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 봤다고 총살”…김정은 독재체제 유지용 [클로즈업 북한]

KBS 2026. 5. 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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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음악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이제 'K-문화 콘텐츠'는 세계 시장의 당당한 주류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런데 이 한국 문화를 법까지 제정해 철저히 차단하고 처벌하는 곳이 있죠.

바로 북한입니다.

우리 콘텐츠를 보거나 유포할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하는데,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기간에 이에 대한 처형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왜 이토록 한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그 속내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역사적인 회의가 열렸습니다.

유엔총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였는데요.

국제인권단체와 탈북민들이 직접 연단에 올라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증언했습니다.

[김은주/탈북민 : "오늘날에도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북한 여성과 소녀들은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학대를 당하고 있습니다. 또 수많은 탈북민들은 강제북송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목선을 타고 동해로 탈북한 강규리 씨의 발언은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북한에서 친구 3명이 한국 드라마를 유포했다는 이유만으로 처형을 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엔 10대도 포함됐다는데요.

[강규리/탈북민/2025년 유엔총회 : "친구 세 명이 처형됐습니다. 두 명은 한국 드라마를 유포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한 명은 겨우 19살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 장마당을 통해 유입되기 시작한 외부 문화.

그중에서도 한국 콘텐츠는 북한 청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외부 문화를 접하거나 유포했다는 이유만으로 처형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당 죄목으로 인한 사형 집행이 급증했다는 것이 대북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보고입니다.

[류민종/전환기정의워킹그룹 선임연구원 : "기존에 강력 범죄 살인과 같은 죄목으로 처형했다면 외부 문화 그리고 김정은 권위에 대한 도전, 노동당 정권에 대한 도전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강한 처벌을 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이해가 됩니다."]

이 인권단체의 보고는 탈북민 증언과 대북매체 보도를 기반으로 이뤄졌는데요.

실제로 북한 당국은 법으로 외부 문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규정해 주민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2020년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함에 대하여."]

2020년 신설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시작으로 잇따라 제정된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이 해당 법들입니다.

이 중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에는 사형 조항이 명시돼 있습니다.

[류민종/전환기정의워킹그룹 선임연구원 : "기존(법조문)에 처형 조항이 11개였다면 김정은 정권 되면서 16개가 됐고요. 그리고 특별법이 있는데 예를 들어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그리고 청년교양보장법 같은 특별법들을 통해서 법안에 사형을 할 수 있는 조항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법에 근거해서 처형을 할 수 있고."]

KBS가 대북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북한 내부 영상에서도 이 같은 실태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를 시청하고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 체포된 북한의 10대 여학생.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괴뢰(한국) 텔레비전극(드라마)을 비롯한 불순 출판 선전물을 시청·유포시킨 여러 명의 학생들을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했습니다."]

또 다른 장면에는 잘못을 직접 고백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최OO/한국 드라마 시청·유포 혐의 : "불순 출판 선전물을 듣고 유포시키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재판에서는 가족의 신상이 공개되며 연좌제까지 적용하는 북한의 참혹한 현실도 드러났는데요.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딸자식 하나 바로 교양하지 못해서 범죄의 구렁텅이에 굴러떨어지게 한..."]

해당 영상은 모두 2021년 5월 이후 제작된 것으로, 코로나19 시기 외부 문화에 대한 북한의 통제와 처벌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탈북민들 역시 당시 상황이 총살 처형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정도로 매우 심각했다고 전합니다.

[김현옥/탈북민 : "매일 총살하고 (한국 드라마 저장된) 메모리 봤다는 말만 들으면. 한 아이도 내가 탈북할 때 어느 학교 학생 한 명이 봤는데 11명이 다 잡혔더군요. 같이 본 사람들."]

[강규리/탈북민 : "사형 엄청 많이 했어요. 그것도 우리 나이 어린 애들 18살 19살 21살. 간부 자식이라고 한 명이 빠져나왔는데 걔도 빠져나온 걸 알고 아빠까지 (처형됐어요). 총살은 우리한테 별로 큰 일이 아니에요. (이게 다 코로나 시기에 벌어진 일인가?) 네, 코로나 시기에."]

인권단체는 코로나19 시기 국경을 걸어 잠근 북한이 외부와의 철저히 차단된 상황을 강력한 내부 단속의 계기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류민종/전환기정의워킹그룹 선임연구원 : "이렇게 처벌이 가능한 것에 대해선 아무래도 (코로나 시기) 북한 내부에 있는 정보가 (외부로) 나가는 것에 대해 강력한 통제를 하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타국) 외교관들도 거의 생존권을 뺏듯이 쫓아내다시피 했었고. 그런 정보의 진공상태가 일어남으로써 처형이 많이 일어났다고 파악하는데."]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북한 주재 러시아 외교관과 가족들은 열차 운행이 중단되자 궤도용 밀차를 타고 두만강 철교를 건너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는데요.

북한의 국경 봉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런 봉쇄 속에서 외부 문화 통제와 처벌에 집중한 것일까?

김정은 정권이 외부 문화를 크나큰 정치적 위협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서보혁/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소위 비사회주의적 또는 반사회주의적 사회문화 요소들이 북한 사회에 들어가고 그것이 새로운 사회의 주역이 될 거라고 믿고 있는 청소년 청년들의 의식에 미칠 부정적 영향.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이것에 대해서 상당히 큰 우려를 했던 걸로 생각합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달리 북한은 수령 개인에 대한 우상화와 숭배를 체제의 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외부 정보는 수령 독재체제의 유지를 방해하는 요소로 여겨지는데요.

특히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남북 간 경제적 격차와 북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북한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는 평가입니다.

[서보혁/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주민들한테 특히나 청년층들한테 북한식의 사회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그리고 남한보다 우리가 못살고 있다는 것을 (한류를 통해) 느끼게 하고 보여주는 시간이 많이 진행됐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의 이런 처형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1981년 유엔 인권규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가입했습니다.

해당규약은 모든 사람의 생명권 보호를 명시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스스로 가입한 국제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서보혁/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스스로가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했기 때문에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당연한데 오히려 김정은 정권 들어서 늘리고 있다는 건 사실상 북한 스스로가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사형이라는 극형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계속해서 외부 문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청년 세대일수록 그 열망은 더욱 강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현옥/탈북민 : "부모도 통제해요. 절대 보면 안 된다고 부모도 엄격하게 통제하는데 몰래 보면 (어떡해요.) 일단 누가 보면 자연히 호기심 나서 같이 보게 돼요. 우리가 너무 탄압할수록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더 거기(외부 문화)로 더 쏠리게 돼 있어요."]

[서보혁/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권력 엘리트층의 자제들까지도 본다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김정은 정권 입장에선 이건 상당히 국제사회 비난을 예상하고 알고 있겠죠.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체제가 이반되는 조짐이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 상당히 강력한 강도 높은 반인권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그런 배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체제 유지를 위해 사형이라는 극단적 처벌로 공포 정치의 강도를 높여가는 북한 당국.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침해는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류민종/전환기정의워킹그룹 선임연구원 : "생명이 끝난다는 공포는 아마 모든 생물이 갖고 있을 공포라고 생각하고요. 2014년 COI(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에서는 공개 처형과 강제 실종이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기둥이라고 명시를 하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처형은 계속 유효한 수단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외부 문화 유입으로 인해 김씨 일가의 독재체제에 흠이라도 날까 전전긍긍하는 북한...

하지만 가혹한 인권 탄압으로 언제까지 세계와 단절해 가며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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