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벚꽃, 서울은 유난히 일렀고 제주는 유난히 늦었다 [데이터로 보는 기후위기]

올해도 벚꽃은 중간고사의 꽃이 아니라 신학기의 꽃이었다. 학생들은 새 학년에 조금 적응한다 싶을 때 꽃을 만났다.
기상청 공식 벚꽃 기록으로도 그렇다. 제주지방기상청은 3월28일 제주의 벚꽃 개화 소식을 알렸다. 제주시 만덕로6길에 있는 기상청 내 관측 표준목 한 가지에서 세 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개화로 선언하는데, 바로 이날 이런 꽃이 관측됐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개화는 지난해(3월26일)보다 이틀 늦었고, 평년(3월25일)보다 사흘 늦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올해 국내 벚꽃 개화가 극성스럽게 빠르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바로 다음 날 혼란이 시작됐다.
수도권기상청은 주말이던 3월29일 보도자료를 내 서울기상관측소 안에 있는 지정 관측표준목에서 벚꽃이 피었다고 알렸다. 서울 공식 개화였다. 지난해(4월4일)보다는 5일, 평년(4월8일)보다는 열흘 빨랐다. 서울기상관측소에서는 벚꽃 개화를 1922년 이후로 (전쟁 기간을 제외하고) 올해까지 102년간 관측해왔다. 올해 개화는 이 가운데 다섯 번째로 빨랐다. 서울에서는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외에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에도 관측 표준목이 지정돼 있어 2000년 이후 벚꽃 개화를 관측한다. 이 벚꽃도 같은 날 개화했다. 역시 지난해에 비해 5일, 평년에 비해 8일 이른 개화였다.
꾸준히 좁혀지는 봄의 간격
국토 남쪽 끝 제주와 북부의 서울의 벚꽃이 원래 이렇게 바짝 붙어서 피었을까. 일단 필자가 벚꽃 개화를 기록한 최근 몇 년 사이엔 기억이 없다. 지난 연재(제965호 ‘중간고사의 꽃이 앞당겨 핀 사연’ 기사 참조)에서는 제주와 서울 사이 봄의 걸음걸이가 초속 55㎝라고 썼다. 최근 수년 관측을 기준으로 한 수치로, 두 지역의 개화일 간격은 대략 9일이었다. 1997년 〈동아일보〉에 실린 채종덕 당시 기상청예보실장의 글을 보면, 오래전엔 간격이 더 멀었다. 채 실장은 “보통 서귀포에서 벚꽃이 피기 시작한 뒤 16∼18일 후엔 서울에 도착하므로 하루에 약 25∼28㎞ 속도로 북상하는 셈”이라고 썼다. 시속 1㎞ 남짓, 초속 약 30㎝다.

