들 “교육청과 지자체 칸막이 넘어 협력 구조 필요” 한목소리
학부모 소통 플랫폼·정례 협의체 요구도 주요 의제로 부상
170여 개 학교 대표단 기반, 민간 교육 거버넌스 역할 주목

고양특례시 학부모들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 후보들을 한자리에 불러 지역 교육 현장의 문제를 직접 전달했다.
'고양특례시 MODU 교육연합회'는 어버이날인 지난 8일 덕양구청 소회의실에서 민경선(더불어민주당)·이동환(국민의힘)·송영주(진보당)·신현철(개혁신당) 고양시장 후보를 초청해 '학부모 의견 전달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선거 기간 규정을 고려해 후보 간 토론이나 즉석 확답을 요구하는 방식 대신, 학부모 대표단이 현장 실태를 설명하고 후보들이 주제별 소견을 밝히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단순한 공약 발표회가 아니라 통학, 돌봄, 급식, 학교 시설, 학부모 소통 등 학부모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후보들이 듣고 교육 철학과 정책 방향을 밝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 교육청 일만은 아니다…간담회 배경 된 학부모 불안
이번 간담회의 출발점은 "아이 문제 앞에서 행정의 경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학부모들의 문제의식이었다. 학교 신설과 교육과정은 교육청 권한이지만, 통학로 안전, 교통망, 돌봄 공간, 문화시설, 공공기관 개방, 지역 먹거리 등은 고양시 행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간담회를 위해 별도 TF팀을 구성하고, 4차례에 걸친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했다. 조사에서는 전체 학생의 58%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응답자의 58%가 학교 전용 통학버스 도입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부모의 62%는 현재 통학 방식에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이 제시한 핵심 의제는 교육·문화 인프라, 도시 교통망과 통학 환경, 학교 시설과 급식, 돌봄 사각지대와 교육격차, 학부모 참여와 소통 등 5가지였다. 특히 지축·향동·덕은 등 신축 주거지에서는 인구 유입에 비해 학교와 통학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원도심에서는 노후 시설과 교육환경 격차 문제가 제기됐다.
◇ 교육문화 인프라…"학교 담장 밖까지 교육 공간으로 봐야"
첫 번째 주제인 교육문화 인프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학교 현장이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변했다는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현장체험학습과 운동회가 줄고,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되면서 교실 밖 배움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는 운동회마저 학년별로 쪼개 진행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간 교류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동환 후보는 고양시의 초·중·고 교육 환경이 기본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만, 고등학교 경쟁력과 특성화 교육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평준화 이후 약화된 학교 경쟁력과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교육 여건을 함께 언급하며, 공부뿐 아니라 전문 분야를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경선 후보는 교육자치와 행정자치가 분리돼 협업이 끊기는 구조를 문제로 짚었다. 그는 작은도서관, 행정복지센터, 청소년 문화공간, 학교 유휴교실 등을 지역 교육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있는 자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봤다. 코로나 이후 줄어든 체험학습과 운동회도 교육청·학교·시가 함께 공론화해 회복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영주 후보는 "학교 중심이 아니라 아이 중심으로 보면 교육청과 고양시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부터 문턱을 낮춰 학생들이 행정복지센터, 은행, 지역시설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체험학습 안전 부담을 교사 개인에게만 지우지 말고 공공이 나눠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 통학과 안전…"서울 가는 교통만큼 아이 등하교도 중요"
두 번째 쟁점은 통학과 교통이었다. 덕은·향동 등 일부 지역 학부모들은 고등학교 배정 이후 학생들이 먼 거리 학교로 이동해야 하지만, 노선버스가 부족해 월 15만~20만 원 상당의 사설 셔틀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료 통학버스 도입이 추진되더라도 좌석이 부족하면 추첨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대안이 없어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 신도시와 비신도시 간 통학 안전 격차도 제기됐다. 일부 농촌형·외곽 학교 주변에는 인도, 가드레일, 방범 CCTV가 부족해 등하굣길 납치 미수 우려와 안전 공백이 크다는 지적이다.
