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 '구독 격차'

오세욱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2026. 5. 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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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저널리즘]

[미디어오늘 오세욱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결제. 사진=gettyimagesbank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모든 이들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AI를 교육에 얼마나,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AI를 가르칠 것인지 아니면 AI가 하지 못하는 것을 가르칠 것인지의 문제다. 지식을 전달하고 정리하는 영역에서 AI는 이미 나를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고민이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활용법은 알고 있는 편이 모르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 아래 데이터 분석처럼 숫자를 다루는 수업에서는 자연어로 소통이 가능한 AI 챗봇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데이터 분석 방법론 수업에서 어렴풋이 예측은 했지만 직접 체감하지는 못했던 새로운 차이를 경험하게 되었다. 노코드 방식의 데이터 분석을 위해 로데이터(raw data)를 AI 챗봇에 올려놓고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던 중, 시작 후 20분쯤 지나자 더 이상 프롬프트 입력이 되지 않는다는 학생들이 여럿 나타났다. 요금제의 차이였다. 이미 누적된 대화 맥락이 있어 다른 AI 챗봇 서비스로 옮겨 가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른바 '구독 격차(subscription divide)'가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 격차는 단순한 가격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앤스로픽이 지난 3월 발표한 '경제 지수 보고서: 학습 곡선(Anthropic Economic Index report: Learning curves)'은 이 현상의 구조적 윤곽을 보여 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료 클로드 이용자들은 코딩, 재무 분석, 경영 의사결정 같은 시간당 임금이 높은 업무에 가장 강력한 모델인 오푸스(Opus)를 더 많이 배정하고 있다. 시간당 임금이 10달러 오를 때마다 오푸스 사용 비중은 1.5%포인트씩 증가했고, 개발자용 API 환경에서는 그 기울기가 두 배로 가팔라졌다. 더 좋은 모델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이미 하나의 자원이 된 셈이다.

전통적인 디지털 격차는 세 단계로 진화해 왔다. 1단계는 단말기와 인터넷에 닿을 수 있느냐의 '접근 격차', 2단계는 그 도구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느냐의 '활용 격차', 3단계는 그 활용이 학력, 소득 등과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 '성과 격차'였다. AI가 보편화되면서 여기에 또 하나의 층이 추가된다. 같은 도구의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 그리고 상위 등급 사이에서 산출물의 품질이 갈리는 '구독 격차'다.

▲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ChatGPT)에 '인공지능 요금제 안내 이미지'를 요청해 생성한 이미지.

무료 챗GPT 이용자와 챗GPT 플러스 이용자 사이에는 지시를 입력하고 결과를 받는 양의 차이부터 존재한다. 이 새로운 격차는 기존의 격차들 위에 누적된다. 앤스로픽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숙련 이용자들은 신규 이용자보다 대화 성공률이 약 10% 높았는데, 이 차이는 작업의 종류나 이용자의 국가 같은 변수를 통제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같은 모델을 쓴다 해도 오래 써 본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끌어낸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 좋은 모델을 구독할 수 있느냐의 격차가 다시 얹힌다. 일찍 시작해 활용에 익숙한 사람이 동시에 상위 요금제를 구독한다면, 그가 얻는 산출물은 늦게 시작해 무료 모델에 머무는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나게 된다.

여기에 언론과 콘텐츠 영역의 '지불장벽(paywall)' 격차도 더해지고 있다. 양질의 저널리즘과 전문 정보가 점점 더 유료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무료 정보에만 의존하는 집단은 검증된 사실에 접근할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 AI 도구의 구독 격차와 지불장벽 격차는 별개의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구조를 공유한다.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만이 더 정확한 정보, 더 정교한 분석, 더 빠른 응답을 얻을 수 있다는 구조다. 두 격차가 한 사람 위에 겹쳐지면, 그는 양질의 보도를 읽을 기회도, 그것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도구를 가질 기회도 동시에 잃는다. 결국 극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 환경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지금 이 격차를 단순히 시장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로 두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디지털 격차의 역사가 이미 보여 줬듯이 격차는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레 좁혀지지 않는다. 오히려 격차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의 품질 차이가 다시 학업, 채용, 임금, 정보 해석 능력으로 이어지면서 격차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더구나 AI 도구의 가격은 지금 빠르게 분화하고 있다. 한때 '월 20달러' 단일 요금제로 충분했던 시장은 일부 상위 요금제는 개인이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리터러시 교육은 여전히 중요하다. 어떻게 질문할지, 어떻게 검증할지, 어떻게 비판적으로 받아들일지를 가르치는 일은 AI 시대라서 더욱 필수적이다. 하지만 리터러시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격차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잘 다루는 법을 알아도 무료 모델과 상위 모델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의 차이를 메우기는 어렵다. 도서관이 책을 빌려주듯, 공공 인프라가 일정 등급 이상의 AI 도구를 제공하는 모델을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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