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형량 8년 줄인 이유 보니…2심 “국무회의 제대로 했어도 계엄 못 막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가 “적법한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대통령에게 반대 의견을 전했더라도 비상계엄 선포를 막았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과는 달리 비상계엄 당시 한 전 총리에게 계엄을 막지 않은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는 한 전 총리의 항소심 판결문에 이같이 적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형식적인 의사정족수를 채우는 등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 같은 외관을 만든 것은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것’으로 인정했다.
다만 국무회의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엄을 막았어야 할 ‘부작위 책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책임)까지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작위범이 성립하려면 ‘만약 해야 할 일을 했다면 결과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한 전 총리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국무회의에서 집행부의 중요한 정책에 관해 심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 내용에 구속받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꼭 국무회의를 거칠 필요는 없다”, “내가 한 결정이다. 이미 언론에 다 이야기했고 문의도 빗발치는 상황이어서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며 국무회의 심의 유무와 무관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만약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고 실질적 심의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하며, 국무회의록을 작성했다 해도 비상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한 전 총리에게 계엄을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한 1심 판단과는 차이가 있다. 1심은 “한 전 총리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실질적인 국무회의 심의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도록 했다”며 부작위 책임까지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의 2심 선고 형량이 1심보다 8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1심은 징역 2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15년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뿐 아니라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서류 손상, 위증 등 주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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