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S는 멈추고 CCU는 달린다…엇갈린 한국 탄소포집[이유범의 에코&에너지]
강원 CCU 메가프로젝트는 2026년 착수
노르웨이·미국은 상업화 단계인데…한국은 아직 실증 수준
법은 만들어졌지만 인센티브 체계 없어…민간 투자 요원

[파이낸셜뉴스]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은 2050년 탄소중립의 필수 도구로 세계 각국이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목표는 크고 기반은 약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속도로는 한국이 2030년 CCUS 목표치의 10분의 1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탄소를 포집한 뒤 땅속에 묻는(CCS) 방식과 자원으로 전환해 활용하는(CCU) 방식이 존재하는데, 특히 한국은 CCS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집(Capture), 활용(Utilization), 저장(Storage)을 묶어서 부르는 통칭이 CCUS다. CCS는 포집한 탄소를 지하 저류층에 영구 격리하는 방식이고, CCU는 포집한 탄소를 연료·소재·화학물질 등으로 전환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두 기술은 목적은 같지만 경제 논리가 다르다. CCS는 비용을 감수하고 탄소를 없애는 것이고, CCU는 탄소를 팔아서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는 경제성이 불확실한 CCS는 국가가 주도하고, CCU는 민간이 담당하는 구조로 수렴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3년 국가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CCUS 분야 탄소 처리 목표를 2030년 기준 1120만t으로 설정했다. CCS 480만톤, CCU 640만t이 각각의 몫이다. 문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증 사업의 출발선조차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특히 철강·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은 공정 자체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환만으로는 감축에 한계가 있어, CCUS 기술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 CCS와 CCU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동해 CCS는 2021년 가스 생산이 종료된 동해가스전을 저장소로 전환해 울산·부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해저 파이프로 주입·저장하는 방식으로, 2030년 연간 120만t 저장을 목표로 했다. 총사업비 2조9529억원. 첫 예타 신청은 포집원 선정 방식 문제로 반려됐고, 재기획을 거쳐 2024년 1월 예타 대상으로 선정돼 KDI 현장실사까지 마쳤지만 2025년 8월 산업통상부가 예타 철회를 요청했다. 1년 반 넘게 진행한 예타를 스스로 거둔 것이다. 당초 2029년 본격 운영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배경은 탄소배출권 가격이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t당 8000~9000원으로 EU(8만~9만원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기업 입장에선 CCS 투자보다 배출권 구매가 경제적이다. 산업부는 "경제성 재검토 후 예산을 줄여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예타가 무산되면 국내 CCUS 기술 개발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CCU 노선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1조1392억원 규모의 'CCU 메가프로젝트'가 2026년부터 착수돼, 5개 산업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e-메탄올·탄산리튬·건축 자재 등으로 전환한다. e-메탄올은 선박연료로, 탄산리튬은 2차전지 원료로 쓰인다. 다만 CCU만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에 한계가 있다. 탄소를 제품으로 만들어도 사용 시점에 다시 대기로 방출된다. 대규모 영구 격리를 위해서는 CCS가 함께 이뤄져야 하며, 철강·시멘트 등 공정 배출이 불가피한 업종에서 CCS는 사실상 유일한 감축 수단이다.

해외와 비교하면 한국의 현황이 드러난다. 노르웨이의 '노던라이츠 프로젝트'는 유럽 각지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선박으로 북해 해저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상업 운영 중이다. 에퀴노르·셸·토탈에너지스 컨소시엄이 탄소 저장을 서비스로 판매한다. 유럽 철강·시멘트 기업들이 이 서비스를 구매하고 있다. 1단계 저장 용량은 연간 150만t으로,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미국 텍사스의 스트라토스 플랜트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세계 최대 DAC 시설로 상업 운영 중이다. 옥시덴탈 자회사가 운영하며 연간 최대 50만t 포집을 목표로 한다. 스위스 클라임웍스의 아이슬란드 플랜트는 마이크로소프트·에어버스 등과 장기 탄소 제거 계약을 맺고 있다.
한국은 2017년 포항 해상에서 세계 세 번째로 소규모 해상 지중저장에 성공했지만, 상용 규모로 넘어가지 못한 상태다. 그간 R&D를 통해 확보한 기술은 소규모 실증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수송·저장 인프라는 여전히 구축 전 단계다. 이미 상용화에 진입한 해외와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변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탄소 집약 수입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CBAM이 확대될수록, EU에 수출하는 기업들의 셈법이 달라진다.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EU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CBAM이 적용되는 순간 그 가격 차이만큼 수출 경쟁력에 직접 타격이 온다. EU는 최근 CBAM 적용 품목을 완제품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한국 제조업 전반에 대한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배출권 구매보다 직접 감축·포집이 경제적인 시점이 오면 민간 CCUS 투자가 움직일 수 있다. 그때를 대비한 기술과 인프라가 지금 갖춰져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CCUS로 처리해야 할 목표치 1120만t와 관련해 법은 만들어졌고, 기술도 있고, 저장소 후보지도 있다"며 "남은 것은 경제성과 정책 의지의 문제로 탄소를 묻는 것도, 파는 것도,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2030년은 빨리 온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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