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아낄래요" 몇 십만원씩 턱턱…3040 열광하는 이유 [덕질경제학]

박수빈 2026. 5. 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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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 등 포켓몬 코스프레하고 8km 뛴 3040
아빠 이어 아들까지 '세대 간 소비 전이'도 나타나
유년시절 못 샀던 굿즈…성인돼 '보상심리'로 덕질
일회성 소비에 그치는 20대보다 거래액·재구매율↑
지난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유원지에서 열린 '포켓몬런'에서 유년시절부터 포켓몬스터를 좋아한 정모씨(33)와 백모씨(33)가 각각 피카츄와 꼬지몬으로 코스프레를 하고 8km를 달린 뒤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5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유원지. 키 190cm짜리 공기인형탈 피카츄가 몸을 풀더니 서울 시내 도로 8km를 달렸다. 피카츄 안에 들어간 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포켓몬스터를 '덕질'해왔다는 정모씨(33·여성). 그는 이날 열린 '포켓몬런'에 참여하기 위해 이 코스튬을 준비했다. 달리기를 끝낸 공기인형탈 속은 땀과 습기로 가득 찼다.

정씨는 "포켓몬을 너무 좋아해 굿즈를 있는대로 모으고 있다"며 "어렸을 때는 마음대로 덕질할 수 없었지만 직장에 다니는 지금은 언제든 '플렉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유원지에서 열린 '포켓몬런'에서 2500명 러너들이 무대 행사를 즐기고 있다. 이날 행사엔 오전 2500명, 오후 2500명이 참여해 총 5000명이 한강 일대를 달렸다./영상=박수빈 기자

3040이 '포켓몬스터 덕질'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고 있다. 포켓몬 탄생 30주년을 맞아 지난 1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포켓몬 메가페스타' 오프라인 행사는 물론 온라인 굿즈 거래까지 이들이 장악했다. 업계에선 어린 시절 포켓몬스터에 빠진 3040이 경제력을 갖추면서 덕질 구매의 주역이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빠부터 아들까지 '포켓몬' 사랑…"90만원도 썼어요"

지난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유원지에서 열린 '포켓몬런'에서 러너들이 출발 지점에서 달릴 준비를 마치고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포켓몬코리아


이날 '포켓몬런'에 참여한 러너들은 일반 러닝 행사에 참가한 러너들과 달랐다. 기록 향상을 위해 기능성 아이템을 착용한 사람은 드물었고, 다들 피카츄·꼬지모·잉어킹 등 포켓몬 복장을 한 채 8km를 달렸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기록보다 덕심을 드러내는 것이어서다.

백모씨(33·남성)는 어렸을 적 포켓몬 게임을 할 때 키우기 어려웠던 '꼬지모'를 코스프레한 채 달렸다. 뙤약볕에서 8km를 뛴 백모씨의 수제 꼬지모 부직포 마스크 밖으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백씨는 "어렸을 적 포켓몬 골드버전으로 꼬지모를 키우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참여했다"며 "이색적으로 덕질할 기회여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빠와 아이 모두 포켓몬 팬인 가족도 여럿 있었다. 정광규 씨(45)는 큰아들 서우 군(13)의 손을 잡고 행사에 참석했다. 정씨는 "나 스스로 15년 포켓몬 팬인데, 아들도 나만큼 좋아한다고 했다.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에서 희귀 포켓몬카드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음에도 공식 입장 시간 전부터 입장 등록이 마감될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진=박수빈 기자

포켓폰이 인기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열린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에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경찰까지 출동했다. 지난 1일 희귀 카드를 제공한 포켓몬스터 30주년 행사에는 순식간에 4만 명이 몰렸다. 입장 시간 5분 전 키오스크에서 확인한 대기 팀은 1552개에 달했다. 현장 관계자는 "정오부터 입장 시작인데 맨 마지막에 등록한 팀은 오후 6시에야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 팬은 서울숲 행사장에도 몰렸다. 포켓몬스터 등장인물로 코스프레한 김모씨(22)는 "유치원 때부터 포켓몬을 좋아했다"며 "포켓몬 닌텐도 게임을 구비하느라 90만원 정도 썼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온 이모씨(30)도 "포켓몬 팬에게 이런 행사는 꿈의 무대와 같다"고 했다.

30년 동안 커진 '팬덤'…3040, 20대보다 거래액·재구매율 높아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에서 김모씨(22) 일행이 코스프레를 한 채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30년 동안 팬덤을 키워온 포켓몬스터의 위력은 지식재산권(IP) 누적 수익으로도 확인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포켓몬의 IP 누적 수익은 921억달러(약 136조원)로, 헬로키티(800억달러)와 곰돌이 푸(750억달러)를 누르고 세계 1위다.

3040 팬덤의 소비력은 한정판 거래가 활발한 중고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30대와 40대의 포켓몬카드 거래액은 20대보다 각각 2.26배, 2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에는 한 40대 거래자가 번개장터에서 희귀 포켓몬 카드 10종을 1960만원에 구매하기도 했다.

굿즈 재구매율도 3040이 높다. 번개장터에서 포켓몬 굿즈를 재구매한 비율은 20대가 21.6%에 그쳤고, 30대와 40대는 각각 30.3%, 30.81%를 기록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어린 시절 포켓몬에 빠진 3040세대가 마음껏 굿즈를 못 산 경험을 성인이 된 이후에 '보상 소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행에 따라 일회성 구매를 많이 하는 20대와 달리 3040세대는 반복 구매하는 팬덤 소비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팬덤의 '설렘'은 단순 '덕질' 소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움직이는 '덕질 경제'로 자리잡았습니다. K-컬처를 매개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총망라해 대중의 열광이 어떻게 '설레는 소비'로 치환되는지 그 이면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포착하고자 합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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