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빅딜설 중심에 선 한화…“독점 논쟁 소모적, 체급 키워 세계 무대서 겨뤄야”
대형화 흐름에 ‘안방 독점’ 우려·노조 반발도
전문가 “독점 폭리는 기우…체급 키워 경쟁해야”
세계 시장도 R&D 감당 위한 합병 흐름 이어져
중소 협력업체 상생 위한 보완책·규제는 숙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다연장로켓 천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9/ned/20260509073120370hnri.jpg)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방산업계에서 ‘빅딜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화그룹이 국내 유일의 원제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확대하고,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까지 타진하면서다. 업계 일각에선 특정 대기업의 ‘안방 독점’ 우려가 나오는 반면, 글로벌 시장의 대형화·통합화 조류에 맞서려면 체급을 키우는 결단이 시급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 주식 10만주(0.1%)를 추가 취득했다. 앞서 지난 3월 한화시스템 등 관계사와 함께 KAI 지분 4.99%를 확보한 데 이어, 이번 매입으로 한화 관계사의 지분율은 5.09%로 늘었다. 지분율이 5%를 넘어서면서 공시상 보유 목적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뀌었다. 한화는 올해 연말까지 총 5000억원을 투입해 KAI 주식 295만8579주를 추가 매입, 지분율을 최대 8%대 수준까지 끌어올린단 계획이다.
지난 2015년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거치며 지상과 해양 방산을 장악한 한화가 이제 항공 방산 분야로의 확장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 역시 논의된 바 있는데, 매각가 이견 등으로 지난달 최종 인수 검토가 중단됐지만 ‘포·탄 패키지 수직계열화’를 향한 과감한 시도로 여겨진다.
한화의 이 같은 질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육·해·공 방산 생태계를 독식하면 공정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KAI 노조는 한화의 경영 참여에 대해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며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고 밝히는 등 갈등 조짐도 감지된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국내 시장에 갇힌 독점 프레임은 시장 특성과 글로벌 현실을 간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방위산업은 일반 소비재 시장과 달리, 방위사업청이라는 사실상 단일 수요자가 가격과 기술 요건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수요자 독점 시장이다. 이미 방사청이 정교한 원가 관리 시스템과 경쟁 입찰을 통해 공급자의 지배력을 상시 견제하고 있어, 대형화가 진행되더라도 기업이 임의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폭리를 취하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구나 한화와 KAI가 주로 활약하는 지상 및 항공 방산은 세부 영역이 달라 보완 관계에 가깝다. 합병 시 오히려 R&D 및 생산 설비 통합 관리를 통한 시너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해외 시장에서 양사의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미국 록히드마틴, 영국 BAE 시스템즈, 독일 라인메탈 등 거대 기업들이 버티고 있어 국내 점유율만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KAI 인수전 역시 LIG넥스원이 TF를 구성해 검토에 착수하는 등 한화가 유일한 후보도 아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는 “과거 국내 경쟁에 매몰돼 있을 때는 북한만을 대상으로 방산이 성장했지만, 이제 우리 방산의 기술과 전력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며 “우리끼리 좁은 안방에서 독점 논쟁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이며, 이제는 철저히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영토 확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KF-21 보라매 양산 1호기가 지난달 15일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9/ned/20260509073120632ugqo.jpg)
글로벌 방산 시장의 화두도 단연 ‘대형화’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1995년 전투기 제조사 록히드와 미사일 기업 마틴 마리에타의 합병으로 탄생했고, 미국 RTX 역시 2020년 레이테온과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가 합쳐진 거대 공룡이다. 유럽 역시 프랑스, 독일 등이 국가 간 장벽을 허물고 합작한 에어버스(Airbus)나 미사일 전문 기업 MBD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최근엔 프랑스 탈레스와 독일, 이탈리아 기업들이 손을 잡는 등 초국가적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몸집을 불리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비용 때문이다.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에 약 8조8000억원,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DX)에도 수조원이 투입된다. 체급이 안 되는 기업은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낙오되거나, 매번 정부의 공적 자금에 연명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또한 글로벌 수출 시장은 무기 단품 판매가 아니라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묶은 ‘체계 패키지’ 싸움으로 바뀌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우리가 방산 4강을 달성하려면 최소한 글로벌 10대 기업 안에 드는 대기업이 한두 개는 나와줘야 한다”며 “현재 20위권 수준인 한화가 체급을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록히드마틴, BAE 시스템즈 등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배구조의 고질적 한계를 안고 있는 KAI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민영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근식 교수는 “주인이 있는 기업이 미래 지향적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포트폴리오를 자율적으로 다양화할 수 있다”며 “과거 세금을 축내는 ‘돈 먹는 하마’라 불렸던 대우조선해양이 민영화(한화오션) 이후 기업 가치가 급성장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고 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와 차재병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가 지난 2월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K-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핵심 사업 공동 협력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9/ned/20260509073120846eviq.jpg)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무기는 우수한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 뛰어난 기술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3년 사상 최초로 글로벌 방산 수출 4위(약 135억 달러)에 진입하는 등 급성장 중인 지금이 방산 대형화를 통한 도약의 최적기라는 지적이다.
장원준 교수는 “한국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단순한 추격자(팔로워)를 넘어 시장을 이끄는 선도자(리더)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며 “방산 4강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글로벌 10대 기업 반열에 드는 메가 방산기업을 육성해 세계 무대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체급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조율이 필요하단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수주를 따올 때 국내 중소 부품사들이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상생 구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결합을 허용하되, 하도급 불공정 행위를 상시 감시하고 다른 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사업 영역별 방화벽(Firewall) 요건을 부과하는 등 ‘스마트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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