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은 뜨거운데 내 지갑은 왜 이렇게 차갑나···경제지표 호황 속 밥값·월세 걱정에 시름[경제뭔데]

김경민 기자 2026. 5.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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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강윤중 선임기자

1분기 한국 경제는 예상과 달리 전분기 대비 1.7% ‘깜짝’ 성장했습니다. 한국은행과 금융시장의 전망치가 0.9%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성장이었죠. 전쟁으로 꺾일 줄 알았던 인공지능(AI) 투자가 오히려 더 강해진 모습을 보이고, 반도체의 실적 및 전망도 상향된 결과입니다.

3월 말 ‘5000피’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AI 기대감에 힘입어 장중 ‘7500피’도 넘겼고, 1~2% 초반으로 예상됐던 경제성장률 눈높이도 2% 중후반까지 높아지고 있습니다.

증시도 경제지표도 모두 ‘대호황’을 나타내고 있지만, 현재 한국경제가 ‘호황’이라고 느끼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으로 유가 상승의 영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나온 물가 통계에선 세탁료도 1년 전보다 8.9% 올랐습니다. 드라이클리닝에 나프타를 가공한 석유계 유기용제가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요새 월세도 뛰고 있는데요 살림살이가 점점 팍팍해지는 느낌입니다.

잘나가는 반도체에 성장률 눈높이도 ↑···4년 만에 최고 성장률 기록할듯

지난 3월 31일 코스피는 5052.46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7일엔 7490.05로 역대 최고 종가를 경신하면서 37일 만에 48%나 폭등했습니다. ‘삼전·하닉’ 덕분입니다.

이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1980조원 늘었는데요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지주사 SK스퀘어 시총이 약 1340조원 늘어났습니다. 코스피 시총 증가분에 이들 3사가 약 68%를 기여한 것이죠.

경제성장률 전망도 비슷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중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동결(1.9%)했습니다. 1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전엔 올해 한국경제가 ‘잘하면 2% 초반, 1%대 성장률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그런데 1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해외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은 줄줄이 성장률 눈높이를 높이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8%포인트 높인 3%로 제시했고, BNP파리바는 2.0%→2.7%, 씨티그룹은 2.2%→2.9%로 각각 0.7%포인트 올렸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1.9%→2.7%), KB증권(2.1%→2.7%) 삼성증권(2.3%→2.7%) 등 국내 증권사와 경제기관들도 목표치를 높였습니다.

현재 전망대로라면 지난 2022년(2.7%) 혹은 지난 2021년(4.6%) 이후 4~5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는 셈이죠.

통상 유가가 급등하면 증시는 물론 경제 성장률에 대한 낙관적 기대도 꺾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가가 전쟁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경제가 잘 나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전쟁과 상관없이 AI투자는 계속되고 반도체 강세도 강해질 것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실제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슈퍼 호황’입니다. 한은이 8일 발표한 3월 국제수지를 보면, 경상수지는 373억3000만달러(약 54조4000만원) 흑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전쟁이 본격화됐음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더 크게 불어난 영향입니다.

한국만 잘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AI 혹은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국가들도 AI 덕에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거든요. 우리보다 경제에서 반도체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대만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13.69%(전년 대비)로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1분기 전년 대비 성장률(3.6%)도 크게 앞질렀죠.

미국 경제는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 축소 등의 영향으로 연율 2% 성장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AI를 중심으로 민간투자(8.7%)가 크게 늘어나면서 성장률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AI의 중심에서 벗어났다고 평가받는 유럽(유로존)의 경우 1분기 성장률(전년 대비)이 0.8%로 3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름값 이외에 월세를 비롯한 근원물가까지 올라

그렇지만,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부분의 서민들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6%(전년 대비)로 두 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전쟁 영향이 처음 반영되기 시작한 3월(2.2%)보다도 상승 폭이 확대됐죠.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JP모건(1.7%→2.7%), BofA(2.1%→2.9%), 현대경제연구원(2.1%→2.5%) 등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물가 전망치를 2% 중후반 수준으로 상향조정에 나섰습니다.

물가는 크게 경기가 좋을 때 사람들이 소비를 많이 하게 되면서 물가가 오르는 ‘수요 측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이 올라 물가가 오르는 ‘공급 측면’ 요인에 따라 상승합니다.

경기가 좋으면 물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현재는 반도체를 제외하곤 경기가 크게 좋지 않은데도 고유가발 공급 측면 요인으로 물가가 오른다는 점입니다.

공급 측면 물가상승은 ‘일시적 영향’일 경우엔 물가상승률에 장기간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실제로 식료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상품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쟁 이후 2.2%로 유지돼 오히려 전쟁 이전 대비 하락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앞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원룸 매물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전쟁이 빠르게 끝나지 않고, 석유를 사용하는 화학제품과 섬유제품의 가격도 점차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근원물가 역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근원물가가 오른다는 뜻은 밥값, 월세, 서비스 가격 등 생활 전반 품목이 오른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한번 오른 가격은 다시 내려가질 않죠.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을 2.6%로 전망하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유가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돼 7월부터 2% 중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학제품과 섬유제품 생산자 가격 상승이 반영되면서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월세 등이 오르는 것도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이후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줄곧 웃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인서비스 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집세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기준 수도권 주택 평균 월세가격은 107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7만9000(7.96%) 늘었습니다. 지난해 3월 월세 가격이 전년 대비 3.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가팔라진 셈입니다.

월세와 생활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질 분위기입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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