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왜 중국 관광에 열광하나
무비자·2시간 거리·유럽 감성…‘탈정치 여행’ 뜬다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4월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SCMP는 "최근 한중 외교 관계가 완화되고 양국의 지리적 근접성이 부각되면서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통계를 기반으로 '팩트체크'를 했다. 2025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316만 명이다. 전년보다 36.9%(85만 명) 증가했다. 이로써 한국인은 코로나19 사태 이래 1~2위 자리를 줄곧 지켜왔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중국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으로 등극했다.
이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1월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30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1% 늘어났다. 지금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도시는 단연 상하이다. 2025년 90만9000명이 상하이를 방문해 44만6000명이었던 전년보다 103.6%나 폭증했다. 지난 2월 상하이시 문화여유국(관광 담당 정부기구)은 "올해 상하이를 찾는 한국 관광객이 42%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 한국 관광객은 27만 명으로 추정했다. 작년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50만 명으로 추산됐다. 전년의 약 40만 명보다 늘어났으나 상하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적이다.

상하이가 뜨고 있는 상황은 코로나 사태 직전과 대비해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2018년과 2019년 상하이를 방문했던 한국인은 각각 68만 명과 66만 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9년 중국을 찾았던 한국인이 434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상하이의 비중은 현재처럼 크지 않았다. 최근 한국인이 상하이를 많이 찾게 된 배경에는 'MZ세대'가 있다. 상하이가 한국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다. 황푸강을 따라 이어지는 와이탄은 19세기 말부터 서양 기업과 투자자가 몰려들어 '동양의 월스트리트'를 조성했고, 당시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와이탄 맞은편에는 둥팡밍주를 시작으로 엄청난 마천루가 형성돼 있다. 이 푸둥신구의 마천루는 미국과 함께 G2로 성장한 중국의 경제적 위상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MZ세대가 찾는 또 다른 핫플레이스는 우캉루다. 우캉루는 19세기부터 상하이에 조계를 마련한 프랑스인들의 거주지였다. 비즈니스 거점이었던 와이탄과 달리, 가로수 주변에 서양식 건물과 붉은 벽돌의 민가, 옛 양옥을 개조한 카페와 빈티지 가게가 어우러져 있다. 이처럼 유럽적인 분위기와 감성을 자아내어 영화 《색, 계》 촬영지로 이용됐다.
위위안은 중국 전통의 정취를 느끼고 특색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본래 위위안은 16세기에 조성된 중국 강남을 대표하는 정원이다. 그런데 중국 인플루언서인 왕훙이 사극에서 튀어나온 듯한 고전 미녀처럼 꾸민 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일을 유행시켰다. 아름다운 위위안을 배경으로 새하얀 얼굴에 원색의 아이섀도, 긴 속눈썹, 새빨간 입술 등으로 치장하고 화려한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왕훙의 모습은 MZ세대에게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배우 한가인, 개그맨 박명수 등 연예인까지 체험에 나서면서 관심이 커졌다.
많은 비행편·값싼 항공권 가격도 매력 포인트
MZ세대는 중국이 표출하는 국가 이미지나 정치 담론과는 별개로 각각의 콘텐츠가 주는 감성적인 즐거움을 우선시한다. 사회 저변에 퍼져 있는 반중 정서와 담을 쌓고 중국 문화와 음식을 받아들이는 소비의 탈정치화를 선도한다. 최근에는 마라탕, 탕후루를 뛰어넘어 중국 현지에서 유행하는 버터떡, 과일모찌, 밤티 말빵 등이 한국에서 뜨고 있다. 중국을 여행한 MZ세대가 SNS를 통해 적극 소개했기 때문이다. 중국 먹거리에 돈을 잘 쓰지 않는 서구 관광객과 달리 한국 MZ세대는 전혀 다른 소비 습관과 지향성을 보인다.
한국인을 유인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무비자, 많고 저렴한 항공편, 짧은 이동거리 등 편리성과 가성비도 자리한다. 중국은 2024년 11월부터 한국인에 대한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했다. 한중 노선의 항공편은 하루 왕복 280여 편이다. 400여 편인 한일 노선보다 적지만 항공사와 운항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한일 노선은 저비용 항공사(LCC)가 주로 운항하지만, 한중 노선은 메이저 항공사(FSC)가 대부분 운항해 기내식을 먹을 수 있다. 중국 FSC 항공권 가격은 한국 LCC만큼 싸다. 인천~상하이 비행 시간은 2시간 안팎이다.

"'탈정치화' MZ세대, 경험과 콘텐츠를 즐긴다"
"단체관광 대신 개별여행…정치 변수 닥쳐도 이전 같은 충격은 없다"
양국 관광객이 상대국을 방문해 여행하는 트렌드와 관련해 강헌 서정대 호텔관광과 교수(58)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강 교수는 포스코 중국법인에서 일했고 경희대에서 관광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관광재단 본부장,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중국 관광 트렌드에 어떤 변화가 있나.
"코로나19 이전엔 중장년층 중심의 단체여행 구조로, 자연경관과 역사유적 위주로 정형화된 코스를 여행했다. 장자제가 대표적인데 영화 《아바타》 배경으로 알려지기 이전부터 한국인 사이에선 이미 대중화된 목적지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엔 MZ세대가 주도하면서 자유여행이 확대됐고, 여행 목적도 도시 관광, 음식과 카페 체험 등으로 변화했다. 즉 '여행 상품' 소비에서 '경험과 콘텐츠' 소비로 트렌드가 바뀌었고 상하이, 충칭 등 특색 있는 중국 도시가 각광받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에도 변화가 있나.
"중국 관광객의 주력도 MZ세대다. 특히 20대 비중이 크게 높아져 젊어졌다. 개인화됐고, 정치와 분리된 소비를 한다. 이들은 개별여행을 선호하고 쇼핑보다 체험을 중시해 성수동, 연남동 등과 같은 감성적이고 트렌디한 공간을 찾는다. 이들은 '소비의 탈정치화 세대'로, 한한령에 개의치 않고 K팝, K드라마, K뷰티 등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체험하기 위해 그 탄생지인 한국을 찾는다."
이런 양국 관광의 변화가 향후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나.
"과거 한중 관광은 단체관광객 중심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변수에 매우 취약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광객이 개별화되고 분산된 구조로 바뀌어 정치적 충격이 다시 오더라도 과거처럼 한꺼번에 붕괴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탈정치화된 한중 MZ세대는 한중 관계를 상호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