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주지만 그만두고 싶다”...돌봄 조부모 절반은 ‘원치 않아’

윤은영 기자 2026. 5.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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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하루 평균 6시간 넘게 돌봄을 맡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의 절반 이상인 53.3%는 본인이 원하지 않지만 자녀의 사정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돌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0∼1세 손주를 돌보는 여성 조부모는 54.7%가 돌봄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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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6일, 하루 6시간…10명중 7명 피로 호소
“자녀 사정 때문에 거절 못했다” 절반 넘어
연구진 “노동시간 개편하고 공적 돌봄 확대”
클립아트코리아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하루 평균 6시간 넘게 돌봄을 맡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고, 가장 큰 이유로는 건강 부담을 꼽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8일 ‘가족 내 손자녀 돌봄 현황과 정책 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25년 7월28일부터 8월18일 사이에 이뤄졌으며, 최근 6개월간 주 15시간 이상 만 10세 미만 손주를 돌본 55∼74세 조부모 106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참여한 조부모는 주당 평균 4.6일, 하루 6.04시간 손주를 돌보고 있었다. 조부모 돌봄이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주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클립아트코리아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의 절반 이상인 53.3%는 본인이 원하지 않지만 자녀의 사정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돌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조부모는 57.5%가 그렇다고 답해 남성(44.6%)보다 12.9%포인트 높았다.

손주뿐 아니라 배우자 등 다른 가족까지 함께 돌보는 ‘다중 돌봄’ 부담도 컸다. 응답자의 51.1%가 다중 돌봄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역시 여성(56.4%)이 남성(40.1%)보다 높게 나타났다.

손주 돌봄으로 인한 조부모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변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특히 건강 부담이 가장 컸다. 손주 돌봄 이후 육체적 피로감이 늘었다는 응답은 73.7%에 달했다. 정신적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늘었다는 응답도 60.4%였다. 기존 질환이나 통증이 심해졌다는 응답은 47.8%로 조사됐다.

돌봄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조부모도 적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46.8%가 손주 돌봄 중단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0∼1세 손주를 돌보는 여성 조부모는 54.7%가 돌봄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손주를 돌보는 일이 힘에 부쳐서’가 46.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손주를 돌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12.1%, ‘건강이 나빠져서’ 10.8% 순이었다.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와 관련된 이유가 전체의 69.6%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조부모 돌봄에만 기대기보다 부모가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시간 보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부모의 돌볼 시간을 보장하는 노동시간 구조 개편, 미취학 아동 방과후 돌봄의 질 개선, 초등 돌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부모 돌봄은 많은 가정에서 돌봄 공백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조부모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부모가 모두 일하면서도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노동시간 관행을 바꾸고 공적 돌봄의 질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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