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새로운 세계 /이나영​

최미화 기자 2026. 5.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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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는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이렇듯 새로운 세계는 모성애의 뜨거운 발로다.

소재는 다르나 섬 역시 새로운 세계와 비슷한 호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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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시조 시인)

작은 주먹이 한 생을 흔들 때면/ 나였던 자리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두 개의 심장을 품고/ 다른 길로 향하는 중// 내 몸을 밀어내며 도착할 발자국에/ 따뜻한 숨 불어넣고 이름을 붙여본다// 내게서 자라난 네가/ 첫울음을 터뜨린다// 네 눈이 닿을 곳에 햇살만 비추려고/ 매일 다시 태어나며 봄을 머금는다// 작은 손 내미는 곳마다/ 첫 세상이 피어나도록
『시와소금』(2025, 겨울호)

「새로운 세계」는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시종 낮은 톤으로 조곤조곤 말하면서 새 생명의 탄생 비화를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작은 주먹이 한 생을 흔들 때면, 이라는 첫수 초장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은 주먹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서 한 생을 흔들면 나는 나였던 자리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하여 화자는 더없이 소중한 두 개의 심장을 품고 다른 길로 향하고 있다. 그런 중에 내 몸을 밀어내며 도착할 발자국에 따뜻한 숨 불어넣고 이름을 붙여본다. 그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마침내 내게서 자라난 네가 첫울음을 터뜨린다. 눈부신 고고성이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서 처음 우는 울음소리는 산모와 가족들에게는 무한한 감격이다. 이 세상살이의 멋진 시작 신호이기 때문이다. 산모는 한 생각에만 붙잡혀서 따뜻한 움직임을 보인다. 아기의 눈이 닿을 곳에 햇살만 비추려고 매일 다시 태어나며 봄을 머금는 일이다. 간절히 소원하는 바는 그렇다. 작은 손 내미는 곳마다 첫 세상이 피어나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세계」는 모성애의 뜨거운 발로다. 이 얼마나 행복에 겨운 일인가? 감정이 거세게 일어나 참기 힘들 텐데 잘 제어하면서 신성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섬」을 읽는다.
무엇도 건너오지 못하는 깊은 고요 속/ 파도가 소리를 삼킨 곳에 나를 두었다/ 한 방울 말도 남지 않은/ 나의 폐허/ 나의 새벽// 천천히 무너지는 내일을 바라보면/ 나를 향해 열린 문은 하나도 없었다// 몇 겹의 침묵이 쌓이면/ 물결도 숨을 고를까// 무릎을 접은 채로 내가 나를 껴안는다/ 검은 새가 어깨에 그림자를 두고 간다// 낮보다 긴 저녁들이/ 나를 지키고 있다// 축축이 젖은 나를 달빛이 일으킨다/ 불러도 대답 않고 등 돌린 건 너였다고// 침묵의 날들을 태워/ 폐허를 한 겹씩 벗겨낸다.

소재는 다르나 「섬」 역시 「새로운 세계」와 비슷한 호흡이다. 나, 라는 자아 호칭이 여덟 번 등장하는 데 비해 상대를 뜻하는 너, 는 단 한 번 나온다. 너, 가 한 번 나오지만 너, 는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등 돌린 존재였기에 나에게는 무거운 대상인 셈이다. 내가 나를 껴안는다, 축축이 젖은 나를 달빛이 일으킨다, 에서 보듯 화자는 폐허를 벗겨내고자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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