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는 찬밥 신세"…삼성 노조 '교섭권 회수' 반발
"DS만 챙긴다" DX 불신 확산
동행노조 이탈…공동전선 균열

성과급을 둔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 체제가 와해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노조)를 이끄는 노조위원장이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중심의 요구에 치우치면서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이끄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대 노조에게 교섭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 내부에서는 최승호 위원장이 이끄는 초기업노조에 위임한 교섭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화되고 있다.
초기업노조가 과반노조 지위에 안주한 채 위원장 본인이 소속된 DS부문의 성과급 투쟁에만 매몰되면서, DX부문 조합원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3대 노조인 동행노조(SECU)가 지난 4일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한 데 이어, 전삼노까지 등을 돌릴 경우 삼성전자 노조간 공동교섭 전선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DX 목소리 지워졌다"…전삼노 내부서도 반발
이를 두고 사내에서는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이 본인들의 공로만을 내세우기 위해 전삼노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DX부문 직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직원들은 "초기업노조가 또다시 DX를 차단해버렸다", "사후조정 교섭 위원 중 DX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며 현 교섭 집행부의 심각한 편향성을 지적하고 있다.
전삼노는 지난 7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앞으로 공문을 발송해 최승호 위원장의 '교섭 배제' 협박성 발언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공문에서 전삼노는 "최승호 위원장이 현장의 소통 과정을 문제 삼으며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DX 사업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교섭 테이블에서 지워버리는 행위이자 노동조합 간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8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사후조정안에 '공동재원 1%' 반영을 둘러싼 갈등을 거론하며 "과반노조의 위치는 '어항 속 물고기'와 같다. 특정 사업부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DX와 DS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최 위원장을 압박했다.
DX부문 조합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도 최 위원장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한 DX 조합원은 "순전히 과반노조 유지를 위해 DX를 윽박지르는 것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비슷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한 게시자는 "DX 입장에선 지금 교섭이 결렬돼서 사후조정까지 간 마당에 초기업이 계속 교섭대표를 해야 될 명분이 있나"라며 "애초에 교섭대표는 전삼노였잖아. 보니까 직원 전체를 챙겨주는 건 전삼노가 유일해 보이는데, 교섭권 다시 넘기고 전삼노가 교섭해주면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초기업 욕심에 질렸다 이제"라는 글을 남겼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원래 그리고 법상으로 대표노조가 전삼노 아닌가? 사후조정까지 초기업이 해야 되는 게 맞나"라며 "전삼노 애들 능지(지능)가 의심되긴 하지만 DX 입장에서는 전삼노가 교섭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후조정 5조합이 하지 말고 차라리 전삼노 형들이 해주면 안 돼"라는 식의 호소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최 위원장이 전삼노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공동교섭 균열…동행노조 이어 전삼노도 흔들
동행노조는 또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우리 노조를 향한 지속적인 공격과 비하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심지어 어용노조라는 도가 지나친 악의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최 위원장 측의 행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동행노조가 이탈한 상황에서 전삼노까지 교섭권 회수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노조 공조 체제는 사실상 붕괴 수순을 밟게 된다. 최 위원장의 DS 편향 운영은 이미 DX 조합원들의 대규모 탈퇴 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초기업노조 게시판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탈퇴 신청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퇴한 조합원들은 "노조가 DS부문만 챙기는 마당에 노조에 더 가입해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DS만 챙긴다"…성과급 격차에 커지는 불만
DX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반도체 가격 인상 영향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한 데 이어 연간 적자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노조 요구대로면 DS부문 임직원만 1인당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되는 구조다. 삼성전자라는 한 지붕 아래 DS부문과 DX부문 직원들의 성과급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의견 차이 수준을 넘어 초기업노조의 정체성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DX·DS 양 부문을 아우르는 노조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DS부문의 목소리만 대변해 왔던 구조적 문제가 곪아 터져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승호 위원장이 DS부문 내에서는 '교주급 대우'를 받고 있을지 모르지만, DX는 사실상 '돈줄' 정도로만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이런 식이면 과반노조 지위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력사 발언 논란까지…리더십 도마
최 위원장은 "하청업체(협력회사)와도 성과를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입사할 때 채용 조건이 달랐는데 일률적으로 같은 선에서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하청 노조가 원한다면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 될 일"이라고 답했다.
입사 당시의 채용 조건을 근거로 협력회사 직원들의 노고를 깎아내리고 노동자 간 연대 의식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거대 노조의 위원장이 같은 노동자인 협력업체 직원들을 '공부 안 한 사람들'로 사실상 폄하한 셈"이라며 "노동자 연대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마저 무너뜨린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65.2%로 격차가 10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진 상태인데, 1인당 6억 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는 거대 노조 위원장의 이런 발언이 노동시장 내 격차 문제와 맞물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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