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트코인의 겨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먼센스] 알트코인 거래량이 말라붙고 있다.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 대비 40% 넘게 빠진 채 1억1,000만 원 언저리를 맴돌고, 비트코인 외 코인 중 38%가 역대 최저가 근방에서 거래되는 지금,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FTX 파산 직후보다도 심각한 알트코인 침체라고 진단한다. 중소 거래소들은 수익의 대부분이었던 잡코인 거래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존폐 기로에 섰고, 국내 대형 거래소들마저 수수료 수익 의존 구조의 민낯을 드러내며 실적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인 한 방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던 '알트 시즌'의 열기는 어디로 갔을까.

최근 해외에 거점을 둔 중형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 A 씨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알트코인 거래량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습니다. 이러다 거래소 비즈니스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어 요즘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운영 중인, 이름이 꽤 알려진 거래소의 관계자인 그에게도 지금은 그야말로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다.
소위 혹한기를 뜻하는 크립토 윈터란 단순한 가격 급락을 넘어, 시장에 투입된 자금 자체가 빠져나가며 거래량이 장기간 바닥을 기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런 상황이 지금 거래소 문을 계속 열어둘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비트코인이라도 버텨주면 모르겠는데, 비트코인마저 고점 대비 40% 넘게 빠진 채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으니 다른 코인들의 사정은 묻지 않아도 뻔하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A씨가 몸담은 거래소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같은 메이저 코인부터 다양한 알트코인까지 취급하는 일반적인 거래소 모델이다. 설립 초기에는 새 코인이 상장될 때마다 단기 급등을 노린 매수세가 몰리면서 거래량이 제법 살아 있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신규 상장 코인을 내놔도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랭하다. 예전 같으면 상장 당일 몇 배씩 오르내리며 시장을 달궜을 코인들이 이제는 거래량조차 붙지 않아 호가창이 텅 빈 날이 허다하다고 했다. 한때 거래소의 활력이었던 새 코인 상장 이벤트가, 지금은 아무도 오지 않는 파티가 되어버린 셈이다.

