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 더봄] ‘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직접 만들어 보니···스톤 선택부터 제작까지 6개월 여정
생전 아버지의 마음이었던 ‘알반지’ 약속
5.0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로 완성
미뤄졌던 ‘언젠가’ 드디어 오늘이 되다
딸이 도전한 첫 다이아몬드 반지 제작기

(전편에 이어)
언젠가 엄마에게 '알반지'를 꼭 해주겠다고 늘 말했던 아버지. 그러나 '언젠가'는 끝내 오지 않았고 그 약속은 오랜 시간 나의 후회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엄마를 위한 반지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주얼리 업계에서 일하며 반지를 만드는 과정은 단계별로 말이나 글로 세부 공정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했고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직접 반지를 만들어보니 보는 것과 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관찰자의 시선과 창작자의 손길 사이에는 생각보다 깊은 골짜기가 놓여있었다. 한마디로 반지 만들기는 관찰자에겐 미지의 세계였다.

엄마의 다이아몬드 취향과 마음 읽기
본격적인 첫걸음은 반지를 가지게 될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었다. 엄마는 전통적인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을 원했다. 나는 아버지가 해주고 싶다던 2캐럿보다 큰 5캐럿을 제안했다. 오랜 시간 미뤄져 온 마음의 무게를 더하고 싶었다.
그다음은 예산 한도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찾는 일이었다. 우선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을 샅샅이 뒤졌다. 다른 보석과 비교하면 다이아몬드는 사고팔 때 비교적 명확한 시세를 가진 보석이다. 4C(Carat, Color, Clarity, Cut)라는 기준 안에서 등급별 가격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석감정사로 스톤을 무수히 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다이아몬드는 같은 등급이어도 제각각 다른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감정서에는 동일한 '엑설런트 컷', 'E 컬러'라고 표기되어 있어도 스톤마다 느낌이 다르다. 이는 미세한 프로포션과 빛의 반사 방식에서 비롯된 차이기도 하다.
어떤 것은 빛이 부드럽게 번지고, 어떤 것은 또렷하게 튀어 오르며, 어떤 것은 깊이 잠기듯 고요함을 느꼈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미스코리아처럼 화려한 자태를 지닌 스톤이 있는가 하면 여왕처럼 기품이 넘치는 스톤도 있다. 반면, 마치 초점이 빗나간 사진처럼 어딘가 둔탁한 인상을 주는 스톤도 있다.

강박을 내려놓고 본질을 그리다
스톤을 정한 뒤에도 시간은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디자인 단계에서였다. 수없이 많은 훌륭한 디자인을 봐온 까닭에 그에 걸맞은 완벽한 도면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에 선을 그을 때마다 망설이곤 했다.
아이패드에 주얼리 디자인 프로그램을 켜고 끄며 수차례 시도했지만 도면은 끝내 완성되지 않았다. 도로잉과 기술적인 완성도에 집착할수록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완벽한 도면 대신 내가 만들고 싶은 반지의 '핵심'만 담아내기로. 간단한 스케치를 들고 세공 전문가를 찾아갔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설명했다.
다이아몬드가 주인공처럼 맨 먼저 보일 것, 밴드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세팅해 화사함을 이어줄 것, 센터 스톤 아래에는 히든 할로(Hidden Halo)를 더해 정면에서는 절제되고 측면에서 은은하게 드러나는 반짝임을 만들 것, 반지가 하나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작은 로고를 새길 것, 대형 스톤을 견고하게 세팅할 수 있도록 플래티넘으로 만들 것 등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셀러와 세공 실력자를 만난 행운
이번 반지 제작의 전 과정을 거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이 많았다. 모든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었다. 여러 곳을 수소문하면서 다시 한번 절감한 것은 스톤 셀러의 '신뢰성'이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보여줘도 믿을 수 있는 판매자인가 자문했을 때 확신이 들지 않으면 머뭇거리게 되었다. 반면 믿을 수 있는 판매자라는 생각이 들자, 바로 구매를 결정할 수 있었다. 다만 신뢰할 수 있는 셀러의 정의는 주관적일 수 있다. 업계 평판과 판매에 임하는 셀러의 설명이 신빙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숙고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확인한 것은 우리나라의 세공 실력이다.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소개받은 20년 경력의 세공사는 금속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힘든 플래티넘 전문가였는데 제작 이전에 그가 만든 샘플을 볼 기회가 없었다.

월출산 아래 보석처럼 눈부신 엄마와의 여행
완성된 반지를 본 엄마는 "반짝반짝한 것을 보니 기분까지 좋아진다"라며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 반지를 엄마 손에 끼워 드리고 전남 영암으로 함께 봄 여행을 떠났다. 월출산의 장엄한 능선이 병풍처럼 둘린 한옥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을 보며 함께 보낸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고즈넉한 한옥 마당에 앉아 있으면 월출산의 서늘한 정기와 봄꽃의 달콤한 향기가 동시에 밀려왔다. 그 곁에서 반지를 낀 엄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아빠가 그토록 끼워주고 싶어 했던 '알반지'가 이제야 엄마의 손가락에서 빛나고 있었다. 오랫동안 미뤄져 왔으나 딸의 손을 거쳐서 비로소 말이다. 월출산의 단단한 바위처럼, 변치 않을 약속이 반지에 담겨 있었다. 마음속으로 아버지에게 말을 건넸다.
"아빠, 엄마 반지 예쁘죠?"

mia.min1230@gmail.com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작가
그림을 전공했지만, 우연히 글에 빠졌다. 글을 쓰며 주얼리·보석의 세계에 더욱 매료되었고, 저서로 <영화가 사랑한 보석>, <그림 속 보석 이야기>를 펴냈다. 보석감정사(GIA GD, GIA AJP, GIA Graduate Pearls, AGK)로 현장과 이론을 아우르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에 기명 칼럼을 기고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민은미의 보석상자]는 일상과 기억 속에 스며든 보석과 주얼리 이야기를 담는다. 친구와 대화하듯 편안하게, 보석 상자를 열 때 느끼는 설렘으로 젬스톤의 세계를 만난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