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ETF 시대③] 美 액티브 ETF 키운 건 RIA였다…"상품보다 WM"
투자자 자산배분·세금관리까지 맡으며 ETF 시장 급성장 견인
"한국도 브로커리지 넘어 자산관리 중심 전환 필요"
![미국에서는 패시브 ETF가 저비용 핵심 자산 역할을 맡고, 액티브 ETF가 투자자의 세부 투자목표를 충족하는 보완 자산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출처=ETF닷컴]](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9/552778-MxRVZOo/20260509060025200cmxw.jpg)
미국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급성장의 배경에는 상품 경쟁보다 자산관리 생태계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등록투자자문업자(RIA·Registered Investment Adviser)를 중심으로 한 자문 시장이 성장하면서 ETF가 단순 매매 상품이 아니라 장기 자산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들도 단순 브로커리지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자산관리(WM)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액티브 ETF 시장 확대는 RIA와 자산관리 플랫폼, 모델 포트폴리오(MP·Model Portfolio) 생태계가 결합한 결과"라며 "액티브 ETF 경쟁력은 상품 자체보다 자산관리 체계 안에서 결정되는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ETF 키운 건 상품 아닌 RIA 생태계
RIA는 미국에서 투자자 자산배분과 리밸런싱, 세금관리 등을 수행하는 독립 자문업자를 말한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는 1만5906개의 RIA가 등록돼 있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연금계좌와 개인퇴직계좌(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를 중심으로 RIA 자문을 활용해 장기 자산관리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ETF가 핵심 포트폴리오 구성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 자산관리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소규모 RIA들도 모델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체계적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엔베스트넷(Envestnet) 같은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RIA들은 플랫폼에서 자산운용사가 제공하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선택한 뒤 투자자 성향에 맞춰 일부 조정한다. 이후 거래 실행과 리밸런싱, 세금 최적화, 성과 보고까지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소규모 자문사가 다수 고객 계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웠지만 자산관리 플랫폼과 AI 기반 솔루션 등장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며 "ETF가 자산관리 시스템 안으로 본격 편입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ETF는 미국 자문 시장의 핵심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협회(ICI)에 따르면 자문사가 관리하는 개인계좌 자산 가운데 ETF 비중은 2013년 8%에서 2023년 45%로 급증했다. ISS 마켓인텔리전스(ISS Market Intelligence) 분석에서는 미국 RIA들이 지난해 말 기준 약 3조6000억달러 규모 패시브 ETF와 4340억달러 규모 액티브 ETF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미국 액티브 ETF 시장 성장의 핵심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패시브 ETF가 저비용 핵심 자산 역할을 맡고, 액티브 ETF가 투자자의 세부 투자목표를 충족하는 보완 자산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버퍼 ETF(Buffer ETF), 옵션 기반 인컴 ETF(Income ETF), 리스크 관리 ETF 등 특정 투자목표 중심 상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는 1만5906개의 RIA가 등록돼 있다. [출처=인베스토피디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9/552778-MxRVZOo/20260509060026481xfrb.png)
◆美는 자산관리 경쟁…韓은 여전히 브로커리지 중심
반면 한국은 여전히 브로커리지 중심 구조가 강하다는 평가다. 개인투자자의 직접매매 비중이 높고 장기 자산배분보다 단기 수익률 중심 투자 문화가 우세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 WM 사업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단순 종목 추천이나 매매 서비스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 설계와 리밸런싱, 세금관리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WM 담당 임원은 "미국에서는 ETF 경쟁이 결국 자산관리 경쟁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국내도 연금과 ISA 시장이 커질수록 고객 자산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책 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2019년 SEC의 '룰 6c-11(Rule 6c-11)' 도입 이후 ETF 출시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중소형 운용사의 시장 진입이 활발해졌다.
반면 국내는 액티브 ETF의 비교지수 상관계수 규제와 공모펀드의 ETF 전환 제한 등이 여전히 시장 확대 걸림돌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액티브 ETF 시장은 단순 상품 시장이 아니라 자산관리 시장과 연결된 생태계"라며 "국내도 장기적으로는 자문 역량 강화와 규제 개선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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