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마다 돌아오는 활기… ‘양평물맑은시장’ 오일장

장태복 2026. 5. 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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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자리 3·8일에 600개 좌판 깔려
경의중앙선 이용 장날 1만명 방문
노점서 지역화폐 양평통보 사용
지역 역사·문화 간직 소통 공간

달력의 끝자리가 3이나 8인 날마다 양평역 인근엔 ‘양평물맑은시장’ 오일장이 열린다. 늘어선 좌판 인근으로 방문객들이 음식점포에 줄을 서고 있다. 2026.5.8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달력의 끝자리가 3이나 8인 날, 양평군 양평읍의 아침은 평소보다 두어 시간 일찍 시작된다. 정적을 깨는 화물차 소리와 천막이 세워지는 쇳소리는 닷새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날의 신호탄이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매끈했던 아스팔트 도로는 어느새 왁자지껄한 삶의 현장으로 탈바꿈한다.

이 정기적인 리듬에 맞춰 양평역 앞 일대는 거대한 상업 생태계로 변모한다. 기존 400여 개의 상설점포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200여 개의 노점이 더해져 총 600여 개의 좌판이 촘촘히 들어선다. 이른 새벽부터 제철 채소와 과일, 옷가지를 가득 싣고 온 상인들이 짐을 풀면 비로소 양평물맑은시장의 본격적인 하루가 열린다.

달력의 끝자리가 3이나 8인 날마다 양평역 인근엔 ‘양평물맑은시장’ 오일장이 열린다. 음식좌판 너머로 양평친환경로컬푸드 건물의 모습이 보인다. 2026.5.8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이 북적임의 뿌리는 남한강 물길과 맞닿아 있다. ‘동국문헌비고’에 18세기 후반 2일과 7일장으로 기록됐던 ‘갈산장(葛山場)’이 그 시초다. 과거 강원도의 땔감과 한양의 소금이 오가던 물류 중심지는 시대의 흐름 속에 3·8장으로 날짜를 옮겼고, 교통의 중심축 역시 뱃길에서 철길로 바뀌었다. 특히 2009년 경의중앙선 개통은 장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철을 타고 쉽게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수도권 나들이객이 대거 유입됐고 현재는 장날 평균 방문객만 1만명을 훌쩍 넘긴다.

장터의 백미는 역시 사람 냄새가 밴 먹거리다. 시장 중심부 가마솥에서 끓여내는 해장국과 고소한 전 냄새가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장이 절정에 달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먹거리 골목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다.

달력의 끝자리가 3이나 8인 날마다 양평역 인근엔 ‘양평물맑은시장’ 오일장이 열린다. 늘어선 좌판 너머로 양평역 철길의 모습이 보인다. 2026.5.8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현장에서 만난 한 노점상인은 “역이 바로 코앞이라 전철을 타고 오시는 어르신들이 참 많다”며 “특히 나들이 행사가 많은 5월은 평소보다 손님이 훨씬 북적여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현대의 양평물맑은시장은 옛것에 머물지 않는다. 노점 곳곳에서 지역화폐인 ‘양평통보’가 자연스럽게 쓰이고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양평 인근 농가들의 좌판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군 관계자는 “양평오일장은 단순한 상거래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소통의 광장”이라며 “앞으로도 전통시장의 정취를 살리면서 방문객들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장태복 기자 jk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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