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떠나보내고 인생 되돌아봤다… 79% "죽음 대한 생각 달라져" [여론 속의 여론]
응답한 가구 52%가 8세 이상 양육
'예상되는 슬픔' 속 유대감 커지는데
이별 관련 정서적 대비는 46% 그쳐

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국내 2,002명의 보호자에게 물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어떤가요?” 본 칼럼은 한국 반려동물 가구의 돌봄 경험에 대한 2회에 걸친 연재물 중 두 번째로, 한국리서치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인문사회학 연구실이 지난해 3월 12~17일 공동으로 수행한 '2025 반려동물 양육 가구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모든 관계에는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 맺어지는 반려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짧은 동물의 생애주기를 겪으며 보호자는 동물이 늙고 병들고 쇠약해지는 과정이 인간에 비해 무척 빠르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보호자는 이 과정에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개와 고양이의 수명을 15년 정도로 본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에서 노령은 언제부터일까? 미국동물병원협회는 반려견의 경우 기대 수명의 75%가 지난 이후를 노령견으로 본다. 개의 품종이나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다. 미국고양이수의사협회는 10세 이후 고양이를 노령으로 간주한다. 최근 충북대 수의대 민경덕 교수팀은 국내 동물병원 진료기록 50만여 건을 분석하여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은 11세, 반려묘는 13세부터 노령으로 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노령 동물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통상 10세 이후를 노령으로 볼 수 있겠다.
국내 반려동물등록 시스템에 등록된 반려견 중 9년령 이상은 2021년 40%를 넘었다. 반려동물 노령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본 설문에서도 응답자 중 절반 이상(52.4%)은 8년령 이상의 동물과 함께 살고 있으며, 이 중 10년령 이상의 동물과 사는 가구는 38.3%에 달한다.



다시 생각하는 ‘반려 관계’, 동물과 부대끼며 살아가기
10년령 이상 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 가구 38.3%
다가올 반려동물 질병과 죽음에 대해 준비하기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의 노화와 함께 다가올 노령성 질병, 임종, 장례 등과 관련하여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 물었다. 응답자의 56.3%는 병원 데리고 가기, 대소변 처리, 약 먹이기와 같은 간병을 위한 활동과 시간 마련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병원비, 수술비, 약값 등 금전적 부담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1%다. 반면, 이러한 실질적인 생애말기 돌봄 준비에 비해 질병이나 죽음과 관련한 정서적 대비(46.9%)는 상대적으로 더 낮다.

동물의 생애말기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정서적 어려움, 이른바 ‘예상되는 슬픔(Anticipatory grief)’은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을 앞두고 미리 겪는 슬픔과 심리적 고통을 뜻한다. 말기 질환이나 임종 상황에서 경험하는 상실 전 슬픔이나 동물에 대한 안쓰러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우울, 분노,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포함된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로 인간-동물 상호작용과 수의학의 접점을 탐구하는 로리 코건 박사의 연구팀은 2022년 노령견 보호자들의 돌봄 경험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노령견 돌봄 과정에서 ‘예상되는 슬픔’의 맥락 속 걱정과 염려가 커질수록, 만족감, 삶(돌봄)의 목적의식, 그리고 평온함과 행복의 순간 역시 함께 커지는 역설적인 경향을 포착한다. 나의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돌보는 일이 오직 고난과 고통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은 유대감을 쌓고, 긍정적이며 보람 있는 경험과 추억을 만들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과정일 수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개인의 삶에서 처음 겪는 죽음일 수 있고, 가까운 친족이나 지인의 죽음과는 다른 종류의 슬픔과 상실의 경험일 수 있다. 이 죽음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구나 겪는 상실이 아니다. 이에 사회적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마음껏 슬퍼할 수조차 없는 '소외된 슬픔(disenfranchised grief)'의 형태로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1.3%는 동물의 상실에 대한 슬픔이나 애도의 과정에서 주위 가족이나 친구, 동료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상실의 슬픔 그 자체도 크지만, 슬픔과 애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곧 함께한 삶과 관계의 의미 역시 인정되지 않음을 뜻하기에 더 큰 감정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부 보호자는 동물의 죽음 이후 극심한 슬픔과 우울감, 무력감으로 일상을 영위하기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이를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으로 칭하는데, 임상 증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흔치 않다. 반면, 정상적인 슬픔과 애도의 과정이 종종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펫로스 증후군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동물의 죽음 이후 충분히 슬퍼하며 추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애도 과정임을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21% "주위 친구·동료 공감 못 받아"
'소외된 슬픔'이 펫로스 증후군으로
10명 중 7명 "장례서비스 이용할 것"
반려동물 죽음, 슬픔의 공공성 과정
과거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응답자의 85%는 죽음 이후 슬픔이나 죄책감 등으로 인해 감정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했다. 또한 건강이나 질병,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응답 역시 79.1%로 높다. 한편, 남겨진 반려동물이나 길고양이 등 다른 동물과의 관계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68.7%다. 이는 동물 죽음 이후 새로운 반려동물이 바로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려동물 죽음은 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대한 관점을 바꾼다. 우리는 이전보다 동물을 잘 이해하고 이들의 고통과 한계를 이해하는 동반자로 성숙해진다.

일리노이 대학의 제인 데즈먼드 교수는 반려동물 장례와 애도의 수행에서 드러나는 슬픔의 공공성(the publicness of the grief)을, 인간과 동물 사이 반려 관계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발현되고 인정받는 상징적인 현상으로 설명한다. 고인을 떠나보내고 기리는 시스템과 거의 동일한 화장, 납골당 등의 반려동물 장례와 추모 방식이 사회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 설문의 응답자 중 47.4%는 비용을 지불하고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화장, 봉안당 등)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또한 70.2%는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 사망 시 장례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규범적인 동물 장례 문화가 형성되고 일반화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이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공공성을 띠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경험은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상실의 경험이다. 이에 보호자마다 반려동물의 '좋은 죽음'에 대한 기준도,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방식도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 임종 과정과 죽음이 보호자가 자신의 삶과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전환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기존에 갖고 있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인식,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앞으로의 인간-동물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는 반려동물과의 만남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존재는 함께했던 이들에게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특히 마지막 순간의 기억은 더욱 깊고 오래 남는다. 반려동물 상실과 애도의 경험은 단순히 ‘펫로스’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개인적 슬픔만이 아니다. 함께 나눈 시간의 의미를 확인하고, 더 나은 끝맺음을 위해 감정적, 물리적, 심리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다.
본 연재는 2회에 걸쳐 반려동물과의 만남에서부터 일상의 돌봄, 노화, 질병, 죽음, 그리고 그 이후의 애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따라 반려동물-보호자 관계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했다. 반려동물은 기쁨과 위로를 건네는 존재이자, 동시에 걱정과 책임을 안겨주는 존재다. 반려 관계는 그저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과 생애에 깊이 개입하며 함께 살아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먼저 떠나는 존재를 배웅해야 한다. 서로 다른 두 종이 엮어낸 삶과 관계란 결코 가볍거나 쉽게 대체될 수 없다. 반려의 의미는 함께 살아가는 법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온전한 이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주설아 박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인문사회학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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