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모험에서 발견하는 것들 [신이인의 시(詩)월드]

2026. 5.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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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시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시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신이인이 사랑하는 시집을 소개합니다.

펭귄, 박쥐, 그 밖의 생소하고 이국적인 풍물로 가득한 시집을 읽으며 감각할 수 있는 것은 세계보다도 더 너른 시인의 품이다.

시인은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 살아가며 겪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모험담에 곁들여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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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나 시집 '나의 모험 만화'
편집자주
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시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시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신이인이 사랑하는 시집을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월에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 날이 좋아서일까, 공휴일이 많아서일까. 자꾸 기차표며 비행기표를 찾아보게 된다. 마음만큼은 세계를 누비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는다. 지갑도, 체력도, 시간도 영 여유롭지 못한 탓이다.

그래도 시집 한 권 읽을 여유 정도는 충분하다. 여행 가는 기분으로 집어들기에는 김보나 시인의 '나의 모험 만화' 만한 게 없다. 이 시집의 화자는 사방팔방 안 가는 데가 없다. 모험하는 사람다운 설렘, 용기, 경쾌함을 담아 자신이 보고 겪고 느낀 것을 기록한다.

나의 모험 만화·김보나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156쪽·1만2,000원

""펭귄 몸무게를 어떻게 재는지 알아?"/ 그의 물음표에 나는 고개를 휘저었다// "이렇게 하는 거야"/ 그가 날 껴안았다 한순간에// 심장이 헤엄치네/ 나는 눈보라의 고장에서 왔어/ 정어리 말고도 한 아름 안아보고 싶어진 것은// 인간" ('겨울 나라에서')

"땅거미가 찾아오고/ 박쥐 무리가 날아가는 저녁// 시력을 포기했으니까 박쥐는 어둠을 헤쳐나갈 초음파를 얻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어둠 속을 같이 걷고 싶은 사람에겐/ 이렇게 말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 같이 진화하자" ('윙스팬')

펭귄, 박쥐, 그 밖의 생소하고 이국적인 풍물로 가득한 시집을 읽으며 감각할 수 있는 것은 세계보다도 더 너른 시인의 품이다. 김보나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 박쥐처럼 진화해 어둠을 극복하려다가, '검은 날개로도 악마가 될 수 없다면 사람과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하자'고 되뇐다. 따뜻한 곳에서 태어난 바다거북은 암컷이라는 설에 '너를 품어서 여자 눈물, 여자 콧물을 태어나게 해주겠다'는 뭉클한 고백을 덧붙인다. 어디에서 무엇을 마주하더라도 그 경험이 허투루 사라지지 않을 견문록을 쓴다.

어쩌면 인생도 무료할 틈이 없는 여정이겠다. 시인은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 살아가며 겪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모험담에 곁들여 푼다. 떠나온 학창시절에 대해서도 자주 추억한다. 만화부 여학생으로 지칭된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시집이 여느 만화책과 닮아 보인다. 귀엽고 알록달록한데 진지한, 웃음과 눈물이 함께인 그런 만화. 그 앞에서 독자는 시공이 흐르는 체험을 한다.

"일생에 단 한 번/ 잊을 수 없는 고백을 듣고 싶었지만/ 나는 늘/ 먼저 고백하는 사람으로 자랐어/ 환자복을 입은 다음부터/ 미안한 사람들을 병상에 모아놓고/ 안녕 나 암이래/ 말하고 싶었어/ 사람 아니게 되어/ 모든 빚을 탕감받고 싶었어" ('미친 봄날 생각')

신이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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