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손끝에서 다시 살아난 행궁동⋯벽화 골목, ‘참여형 도시재생’ 되다
관광객 함께 붓 들며 공동체 기억 복원

수원 행궁동 벽화 골목이 다시 색을 입고 있다. 오래된 골목 담벼락은 관광객의 붓끝을 만나 새로운 풍경으로 되살아나는 중이다. 단순한 벽화 보수가 아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예술 행위가 도시의 기억을 복원하고 공동체 감각을 회복하는 도시재생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윤숙 작가와 박은신 작가는 경기더드림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지난 4일부터 행궁동 벽화 재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9일 행궁동 벽화 작업 현장에는 부산에서 온 모녀 관광객과 용인의 초등학생 가족, 서울에서 방문한 50대 여성 친구들까지 다양한 시민이 벽화 그리기에 참여했다. 시민들은 벽면 한 켠에 복사꽃 한송이를 덧그리며 골목 예술의 일부가 됐다.

행궁동 벽화마을은 한때 전국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주목받았던 공간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색이 바래고 일부 벽화는 훼손되면서 유지·관리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노후 벽화를 복원하는 동시에 '참여형 예술'을 통해 공간의 생명력을 다시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도시사회학적으로도 이번 작업은 상징성이 크다. 기존 도시재생이 시설 정비와 관광 인프라 조성 중심이었다면, 행궁동 벽화 재생은 시민 참여 자체를 콘텐츠로 전환했다는 특징이 있다. 관람객은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다. 골목 풍경을 함께 만드는 창작자가 됐다.
이는 최근 도시재생 흐름에서 강조되는 '관계 회복형 재생'과도 맞닿아 있다.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개발 논리가 아니라 사람과 장소의 기억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벽화 한 장에는 도시의 시간과 주민의 삶, 방문객의 경험이 겹겹이 스며든다.
특히 행궁동은 수원화성과 맞닿은 역사문화권이라는 점에서 상업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래된 주거 골목과 예술 공간, 청년 창업 가게가 공존하는 행궁동 특유의 감수성은 벽화 예술과 결합하며 독특한 도시 미학을 형성해 왔다.
이번 벽화 재생 작업은 색이 바랜 담장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졌던 골목에 다시 체온을 입히는 과정에 가깝다. 관광객이 남긴 작은 붓질 하나가 도시의 풍경을 바꾸고, 그 기억은 다시 행궁동의 시간으로 축적된다.
행궁동 벽화 골목은 지금도 천천히 다시 그려지고 있다. 벽은 더 이상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완성하는 살아 있는 캔버스가 되고 있다.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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