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윤” 외치더니 친윤 공천…국민의힘, 결국 ‘윤석열의 그림자’ 못 벗었다
지지율 격차 확대, 지방선거 전략 비상 신호

국민의힘은 지난 3월9일 국회에서 전체 의원 107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응해 '절윤(絶尹)' 선언을 하며,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탄핵과 비상계엄 논란 이후 무너진 보수 진영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선언은 2개월도 지나지 않아 현실 정치 앞에서 흔들렸다.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을 보면, 국민의힘이 정말 윤석열 체제와 결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전략 공천되거나 단수 추천을 받으면서 "절윤은 구호였을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 사례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전 방통위 부위원장 공천이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정부 시절 강성 친윤 색채를 상징했던 인물들이다. 여기에 추경호 전 의원, 이용 전 의원 등 친윤 핵심 그룹도 주요 지역 후보로 낙점됐다. 충북에서는 김영환 지사가 다시 공천장을 받았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사들이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셈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절윤은 윤 전 대통령의 정치 복귀를 반대한 것이지 친윤 인사 배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형식 논리로는 맞는 말이다. 특정 정치인과의 관계만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공천은 결국 경쟁력과 조직력, 지역 기반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 정치의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에서 국민이 보는 것은 법률적 정의가 아니라 메시지의 일관성이다. 국민의힘은 스스로 "윤석열 정치와 거리 두기"를 선언해 놓고도, 실제로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얼굴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쯤 되면 절윤이 아니라 "윤 없는 친윤 체제 유지"에 가깝다.
정진석 전 의원 사례는 이런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계엄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 인간적 관계를 끊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정치적 선 긋기와 인간적 의리를 동시에 말한 셈이다. 그러나 당 안팎의 반발은 거셌고 결국 그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내부조차 아직 어디까지가 '윤의 그림자'인지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심이다. 5월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NBS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6%, 국민의힘은 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낮아졌고, 국민의힘은 3%포인트 높아졌으나 양당 간 격차는 28%포인트였다.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에 대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2%였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는 점은 보수 진영에 뼈아픈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의 후폭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누가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는 내부 논리에 갇혀 있다. 조직력이 있고, 인지도가 있고, 강성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친윤 인사들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당의 외연 확장을 가로막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수 정당의 재건은 단순히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과 거리를 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집단적 성찰, 그리고 그 과정에 책임이 있었던 인물들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 공천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치는 선언이 아니라 인사로 증명된다. 국민의힘이 정말 미래로 가고 싶다면, 먼저 과거의 얼굴들부터 정리해야 한다. 지금 유권자들이 보는 것은 '절윤 선언문'이 아니라 공천장에 적힌 이름들이다.
힌퍈 NBS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9.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