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행사에 16만 명 몰렸다…압사 공포, 누구 책임인가
SNS 시대 ‘쏠림 현상’ 일상화…도심 안전관리 새 과제로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노동절 휴일인 5월1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 행사가 긴급 취소됐다. 만화영화 캐릭터인 포켓몬스터의 30주년 기념행사였는데, 인파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전날 밤부터 밤샘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오전 10시에 행사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글자 그대로 물밀듯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성수동 카페 거리에 무려 4만 명이 몰렸고, 서울숲에는 12만 명이 모여든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적인 규모의 인파다. 이날 카페 거리에서는 체험형 공간 이벤트와 스탬프를 모으면 증정품을 주는 '스탬프 랠리' 행사가, 서울숲에서는 '잉어킹' 카드를 증정하는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곳에 국가적인 행사 이상으로 군중이 몰린 것이다.
행사가 시작된 오전 10시에는 이미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힘든 상황이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성수역 출구부터 이동이 어려울 정도"라는 목격담과 함께 안전 우려가 제기됐다. "오지 마라" "걷지도 못한다" "위험해 보인다" "경찰차 출동했다" 등의 게시글이 이어졌다.
언론에서는 "인파 관리 인력이 없었고, 위험한 상황이었다" "오전 10시 정각이 되자 게임 서버가 폭파되며 사람들이 다급해했다" "현장에는 안전 요원, 펜스, 안내판 등이 전혀 없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여유 공간도 없고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경험을 했다"는 내용의 인터뷰가 보도됐다. 인파가 워낙 많아 해당 지역 휴대폰 통신까지 불안정해졌다고 한다.

"왜 준비 안 했나"…쏟아진 비난의 화살
50건 이상의 신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되자 경찰이 즉시 투입됐고, 사고를 우려한 서울시는 오전 11시쯤 행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발 빠른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주최 측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며 행사 취소를 발표했다.
현장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행사가 일방적으로 취소되자 실망감이 컸을 것이다. 고성이 오가는 등 마찰이 발생했고, 이 소동은 인터넷에서 크게 확산됐다. 주최 측을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대규모 인파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정도 인파를 예상 못 했느냐"는 질타였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주최 측만을 비난할 일일까.
물론 어느 정도 인파가 몰릴 수 있는 행사이긴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포켓몬 카드를 증정한다고 했는데, 희귀 카드일 경우 상당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4월 영국에서는 한 교사가 어린 시절 모아둔 포켓몬 카드를 정리하다가 경매 예상가 2만5000파운드(약 5000만원) 평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2월에는 피카츄 희귀 카드가 약 1200만 파운드(약 240억원)에 낙찰됐다는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이런 내용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이번 행사에도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이 이러한 요소까지 고려해 인파 관리 계획을 좀 더 면밀히 세웠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16만 명이 한꺼번에 몰릴 것까지 예측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탐나는 경품이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는 캐릭터 팝업 행사에 가깝다. 그런 행사에 월드컵 거리 응원 수준의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쉽지 않다.
경찰 대응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됐지만, 경찰과 소방은 주최 측의 요청이 있을 때 안전 관리에 나설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포켓몬코리아의 사전 요청은 없었다. 반면 얼마 전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에서는 주최 측인 하이브가 수천 명의 관리 인력을 투입하고 경찰에도 협조를 요청해 대규모 대응이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에도 "왜 그렇게 과도하게 통제하느냐" "공무원을 왜 투입하느냐"는 비난이 이어졌다. 철저히 관리하면 과잉 대응이라 하고, 관리가 부족하면 준비 소홀이라 비판하는 상황이다.
군중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몰릴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방탄소년단 무료 공연은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 거의 확실한 행사였다. 그래서 이에 걸맞게 대응했지만, 실제 규모는 예상과 달랐고 그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인파가 몰릴지조차 불확실한 캐릭터 행사에 16만 명을 가정한 대응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방탄소년단 행사는 하이브가 이례적으로 10만 명 이상 인파 관리 책임을 자발적으로 떠안은 사례다. 일반적인 민간기업이라면 그 정도 부담을 감수하기보다 애초에 행사를 기획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16만 명의 인파가 예상됐다면 애초에 포켓몬스터 행사를 안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찰에 통제를 요청하지 않고 행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은, 주최 측이 대규모 군중 밀집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일정 부분 합리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카드 경품이 있다고 해도 만화영화 캐릭터 행사에 16만 명이 몰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쏠림 현상의 일상화
진짜 문제는 예측 범위를 벗어난 군중 밀집이 앞으로도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누리꾼들의 관심이 순식간에 집중되면서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두쫀쿠도 과열됐고, 최근에는 특정 이벤트나 팝업스토어에 사람들이 몰리는 일이 빈번하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1600만 관객 몰이 역시 이례적인 흥행 사례였다.
이처럼 트렌드가 순식간에 형성되면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대중이 일시에 한 지점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도 언제 어디에 군중이 몰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도심 곳곳에 형성된 핫플레이스가 많은데, 그런 곳에 갑자기 수천 명이 몰릴 경우 큰 혼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트렌디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주최 측은 군중의 비정상적인 집결 사태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안전 관리 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야 하며, 시민들도 군중이 밀집하는 상황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번처럼 안전 문제로 행사가 중단됐을 때 단순히 격분할 것이 아니라 질서 유지에 협조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또, 적극적인 안전 관리에 대해 방탄소년단 공연 때처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올해 초 서울 관악산이 갑작스럽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인파가 몰렸다. 인터넷 시대에는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트렌드가 순식간에 형성되고 과열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군중 밀집에 대한 경계와 대비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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