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된 암, 항암 안 하는데 10년째 그대로"… 속도 억누르는 요인, 뭘까?

이수민 2026. 5. 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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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전이 속도에 영향 미치는 3가지
종양 자체의 유전적 특성이 암 전이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의사들이 암 전이 속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문용화, 김슬기 교수는 최근 유튜브 '암정복TV'에서 '10년째 멈춘 전이암, 암 전이 속도의 비밀'을 주제로 구독자들에게 내용을 설명했다.

먼저 문용화 교수는 "진료하는 환자 중 폐 전이가 된 자궁내막암 환자가 있는데 호르몬 약만 먹는데도 10년째 암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처음엔 전이가 있어서 큰일 났다 싶었는데, 10년간 하나도 안 변했다"며 놀라워했다. 이어 "어떤 경우는 전이가 돼도 항암제를 강하게 쓰지 않거나 호르몬제만 쓰는데도 10년 이상 더 진행 없이 지낸다"며 "완치라고 하긴 어렵지만 전이가 아주 천천히 되며 억눌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슬기 교수는 "암은 하나의 질환이 아니다. 같은 장기에 생긴 암이더라도 완전히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며 "암세포 1cm 안에도 10억개의 세포가 있는데, 세포 하나하나의 특성은 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전이 속도도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와 김 교수가 말한 암 전이 속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종양 자체의 유전적 특성, 종양 미세환경, 면역과의 균형이었다. 각각에 대해 알아본다.

암 전이 속도에 대해 이야기 하는 문용화, 김슬기 교수. 사진=유튜브 '암정복TV'

전이 촉진 신호 활성화된 암들 있어

무엇이 암 전이 속도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김슬기 교수는 "종양 자체의 유전적 특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종양 자체에서 세포 이동 경로, EMT 유도 신호 등이 활성화된 암들이 있다. 이런 암은 당연히 더 빨리 퍼진다"고 했다. 암세포 EMT 유도 신호란 암세포가 제자리에 붙어 있던 성질을 잃고, 주변 조직으로 파고들거나 다른 부위로 이동하기 쉬운 상태로 바뀌도록 만드는 생물학적 신호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암세포는 서로의 결합이 느슨해지고 이동성이 커져 침윤과 전이가 더 잘 된다.

상처 회복 세포, 혈관 세포 등이 암 전이 유도하기도

김슬기 교수는 "두 번째 요인은 미세 환경이다. 결국 암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주변에 여러 세포들이 있다. 면역세포라든지 섬유아세포가 암 세포를 도와줄 수 있고, 혈관세포도 암이 더 잘 이동하게 도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혈관이 많거나 염증이 풍부한 환경이라면 더 전이가 빨리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했다.

실제 면역세포가 항상 암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암세포는 주변 면역세포의 성질을 바꿔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바뀐 면역세포는 암세포를 제거하기보다 염증과 혈관 생성을 촉진하고,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뚫고 이동하거나 면역 감시를 피하도록 도와 성장과 전이에 관여할 수 있다. 암 주변의 섬유아세포는 원래 조직을 지탱하고 상처 회복을 돕는 세포이지만, 암이 만든 신호에 영향을 받으면 암세포의 성장과 침윤, 전이를 돕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면역세포가 충분히 기능해야 암 세포 잘 사멸

김슬기 교수는 "NK세포 같은 면역세포는 원래 암을 죽이는 능력이 있다. 이 면역세포들이 암 세포를 잘 죽이면 암 세포가 혈류에 들어가도 살아남지 못한다"며 "이에 따라 암세포가 다른 장기에 정착할 확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면역과의 균형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암 전이 막는 생활습관은?

암 전이를 생활습관만으로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치료와 정기검진을 잘 이어가면서 금연·절주·규칙적인 운동·균형 잡힌 식사·적정 체중 유지 등을 실천하면 회복과 예후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흡연과 과음은 여러 암의 발생과 재발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피하고, 걷기나 가벼운 근력운동 같은 신체활동을 해야 한다. 체력 회복과 근육 유지, 만성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식사는 특정 '항암 식품'에 의존하기보다 채소·과일·통곡물·콩류와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챙긴다. 가공육·과도한 붉은 고기·당분 많은 음료·고열량 식품은 섭취를 자제한다. 다만 치료 중에는 체력과 영양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무리한 운동이나 극단적인 식이요법은 피하고, 의료진과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생활관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수민 기자 (suminle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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