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태릉·과천 줄줄이 제동…'영끌'한 노후청사는 원룸촌 우려
[편집자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5월9일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 기조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대출 규제와 세제 정상화 영향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집값 오름세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시장에서는 결국 핵심은 공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1·29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 6만가구 공급 계획과 도심 중심의 신속 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했지만 발표 3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상당수 핵심 사업이 여전히 첫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약속한 공급 계획의 현재 진행 상황과 실제 공급 가능 시점 등을 점검하고 공급 대책의 실현 가능성을 짚어본다.

정부는 용산을 중심으로 1만호 이상 공급 계획을 제시했지만 사업 구조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핵심 쟁점은 업무 기능과 주거 기능 간 충돌이다. 당초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조성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대규모 주거 물량을 반영할 경우 업무시설 비중 축소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정부 계획대로 1만호 이상을 공급하려면 소형 위주 주택 공급이 불가피하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지구단위계획 변경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 교통, 공원 등 기반시설 재설계도 필요하다. 교육청에서도 학군 및 교육시설 부족 문제 등을 이유로 우려를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공급 확대를 위해선 도시 기능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수준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용산 부지는 사실상 도시계획부터 새로 설계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시기에 맞춰 착공, 준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태릉CC 역시 정부 발표와 공급 여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태릉CC에 약 6800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태릉CC는 앞서 문재인 정부 때도 주택 공급 규모를 놓고 논란이 인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초 태릉CC를 통해 1만가구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경관 훼손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공급 규모를 6000여 가구로 축소했다. 하지만 이마저 실제 공급 가능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뒤따랐고 결국 공급계획 자체가 좌초했다.
당시 정부 산하기관이 내부적으로 진행한 비공식 용역이 평가한 태릉CC의 적정 공급 규모는 3000~3200가구 수준이었다. 정부의 공급 목표와 현실적으로 적정한 공급 규모 간 차이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다시 태릉CC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전과 동일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태릉CC는 문화재·경관 문제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태릉 일대는 조선왕릉과 인접해 있어 세계유산 영향 평가가 필수적인 지역이다. 통상 해당 절차만 1~2년가량 소요된다. 여기에 건축 높이와 경관 훼손 논란까지 겹치면서 공급 규모 축소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은 중대형 중심의 실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부지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원룸, 오피스텔 등 소형 위주 공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서울의료원 남측부지는 청년·1인 가구 중심 공급 모델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현재 시장 수요와의 괴리가 크다. 서울 주택 시장에서는 중대형 민간 아파트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황인데 공공 공급은 소형 위주로 집중되면서 체감 공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대한 대책도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제도 추진 과정에서도 변수가 적지 않다. 정부는 연내 통과를 목표로 노후청사 특별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반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발 절차를 신속화하기 위해 중앙정부 권한을 강화할 경우 지자체 행정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고 공급되더라도 실거주하기에 좋은 주거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지 의문 "이라며 "소형 평형대, 소규모 단지 등 실수요자들의 필요와는 동떨어진 형태"라고 지적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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