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김주애 ‘디올’ 입고 어른 흉내…김정은 후계자 만들기 패션의 법칙 [패션의 정치학]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최근 북한 권력구도의 핵심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사일 발사 현장, 군 행사, 지방 시찰까지 김정은 곁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가족 공개’를 넘어선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김주애의 의상과 스타일링 변화에 주목한다. “패션 자체가 후계 수업의 일부”라는 분석이다.
김주애가 처음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2022년 11월이었다. 당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했고, 사진 속 김주애는 김정은과 손을 잡고 등장했다. 검은 바지와 흰 패딩 차림, 단정하게 묶은 머리 스타일은 어린 소녀라기보다 ‘지도자 가족’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연출에 가까웠다.
이후 김주애의 스타일은 빠르게 변했다. 단정한 투피스 정장, 가죽 코트, 모피 장식 외투, 반투명 블라우스까지 등장했다. 머리 스타일도 점점 성숙해졌고, 김정은 혹은 어머니 리설주와 색상·디자인을 맞춘 ‘패밀리 스타일링’도 자주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특유의 ‘이미지 정치’로 본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외형을 권력 정통성과 연결해왔다. 실제 김정은도 집권 초기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과 중절모, 체형, 옷차림으로 주목받았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일성이 환생했다”는 말까지 돌았다는 증언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BBC에 “김주애는 나이가 어린 만큼 후계자로서 약점이 될 수 있는데, 정장 스타일과 성숙한 연출로 이를 상쇄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죽 재킷처럼 강한 인상을 주는 옷은 군부대나 미사일 기지 같은 거친 공간에서도 지도자 이미지를 유지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김주애 스타일링의 핵심을 ‘아동성 제거’에서 찾는다. 실제 김주애는 또래 청소년들이 입을 법한 밝은 색상이나 캐릭터 의상 대신 어두운 계열 정장과 코트, 가죽 재킷을 주로 착용한다. 머리 스타일 역시 리본이나 장식보다 성인 여성처럼 뒤로 묶거나 볼륨을 준 형태가 많다.
이는 김주애를 ‘지도자의 어린 딸’이 아니라 국가 행사에 동행하는 ‘준(準) 지도자’ 이미지로 인식시키기 위한 연출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처럼 연령과 위계가 절대적인 사회에서 어린 나이는 권력의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애는 종종 김정은과 비슷한 검은 가죽 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부녀 패션이 아니라 ‘권력 계승의 시각적 복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체제에서 패션은 취향이 아니라 정치 언어다. 군복, 가죽 코트, 중절모, 인민복 같은 상징적 의상은 북한 지도자의 권위와 시대 이미지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왔다. 김일성의 중절모와 안경, 김정일의 카키색 점퍼, 김정은의 검은 코트처럼 김주애 역시 자신만의 권력 이미지를 구축하는 초기 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주애의 공개 방식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도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오랜 기간 실무형 참모 이미지로 활동하며 권력 핵심에 진입했지만, 김주애는 등장 초기부터 군사·국가행사 중심 무대에 서고 있다.
특히 김주애는 미사일 발사, 열병식, 해군 구축함 시찰 등 북한 체제의 핵심인 군사 이벤트에 반복 등장하고 있다. 단순한 가족 동행이라기보다 ‘지도자 수업’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주애의 명품 착장은 북한 사회 내부의 계급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2023년 공개된 사진 속 김주애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검은 패딩을 입었다. 가격대는 약 1900달러(약 28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피 코트와 고급 가죽 의상도 자주 착용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들에게는 이런 패션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외부 문화 유입을 강하게 단속했다. 청바지, 특정 헤어스타일, 노출 의상 등은 ‘반사회주의 현상’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김주애는 2024년 평양 화성지구 준공식에서 팔이 비치는 반투명 블라우스를 입고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이후 북한 내부 강연자료에서는 해당 스타일이 “사회주의 제도를 흐리는 비사회주의 현상”이라며 주민 착용 금지 대상으로 언급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지도자 일가는 허용되지만 주민은 금지되는 ‘이중 기준’이 드러난 셈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BBC코리아에 “북한에서는 청바지가 서구 문화라는 이유로 금지되지만 김정은은 직접 청바지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며 “최고지도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결국 김주애의 패션은 단순한 ‘퍼스트 패밀리 스타일’이 아니라 북한 권력 승계 프로젝트의 일부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이 김일성을 닮은 외형으로 권력 정통성을 구축했듯, 김주애 역시 옷과 이미지, 공개 행보를 통해 ‘차세대 백두혈통’으로 서서히 각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특히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주애가 입은 가죽 코트와 선글라스 스타일을 따라 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접경지역 부유층 사이에서는 모피 코트와 명품 화장품 소비가 늘고, 김주애처럼 선글라스나 가죽 트렌치코트를 착용하는 젊은층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패션과 문화를 강하게 통제하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 가족 패션은 새로운 유행의 기준이 된다.
과거 김정은의 헤어스타일이 북한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처럼, 이제는 김주애 역시 북한 내부에서 ‘권력과 동경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은이 김일성의 이미지를 빌려 권력을 공고히 했듯, 김주애 역시 옷과 스타일을 통해 ‘차세대 백두혈통’으로 연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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