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나누며 80년 오월 기억"…5.18역사공원 'MAYDAY' 북적

정승우 기자 2026. 5. 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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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까지 505보안부대 옛터서 열려
책갈피 그리기·목공예 체험 등 다채
주먹밥 나눔 속 공동체 가치 공유
"오월 교육과 체험 더욱 많아지길"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5·18역사공원에서 열린 문화행사 'MAYDAY 메이데이' 참가자가 책갈피를 꾸미고 있다. 이시호 수습기자

"다 같이 주먹밥을 나눠 먹으니 그날의 따뜻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요."

9일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5·18역사공원에서 열린 문화행사 'MAYDAY 메이데이'에 참석한 임혜정(81)씨는 주먹밥을 먹으며 웃어보였다.

이날 오전 11시 찾은 서구 쌍촌동 5·18역사공원. 1980년 5월 당시 고문과 취조가 이뤄졌던 아픈 역사의 장소인 505보안부대 옛터(사적지 제26호)에는 5·18기념재단이 주관하는 문화행사 'MAYDAY 메이데이'에 참석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5·18사적지를 배경으로 오월의 정신과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고 1980년 5월 그날의 이야기를 함께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10일까지 진행된다.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이날 푸른 잔디밭에 모인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행사의 막을 올렸다.

개회식 직후 시민들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역사공원 곳곳을 거닐며 46년 전 오월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오월안내해설사 맹가희(37)씨는 "5·18의 발생 배경부터 열흘 간의 항쟁, 그리고 오늘날의 의미까지 설명했다"며 "짧은 시간이나마 시민들이 오월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뜻깊다"고 말했다. 

이주희(40)씨도 "이곳에 505보안부대가 있었다는 사실이나 지하 공간의 실체를 잘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을 찾는 발길이 늘어난 만큼 사적지를 널리 알리는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5·18역사공원에서 열린 문화행사 'MAYDAY 메이데이'에서 어린이들이 목공예 체험 '피스로그'에 참여하고 있다. 이시호 수습기자 

오전 11시30분부터는 본격적인 체험부스가 운영됐다. '오월 평화·아트 체험' 부스 곳곳에서는 참가자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목공예 체험인 '피스로그'부터 페이스 페인팅, 퍼즐놀이, 책갈피 그리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엄마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도연(9)양은 "얼굴에 그림도 그리고 책갈피도 직접 만들어서 무척 재밌다"며 "오월 이야기도 함께 들으니 오늘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오월, RE:Member' 부스에서도 5·18민주화운동을 공부해온 청소년 해설사들이 참석자들에게 그날의 진실을 설명했다. 방림초 최우영(12)·진월초 박나은(12)양은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5·18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요즘 생성형 AI가 잘못된 역사 정보를 제공하거나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경우도 있어, 무조건 믿기보다 꼭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5·18역사공원에서 열린 문화행사 'MAYDAY 메이데이'에서 참가자들이 주먹밥을 나눠받고 있다. 이시호 수습기자

점심시간이 되자 '주먹밥 체험' 부스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1980년 5월 당시 시민들의 '나눔과 연대'의 상징인 주먹밥이 뻥튀기 그릇에 정성스레 담겨 나눠졌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까지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부모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오월 해설사와 함께 차를 마시며 1980년 5월의 이야기를 듣고 당시의 의미를 공유했다.  

호남대 재학생 마희영(20)씨는 "막연하게만 알던 5·18의 전말을 정확히 알게 됐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를 보며 떠올렸는데, 실제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된 역사라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1980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다는 최선희(60)씨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전쟁 났다'며 짐을 싸서 피난 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오월을 가볍게 소비하기보다 엄숙하게 기억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당시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