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식들의 사랑 표현법…엄마 향한 ‘애정 밈’ SNS에 확산
장난 속 숨은 애틋함·친밀감 공감
어버이날 맞아 감사의 마음 전해

최근 온라인에서는 엄마를 향한 애정을 이처럼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말로 표현하는 밈이 번지고 있다.
‘동결건조’는 본래 식품이나 물질의 수분을 얼린 뒤 제거해 오래 보관하는 방식을 뜻하지만, SNS에서는 ‘소중한 존재를 지금 모습 그대로 오래 곁에 두고 싶다’는 의미로 쓰인다.
함께 쓰이는 말도 있다. ‘엄미새’다. ‘엄마에 미친 X끼’의 줄임말로, 유독 엄마를 좋아하는 사람을 빗대어 부르는 표현이다.
‘최애’, ‘덕질’처럼 팬덤에서 익숙한 언어가 가족관계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어버이날을 맞이한 가운데 엄마를 향한 애정을 담은 밈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밈에 공감한다는 20대 여성들은 모두 성인이 된 뒤 엄마와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는 반응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주원(27·여)씨, 광주 본가를 떠나 지난해부터 충청권에서 일하고 있는 신입 간호사 오수인(26·여)씨, 대학 진학 이후 수도권에서 생활하며 현재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정제인(29·여)씨 등이 그러한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모두 ‘엄마 동결건조’, ‘엄미새’ 같은 표현을 단순한 농담이 아닌 지극한 사랑이 담긴 표현으로 생각한다.
이씨는 “‘엄마 동결건조’나 ‘엄미새’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단어가 주는 생소함 때문에 웃음이 났다”며 “예전에는 ‘마마걸’, ‘마마보이’처럼 부모에게 의존한다는 부정적 느낌이 강했다면, 요즘은 엄마를 향한 지극한 관심을 당당하고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했다.
오씨의 반응도 비슷했다. “평소에도 엄마에게 평생 같이 살 거다, 엄마랑 같이 묻힐 거라고 말해왔다”며 “‘엄미새’라는 표현을 보자마자 나한테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웃었다.

“엄마가 내 태도에 자주 서운해하길래 ‘나 엄미새야’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뜻을 알려주니 ‘무슨 그런 말이 있냐’며 질색했지만, 얼굴은 함박웃음이었죠.”
정씨처럼 요즘 젊은이들에게 엄마는 더 이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강한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다.
성인이 된 자녀들은 엄마의 서툰 모습에서 오히려 애틋함과 귀여움을 느낀다.
충청권에서 일하며 광주에 있는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오씨는 다양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쓸 수 있도록 구독 서비스를 대신 결제해주기도 했다. 이후 엄마가 이모티콘을 이것저것 골라 보내는 모습을 보며 “너무너무 귀엽다”고 느꼈다.
떨어져 지내는 딸에게 어떤 이모티콘을 보낼지 고민하는 모습에서 엄마의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엄마에게 챗지피티 사용법을 알려준 이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AI에게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며 익숙한 엄마의 이미지와는 다른 점을 이야기했다.
두 사람의 말은 엄마가 더 이상 ‘완벽한 보호자’로만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변화된 엄마의 상을 느낄 수 있다.
자녀가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애틋함과 귀여움의 대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젊은 청춘들은 ‘엄마 동결건조’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단순한 농담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성인이 된 자녀들은 전자기기 앞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실제 나이를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씨는 “어렸을 때 엄마는 해결사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자기기를 다룰 때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곤 한다”며 “그런 모습에서 엄마가 안 늙었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움이 든다”며 웃었다.
서울에서 일하며 광주에 사는 엄마와 가끔 만난다는 정씨는 오랜만에 마주한 엄마의 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동결건조’ 밈의 인기가 엄마의 노화를 무겁게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엄마의 노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 너무 슬퍼집니다. 그 마음을 그대로 말하기보다 ‘엄마 동결건조해’라는 장난스러운 표현으로 돌려 말하는 것 같아요.”
성인이 된 뒤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는 정 씨의 말은 젊은 청춘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씨는 자라고 보니 엄마가 생각보다 소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일과 가사, 육아를 병행해온 엄마의 삶에 경외와 존경, 안쓰러움도 느낀다고 했다. 어릴 땐 대단해 보이던 엄마였지만 나이가 들어 부족하고 약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보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아직 효도할 수 있을 만큼 자리 잡지도 못했는데 엄마는 점점 나이 들고 있다”며 “엄마와 조금만 더 오래, 더 많은 걸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동결건조’ 밈에 더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장성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영란(65·여)씨는 두 딸이 대학 진학 이후 타지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김씨는 어느 날 가족 단체 대화방에서 큰딸에게 ‘엄마 동결건조’ 관련 이미지를 받은 적이 있다.
평소 딸이 무언가를 보내면 바로 답장하는 편이지만, 당시에는 도통 무슨 뜻인지 몰라 답하지 못했다.
그는 “나중에 딸들이 뜻을 설명해줘서 그제야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들어도 잘 이해가 안 됐는데, 둘째딸이 ‘엄마랑 평생 같이 살고 싶다는 뜻이야’라고 설명해줘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말을 직접 못해서 사진으로 보낸 무뚝뚝한 큰딸이 귀엽기도 했다”며 “처음엔 낯선 표현에 당황했지만, 뜻을 알고 나서는 요즘 자녀 세대가 부모에게 마음을 훨씬 편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부모를 향한 애정이 밈으로 표현되는 현상에 대해 한국여성학회장인 김미경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가족 간 친밀감 표현 방식의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족 간 친밀감 자체가 과거보다 더 커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드러내는 방식은 확실히 달라졌다”며 “전통적 가족주의와 권위주의적 관계가 약화되면서 친밀감 역시 보다 탈권위적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엄마 동결건조’는 거창한 고백도, 격식 있는 인사도 아니다. 직접 말하면 민망하고 진지하게 꺼내면 슬퍼질 수 있는 마음을 장난스럽게 돌려 말한 표현에 가깝다.
부모에게 마음을 전하는 어버이날, 누군가는 “엄마 늙지 마”라는 가장 솔직한 마음을 건넨다.
/설혜경 기자 sir@kwangju.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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