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하이 로이는 내 자랑

※ 해당 기사에는 명조의 3.3 버전 조수 임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쿠로게임즈 '명조: 워더링 웨이브'의 3.3 버전 조수 임무는 다시 한 번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지난 3.1 버전 스토리에서도 같은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다시 꺼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스토리는 일찌감치 끝낸 지 오래였다. 3.3 버전 오픈 첫날에 모든 스토리를 완료했으나 스포일러가 걱정되기도 했고, 당시 너무 감동을 받은 터라 제대로 된 글이 써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일주일이 넘게 지난 지금 다시 돌아봐도 정말 훌륭한 스토리였다.
3.3 버전 조수 임무를 모두 마친 직후 기자는 주변 지인들에게 "넌 명조를 해야 한다"며 반쯤 광기 어린 추천을 이어갔다. "갓겜충"이라는 반응도 들었지만, 스토리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적어도 이번 조수 임무만큼은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완성된 에이메스의 서사부터 중요한 공명자인 히유키의 이야기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이야기 구조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신파극에 가깝다. 그러나 이를 압도적인 연출과 감정선으로 풀어내며 강한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라하이 로이의 이야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된 감은 있었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결말이었다. 오히려 이번 버전의 고점이 너무 높아 이후 스토리의 부담이 커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이번 조수 임무의 여운에 잠기고 싶다. 유저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2주년 선물이었다.
시작부터 본론으로 들어가는 속 시원한 진행

보통 대형 스토리는 초반에 떡밥을 뿌리거나 전개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고구마 구간'이다. 그러나 이번 5막은 달랐다. 시작부터 엑소스트라이더 계획을 공유하는 루크, 이를 듣자마자 행동에 나서는 방랑자까지 속도감 있게 전개가 이어진다.
그렇다고 빠른 전개가 억지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미 3.1 버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라하이 로이의 입장에서 방랑자는 어디까지나 신입생에 불과하다. 진실을 아는 극소수 인원을 제외하면 엑소스트라이더 조종 권한을 바로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스페이스트랙 콜렉티브 총책임자 '체이스'를 만났을 때는 또 한 번 긴 설득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방랑자의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높은 호감도를 느끼게 됐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판단력 하나만큼은 투자 전문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라하이 로이 스토리의 또 다른 MVP라고 부를 만하다. 동시에 방랑자가 실패했을 경우까지 대비하는 모습은 훌륭한 책임자의 전형처럼 느껴졌다.
신규 지역 '어둠의 평원'에 진입했을 때는 예상보다 넓은 규모에 놀랐다. 신규 맵 탐사 욕심도 생겼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이메스를 구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쿠로게임즈는 메인 스토리 흐름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했다. 굳이 탐사를 강요하지 않고 빠르게 메인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흐름이 끊기지 않았고,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빠른 전개를 유지하면서도 버전별로 쌓아온 떡밥과 설정 회수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명조식 인간찬가 스토리는 역시 맛있다

라하이 로이에서 방랑자는 스스로의 힘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리나시타 종막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방랑자 혼자만의 힘으로는 명식이라는 거대한 위협을 막을 수 없었다. 스타토치 아카데미에서도 끝내 에이메스의 희생이라는 결과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방랑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방법을 찾고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인간찬가식 스토리 구성이 이번에도 강하게 살아 있었다.
이번 조수 임무 역시 마찬가지다. 방랑자는 각오를 다지고 스트라이더 게이트를 열어 엑소스트라이더를 조종하지만, 데니아의 방해로 게이트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그 순간 등장한 에이메스는 "원점의 빛은 저희가 지탱할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방랑자는 의식을 잃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엑소스트라이더는 이미 알레프 원에게 삼켜졌고, 계획은 실패로 끝난 듯 보였다.


그러나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방랑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움직였다. 에이메스가 남긴 카세트 테이프의 정보를 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엑소스트라이더를 되찾아가는 과정은 이번 조수 임무의 백미였다.
특히 히유키의 성장 서사가 인상적이다. '진정한 구세주'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던 히유키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큰 여운을 남긴다.
히유키는 방랑자에게 "그 아이를 구세주의 길로 이끌고 고통과 불행을 안겨준 것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 이에 방랑자는 "후회를 한탄하기 위해 에이메스를 찾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은 제 자랑이다"라고 답한다.