그렇다면 약 30년 전에는 봄이 비교적 느릿느릿, 보름 이상에 걸쳐 북상했는데, 최근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고 올해는 유독 빨랐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정말일까.
빠르게 확인해보고자 2011~2012년, 2017~2026년 제주 개화일을 서울 개화일과 비교했다(〈그림 1〉). 2011~2012년 두 지역의 개화일 차이는 2주 이상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1997년 〈동아일보〉 기사 속 언급과 거의 비슷한 시차다. 최소 2010년대 초반까지는 이 시차가 유지됐던 것 같다. 그런데 이후 상황이 급격히 변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개화일 차이는 아흐레 전후로 상당히 짧아졌다. 필자가 언급했던 봄의 걸음걸이가 바로 이때의 속도를 염두에 둔 수치였다. 간간이 이 차이가 극단적으로 좁혀지는 해가 두어 차례 있었다. 이때 차이는 사흘이었다. 제주와 서울의 벚꽃 소식이 고작 사흘 간격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급기야 올해, 두 지역의 벚꽃은 단 하루 사이를 두고 피었다. 국토 남쪽 끝과 북쪽 서울의 개화일이 거의 비슷해진 것이다.
서울 개화 소식을 보자마자 이런 계산을 하고는, 그 이상함에 대해 비영리 기후 미디어 〈클리프〉에 써서 알렸다. 〈클리프〉 발행인은 그 글에 ‘진격의 벚꽃’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봄의 걸음걸이가 거의 10배 빨라졌으니 정말 진격이라는 말이 적절했지만, 한편으로는 하늘하늘한 미감의 꽃이, 어쩌다 가장 어울리지 않는 군대식 용어와 함께 서술되게 됐을까 한탄하는 마음도 들었다. 꽃만은, 그렇게 무지막지한 속도로 진격하지 않으면 안 될까.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올해 전국의 꽃이 동시에 개화한 것 같다. 실제로 이후 며칠간 일부 언론에서는 벚꽃이 동시 개화했다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전국이 제주와 서울만 이르지는 않는다. 벚꽃은 전국 곳곳에 있고, 이들의 개화 및 만개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최근 5년간 봄이 되면 전국의 벚꽃 데이터를 수집해 살펴보던 사람으로서, 올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몇 가지 소소한 정보를 정리해봤다. 필자가 직접 보거나 제보를 통해 얻은 정보, 이전에 활동하던 미디어 플랫폼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로 수집한 데이터, 뉴스와 기상청 발표, 소셜미디어 등에서 수집한 개화 및 만개 정보를 바탕으로 했다. 5년간 860여 개 데이터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며 모았지만, 여전히 관측치는 한정되고 편중돼 있다. 편의상 시도별로 집계해 분석했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감안하고 재미로 읽어주면 좋겠다.
먼저, 봄의 시작 지점. 한반도 내 벚꽃의 걸음걸이가 반드시 최남단 제주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최근 5년은 그렇다. 2022~2026년, 벚꽃 개화 소식이 가장 먼저 들린 지역은 대구다. 개화 보고일 5년 중위값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대구는 1월1일 이후 84일째 되는 날(윤년이 아닌 해일 때 3월25일경) 개화해 가장 빨랐다. 제주는 대구 뒤를 바짝 붙은 채 한나절 늦게 개화했다. 이어 경남(주로 창원 일대)이 하루 뒤인 3월26일경 개화했고, 부산이 3월26~27일 개화했다. 특이하게 중부의 대전이 3월28일경으로 뒤를 이었다. 대체로 남서쪽에서부터 봄이 찾아오는 경향이 있는데, 대전은 예외적으로 이른 봄을 맞이할 때가 많았다.
온난한 도심에서 일찍 만개한다
반대로 개화가 늦은 곳은 강원특별자치도와 인천이었다. 인천은 대구 관측 이후 8~9일 뒤, 강원은 11일 뒤에 개화했다. 기준을 조금 다르게 본다면, 첫 개화 지역과 늦은 개화 지역 사이에 약 열흘의 시차는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게 제주와 서울 기준으로는 올해 어긋났을 뿐이다. 만개 기준으로도 비슷하다. 대구가 88일째, 그러니까 윤년이 아닌 해의 경우 3월29일경 만개했다. 제주가 하루 뒤, 경남과 부산이 다시 하루 뒤에 만개했다.

올해의 경우 5년 중위값을 평년으로 놓고 비교했을 때 유난히 두드러진 차이가 보인다(〈그림 2〉). 제주의 올해 개화는 평년 대비 전국에서 가장 늦었고, 반대로 서울은 평년 대비 개화가 가장 일렀다. 서울과 제주가 하루 차이로 꽃을 피운 이유다. 만개 역시 같은 패턴을 보인다.
〈그림 2〉 그래프에서 올해 최근 5년보다 유난히 꽃이 빨리 핀 지역들을 보면 서울, 강원, 충북 등이다. 반면 제주와 부산, 전남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전국 관측소 가운데 1990년 이후 존재하는 66개 관측소의 올해 3월 평균기온을 구한 뒤, 같은 달 최근 30년 평균과의 편차를 그려보면 〈그림 3〉과 같다. 붉을수록 올해 3월이 더웠다. 꽃 개화는 여러 요인과 관련이 있지만, 직전 달의 온난화와도 꽤 관련이 깊다. 유난히 붉은 곳의 분포를 보면 경기, 서울, 전북, 충북, 강원 서부, 경북 등이 눈에 띈다. 〈그림 2〉에서 꽃이 빨리 핀 지역의 분포와 비슷하다. 우연일까.

마지막으로 하나. 5년간 모은 데이터에는 주변 환경이 함께 기록돼 있다. 아파트 등 주거지역인지, 공원인지, 산지인지, 기타 인공 시설(공장이나 건물, 특히 도로 주변)의 유무 등을 최대한 판별해 기록했다. ‘개화’는 아직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론을 내기 어렵지만, 데이터가 조금 더 많은 ‘만개’는 의미 있는 차이가 보인다. 주거지역이 다른 곳보다 이틀 내외 만개일이 빨랐다. 공원보다는 약 1.9일, 인공 시설보다는 1.7일 빨랐고, 산지보다는 2.5~2.8일 빨랐다. 불균형한 데이터 분포를 보정해도 그랬다. 사람이 많이 몰린 도심 주거지에서는 꽃이 빨리 활짝 핀다.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에 부응해서는 아닐 것이다.
윤신영 (과학 저널리스트)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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