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반도체 기술, 이제 국방 전용 AI와 파운드리로 꽃피울 때 [김홍유의 산업의 窓]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양사 합산 70조원 정도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36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국가예산(728조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
대한민국 경제는 지난 수년간 반도체라는 거대한 엔진에 의존해 세계경제의 상위권에 안착해 왔으나 지금부터 우리는 이제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자세히 이면을 살펴보면 HBM 쏠림 현상과 중국 CXMT의 추격에 불안한 형국이다. 또한 기술의 상향 평준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무기화 그리고 후발 주자들의 거센 추격은 우리가 누려온 반도체 패권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만약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 자명하므로 반도체가 창출한 자본과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방위산업을 단순한 안보의 수단이 아닌 반도체의 뒤를 이을 핵심 미래 먹거리이자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육성해야 할 것이다.
방위산업은 기계, 전자, 소재, 소프트웨어 등 국가의 모든 첨단기술 역량이 집약된 산업의 정수이다. 최근의 K-방산은 가성비를 넘어 독보적인 기술력과 신뢰성을 갖춘 글로벌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반도체 위기론을 극복하고 방위산업을 국가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반도체와 방위산업의 기술적 융합을 통한 초격차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대전은 물리적인 화력을 넘어선 데이터와 연산의 전쟁이기에 국방 전용 AI 반도체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 TSMC Arizona나 이스라엘의 엘빗시스템스(Elbit Systems)처럼 미사일의 정밀 타격이나 드론의 자율 주행 등에 필수적인 고성능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국산화하고 상업용 반도체 공정을 방산용 칩 생산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국방 전용 파운드리 라인 구축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반도체 설계 기술이 무기체계의 지능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두 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제품 판매 위주의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MRO 서비스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무기체계는 한번 수출하면 수십 년간 운용되므로 수출국 현지에 정비창을 건립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구독형 방산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출 금융 지원 제도를 신설하여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 인프라를 구축할 때 저금리 자금을 제공하고 현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안보 파트너십은 반도체 수출이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달리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외화 획득 수단을 제공하여 경제의 하방 경직성을 높여줄 것이다.
방위산업은 국가 간 외교의 산물이기에 이를 자원 안보와 연계하는 포괄적인 경제 전략으로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핵심 광물을 보유한 자원 부국에 무기체계를 공급하는 대가로 배터리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리튬이나 희토류의 장기 공급권을 확보하는 자원 연계형 방산 수출이 그 구체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는 방위산업이 단순히 무기를 파는 것을 넘어 반도체 등 기존 주력 산업의 공급망 안보를 책임지는 보호막 역할을 수행하게 함을 의미한다.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여 방산 수출 협상 시 무기 성능뿐만 아니라 자원 확보와 에너지 협력을 패키지로 제안하는 그랜드 바인딩 정책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방위산업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민간 스타트업의 진입장벽을 과감히 낮추고 기술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 드론, 로봇, 사이버보안 등 민간에서 발전한 첨단기술이 국방 분야에 즉각 투입될 수 있도록 신속 획득 제도를 상설화하고 실패 위험이 큰 기초 원천 기술 개발에 정부가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는 대규모 방산 펀드를 확대 운영해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넘어 혁신적인 벤처기업들이 방산 공급망의 주역으로 참여할 때 우리 방위산업은 비로소 반도체 이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역동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보유한 반도체의 미세 공정 기술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은 방위산업과 만났을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방위산업은 이제 단순한 군수물자 생산을 넘어 국가 전체의 기술 수준을 견인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안보의 새로운 심장이 되어야 한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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