3.1 버전에서 에이메스가 "제가 당신의 자랑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연출이었다. 이번 3.3 버전에서 가장 크게 감정을 흔든 대사 중 하나였다. 에이메스는 내 자랑이 맞다.
다만 데니아 관련 서사는 다소 빠르게 정리됐다는 느낌도 남는다. 전개 속도가 워낙 빠르기도 했고, 떡밥 역시 충분했지만 역할의 중요도에 비해 퇴장 시점이 빠르게 느껴졌다. 이후 공개될 에필로그 '녹아내린 밤하늘 아래'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이트 재진입 이후 등장하는 컷신은 이번 버전 최고의 명장면이라 부를 만하다. 3.3 버전 OST 'Homecoming Star from the Unbound'와 함께 펼쳐지는 보이드스톰 내부 연출은 인간찬가 그 자체였다.
3.3 버전 출시 직후 유저들 사이에서는 "리플레이의 악마가 강림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감동적인 장면을 본 뒤 다른 유저들의 반응까지 반복해서 찾아보게 된다는 의미다. 기자 역시 다른 유저들의 반응 영상을 보며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
보이드매터 내부에서도 끝까지 사람들을 구하려는 에이메스, 희망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대가로 정보를 남기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최근 게임 컷신 가운데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방랑자는 에이메스와 재회하고 엑소스트라이더를 되찾아 알레프 원과 최종 결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핵심 파츠인 리액터 드라이브가 없는 상태로는 알레프 원에 맞설 수 없었다.


그 순간 에이메스가 인류 기술의 집합체인 '리액터 드라이브 레플리카'를 가져오며 엑소스트라이더를 완전히 부활시킨다. 엑소스트라이더가 "Eclipse"라는 BGM 도입부와 함께 각성하는 연출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전개였지만, 완성도 높은 연출 덕분에 강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엑소스트라이더와 알레프 원의 메카 전투 역시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줬다. 모바일 게임에서 이런 수준의 전투 연출을 경험할 수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단순 수호신 운반 기체였던 엑소스트라이더가 인류의 심장이라 불리는 리액터 드라이브 레플리카를 이식받고 새로운 수호신 기체로 거듭나는 과정도 인상 깊었다. 엑소스트라이더가 자신의 코드명을 '라하이 로이'로 바꾸고 싶다고 말하며 "이 심장의 출처를 늘 마음에 새기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번 스토리의 낭만을 상징하는 대사였다.
결국 에이메스는 무사히 돌아왔고, 라하이 로이 역시 명식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된다. 유저들이 바랐던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해피엔딩이었다.


후일담 퀄리티까지 완벽했다

조수 임무 완료 이후 이어지는 후일담 역시 완성도가 높았다. 에이메스 후일담에서는 미처 끝내지 못했던 대화를 이어간다.
보이드매터 내부에 오랜 시간 갇혀 있었던 에이메스를 걱정하는 방랑자, 농담 대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감정 이입을 불러왔다. "에이메스야, 아무리 그래도 그러면 안 됐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방랑자를 다시 만나 기쁘다고 말하는 에이메스와, 그런 그녀를 끌어안으며 자신 역시 같은 마음이라고 답하는 장면은 이번 스토리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히유키의 후일담도 훌륭했다. '호나미에서 치를 마지막 정화 의식'을 다짐하며 선대 무녀 교쿠로와 마주하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끝없는 고민 끝에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마침내 스승과도 같았던 존재를 넘어서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히유키는 "제가 그 사람만큼 강했다면 후회만 남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성공한 구세주인 그 사람 역시 수많은 실패와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이유가 곁에서 함께해준 동행자들 덕분이었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킨다.
리나시타부터 라하이 로이까지, 결국 방랑자 역시 완벽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명조가 보여주고자 하는 인간찬가의 핵심을 가장 잘 보여준 문장이 아닐까 싶다.
이번 3.3 버전 조수 임무는 다시 한 번 명조의 최고점을 갱신한 2주년 선물이었다. 명조가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감정선을 유저들이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하이 로이에서의 여정은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이야기다.
hopesre@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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