송영주 후보는 고양시 교통정책이 서울 출퇴근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피곤하지 않게 학교와 학원, 병원, 공공기관을 오갈 수 있는 내부 순환 교통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공공 순환버스 방식이 학생뿐 아니라 어르신 이동권까지 함께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신현철 후보는 마을버스 준공영제와 유연한 노선 조정을 제안했다. 수익성 중심으로 노선이 짜이면 학교와 교통소외지역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가 적극 개입해 학교를 경유하는 생활교통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경선 후보는 무료 셔틀의 경우 이용 수요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되는 만큼, 신청 학생 수에 맞춰 차량을 배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자 중심의 노선버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 수요에 맞춘 맞춤형 교통수단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동환 후보는 통학버스 논의 과정에서 한정면허와 셔틀버스의 권한과 책임이 다르게 배치돼 있어 조정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신설과 통학 문제 상당 부분이 교육청 권한과 맞물려 있지만, 고양시 역시 시설 보완과 안전 지원 측면에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 급식·돌봄·시설…"빈 공간보다 아이가 머물 공간이 필요"
학교 시설과 급식, 돌봄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한 학부모는 신규 아파트 입주로 학생 수가 늘었지만, 기부채납으로 지어진 신관 도서관과 강당 일부가 예산 부족으로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직원을 포함해 770여 명이 이용하는 학교의 급식실 좌석이 270석에 불과해 1·2부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돌봄 문제에서는 초등 저학년과 저소득·맞벌이 가정 중심의 돌봄은 일부 갖춰져 있지만, 초등 고학년과 청소년이 방과 후 안전하게 머물 공간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부모들은 거창한 건물보다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생활권 공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현철 후보는 급식실 문제를 단순한 공간 부족뿐 아니라 조리 종사자 건강과 인력 문제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리기구를 전기식·인덕션 방식으로 전환하면 조리 노동자의 건강과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급식실 개선은 교육청과 시가 협력해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민경선 후보는 급식 공간이 아이들이 따뜻하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친환경 농산물을 급식에 활용하면 아이들의 먹거리 안전과 지역 농가 소득, 지역경제 선순환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소통 플랫폼 요구…"학부모 목소리, 행정에 닿는 구조 필요"
마지막 의제는 학부모 참여와 소통이었다. 한수연 회장은 연합회 출범 과정에서 170여 개 학교에 안내를 보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며, 학부모들이 학교와 지역을 넘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회 활동 역시 대부분 개인 비용과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고 있어 공익적 학부모 활동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경선 후보는 과거 운영됐던 학부모 소통 플랫폼을 복원하거나, 시와 교육청이 함께 활용 가능한 창구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분기별 정례회의를 통해 시, 교육지원청, 학부모단체가 함께 안건을 논의하고, 다음 회의에서 처리 결과를 보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책임 떠넘기기가 줄고 예측 가능한 행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송영주 후보는 학부모 활동을 단순 민원이 아니라 공익적 교육 주체의 참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례적인 소통과 결과 보고가 의무화돼야 하며, 교육청과 고양시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구조를 막기 위해 학부모단체를 공식 협의 체계 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신현철 후보는 공문 발송과 소통 방식부터 전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앱이나 온라인 플랫폼 구축, 조례 정비, 학부모단체 활동 공간 제공 등을 통해 학부모들이 안정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행정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 MODU 교육연합회, 민간 교육 거버넌스 역할 주목
고양특례시MODU교육연합회는 고양시 학부모들이 학교별로 흩어져 있던 정보를 모으고 교육 현안을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민간 교육 플랫폼이다. 한수연 회장은 환영사에서 "정보는 흩어져 있고 공공기관 문턱은 높게 느껴졌지만, 막막함을 함께하는 힘으로 바꾸기 위해 연합회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회장 한수연, 수석부회장 한경아, 감사 김정미, 선임부대표 마선애, 기획부대표 박지연, 운영지원위원장 이현희, 사무국장 김소희·이은희, 덕양연합 상임위원장 이정선, 일산연합 상임위원장 허지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향후 운영지원, 교육인프라, 교육협력, 참여홍보, 교육기록, 거버넌스 등 6대 전문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권역별로 모두덕양과 모두일산을 거점화해 지역별 교육 현안을 수집하고, 고양특례시연합학부모회, 고양특례시학교운영위원협의회, 고양시학원연합회, 고양시YWCA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연합회는 앞으로도 학부모 의견을 기록하고 행정과 교육청, 정치권을 잇는 정책 가교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간담회는 고양시 교육 문제가 더 이상 학교 안의 문제로만 머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하루가 교실, 통학로, 급식실, 돌봄 공간, 지역사회 전체로 이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후보들도 표현과 해법은 달랐지만, 교육청과 지자체의 칸막이를 넘어선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같은 방향을 보였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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