일반인의 알트코인 이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있었다. 지난 4월 가상자산 레이브다오(RAVE)가 단 9일 만에 약 100배 폭등하는 초대형 급등장을 연출했다. 0.25달러에서 최고 27.33달러까지 오르면서 시가총액 순위가 단숨에 전 세계 20위권까지 치솟았다. 이 사건으로 내부자 개입과 인위적 숏 스퀴즈 의혹까지 불거지며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하지만 A 씨는 이 사건을 두고 뜻밖의 말을 꺼냈다. "사실 일반인 피해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 정도로 요즘 보통 사람들이 알트코인에 관심이 없어요." 폭등과 폭락이 동시에 일어난 사건인데도 개인 투자자 피해가 미미하다는 건, 역설적으로 시장에 사람 자체가 없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한때라면 이런 급등 소식이 커뮤니티를 달구고 '나도 한번'을 외치는 추격 매수가 쏟아졌겠지만, 지금은 그저 뉴스에나 등장할 뿐 주머니 돈을 투입할 사람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A 씨는 "몇년 뒤면 직원 월급은 밀리지 않고 받을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예요"라고 말했다. 그의 하소연은 단순한 넋두리가 아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알트코인 38%, 역대 최저 근처…FTX 파산 직후보다 심각
가상자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현재 전체 알트코인 중 약 38%가 역대 최저가 근방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22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였던 FTX가 파산하며 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직후의 37.8%를 웃도는 수치다. 2025년 4월의 하락장(35%) 때보다도 상황이 더 나쁘다. 크립토퀀트 분석가 다크포스트는 이번 침체를 현재 시장 사이클에서 가장 큰 폭의 후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거래량도 바닥권이다. 2025년 10월 역대급 폭락장 당시 하루 4,170억 달러에 달했던 가상자산 전체 거래대금은 올해 2~3월 적게는 490억 달러에서 넉넉히 잡아도 2,680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나머지 알트코인의 시가총액 합계를 추적하는 지표는 2024년 11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예를 들어 한때 유망 코인으로 꼽혔던 폴카닷은 올해 1년 전 약 10달러에 달했던 가격이 현재 약 1.2달러에 이르렀다.
대중의 관심도 함께 증발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알트코인 관련 언급량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구글에서 '알트코인(Altcoin)'을 검색하는 빈도는 100점 만점 기준 4점까지 떨어졌다. 불과 1~2년 전 '코인 한 방'을 꿈꾸며 밤새 차트를 들여다봤던 투자자들이 시장 자체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알트 시즌'이라는 단어도 입에 올리기 어색한 시대가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 있다. 먼저 비트코인 자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은 2025년 1억 8,000만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큰 폭으로 후퇴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상승하면서 1억2,000만 원을 찍었다. 고점 대비 약 40% 빠진 셈이다. 비트코인이 이 정도면 다른 코인들은 오죽하겠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주식시장과 국내 코스피가 신고점을 경신하거나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비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전통 자산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탈한 투자자들이 주식 쪽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주식은 오르는데 코인은 지지부진하니까 굳이 변동성 높은 코인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다"면서 "코스피 반도체에 투자했다면 A+ 급, 코스피 인덱스에 투자했다면 A급, 국장도 안 산 사람들이 B급이라면 코인 투자자는 폐급인 상황"이라고 자조했다.
현재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비트 도미넌스)은 어느새 60%를 넘어서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시장 자금이 일부 살아남은 것도 비트코인 한 곳으로 집중됐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재 코인마켓캡에 상장된 가상자산 토큰 수만 3,680만 개가 넘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만 개 수준이었던 것이 이제는 수천만 개로 불어난 것이다. 살 사람은 줄었는데 공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도 쉼없이 늘어나고 있다.
알트코인에는 비트코인처럼 기관 자금이나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서사가 없다. 심리가 조금만 흔들려도 가격이 훨씬 크게 무너지는 구조적 취약함을 이번 장이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기에 유통량은 쥐꼬리만큼 풀어놓고 총 발행량은 터무니없이 많게 설계한 뒤, 내부자들이 초기부터 물량을 쏟아내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알트코인 전반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을 쳤다. 화려한 백서와 로드맵을 앞세우고 등장한 코인이 결국 사기나 폭락으로 막을 내리는 장면을 너무 많이 목격한 투자자들은 이제 이름 없는 코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번엔 다르다'는 말에 지갑을 열었다가 쪽박을 찬 경험이 시장 전체에 학습 효과처럼 자리 잡은 결과다.
'잡코인' 의존하던 중소 거래소, 직격탄
이 흐름이 가장 아프게 와닿는 곳이 바로 A 씨 같은 중소 거래소들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규모가 작은 거래소일수록 소위 '잡코인'이라 불리는 중소형 알트코인 거래가 수익 대부분을 차지한다. 업비트나 빗썸 같은 대형 거래소는 이미 덩치 자체가 커서 그나마 덜하지만 중소 거래소는 이름 없는 코인들의 거래가 사실상 생명줄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도 예외가 아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8% 가까이 줄었고, 영업이익도 26% 넘게 감소했다. 이상출금 사태에 따른 이용자 보상 비용과 마케팅 지출이 동시에 불어난 탓이다. 빗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음에도, 보유 가상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 발목을 잡으며 당기순이익은 절반 넘게 증발했다.
아직 1분기 실적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선 두 거래소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거래소 수익의 97~98%가 거래 수수료에서 나오는 현행 구조에서 거래대금 감소는 곧 실적 하락으로 직결된다.
거래소들도 이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다. 렌딩 서비스나 스테이킹, 기관 서비스 등으로 수익원을 다양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미국의 코인베이스가 거래 수수료 비중이 50%대에 머무는 반면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리워드, 대출 이자 수익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거래소들의 수익 구조는 여전히 단선적이다. 법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허용과 디지털자산 현물 ETF 도입 등이 가시화되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규제 논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인 투자자들이 시장 회복의 촉매로 기대를 걸어온 미국의 클래리티 법안도 5월 현재까지 안갯속이다. 클래리티 법안은 가상자산의 발행·유통·거래 전반에 걸친 법적 규칙을 처음으로 명문화하는 미국 최초의 포괄적 디지털자산 법안이다. 어떤 코인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구분하는 기준을 세우고, 거래소와 발행 주체가 따라야 할 규제 체계를 담고 있어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헌법'으로 불린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그간 법적 불확실성에 막혀 가상자산 시장에 선뜻 발을 들이지 못했던 기관 자금이 본격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코인베이스·리플·서클 등 주요 업체들이 상원에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고, 투자사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와 패러다임 등도 가세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은행권이 이 법안을 망치도록 두지 않겠다"고 공언할 만큼 친(親)가상자산 행정부의 의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허용 여부를 두고 업계와 은행권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모두가 포기할 때가 반등의 시작"…하지만 살아남아야 의미 있다
역설적이게도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두가 알트코인에 대한 기대를 접은 바로 이 시점이, 역사적으로 반등의 출발점이 됐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립토퀀트도 현재의 낙폭이 역발상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시장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베팅한 쪽이 결국 수익을 챙겼다는 과거 데이터가 그 근거다.

실제로 약 5억 원을 가상자산에 투자 중인 개인 투자자 권 아무개 씨는 "이렇게 다 망한 것처럼 보일 때도 결국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치고 올라오는 장면을 여러 번 봤다"며 "최근 금, 주식 할 것 없이 모든 자산이 돌아가며 폭등했는데, 코인도 언젠가 한 번은 차례가 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가 오히려 매수 기회였다는 경험칙이, 지금 이 혹한 속에서도 시장을 완전히 떠나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붙들고 있는 셈이다.
결국 중소 거래소 관계자 A 씨도, 5억 원을 묻어둔 권 아무개 씨도, 그리고 지금 이 빙하기를 버티고 있는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도 모두 같은 것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 올지 모를 봄을. 다만 그 봄을 맞이하려면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그것만큼은 모두가 알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