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ETF 시대①] 블랙록 독주 끝났다…美 ETF 시장 뒤흔든 액티브
패시브 ETF는 규모 경쟁, 액티브 ETF는 전략 경쟁
규제 완화·자문시장 성장 맞물리며 운용업 판도 변화 조짐
![액티브 ETF 시장 확대로 미국 자산운용업계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 [출처=블룸버그]](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9/552778-MxRVZOo/20260509060018528mera.jpg)
미국 자산운용업계에서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중소형 운용사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블랙록(BlackRock)·뱅가드(Vanguard) 등 초대형 운용사가 장악한 패시브 ETF 시장과 달리 액티브 ETF 시장에서는 차별화 전략을 앞세운 중소형 운용사들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면서다.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와 자산관리 시장 변화가 맞물리면서 ETF 산업의 경쟁 구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패시브 ETF 시장이 소수 글로벌 대형 운용사 중심의 가격 경쟁 구조라면 액티브 ETF 시장은 차별화된 전략 경쟁이 가능한 시장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다수의 중소형 운용사가 액티브 ETF 시장을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 액티브 ETF 수는 2019년 말 488개에서 지난해 말 2324개로 약 5배 증가했다. 전체 미국 상장 ETF 가운데 액티브 ETF 비중은 같은 기간 16.5%에서 42.2%로 확대됐다. ETF 순유입액 가운데 액티브 ETF 비중도 7.2%에서 31.4%까지 상승했다.
운용자산(AUM) 기준으로는 여전히 패시브 ETF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패시브 ETF 시장 규모는 약 12조달러로 액티브 ETF(1조5000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다만 시장 성장 속도와 신규 자금 유입 측면에서는 액티브 ETF의 존재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시장 구조 변화가 두드러진다. 미국 패시브 ETF 시장은 사실상 소수 운용사의 독점 구조다.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간 차별화가 쉽지 않아 결국 운용보수 경쟁으로 수렴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패시브 ETF 시장에서 상위 3개 운용사 점유율은 80.3%에 달한다. 상위 10개사 비중은 95.3%다. 반면 액티브 ETF 시장에서는 상위 3개사 점유율이 37.1%, 상위 10개사 비중도 68.0% 수준에 그쳤다.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은 "패시브 ETF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중소형 운용사들이 액티브 ETF 시장에서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시장 집중도 역시 패시브 ETF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운용사 몰린 美 액티브 ETF 시장
미국에서는 버퍼 ETF(Buffer ETF), 옵션 기반 인컴 ETF(Income ETF), 퀀트 가치·모멘텀 전략 ETF 등 특정 투자목표를 앞세운 상품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패시브 ETF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운용사들이 액티브 ETF 시장 상위권으로 부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액티브 ETF 비중 그래프. [출처=자본시장연구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9/552778-MxRVZOo/20260509060019823ulfp.png)
김 연구원은 "룰 6c-11 도입 이후 신규 ETF 출시와 기존 뮤추얼펀드의 ETF 전환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며 "인적·재무적 자원이 제한적인 중소형 액티브 운용사의 시장 진입 장벽도 함께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자산관리 시장 변화 역시 액티브 ETF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등록투자자문업자(RIA·Registered Investment Adviser)를 중심으로 한 자문 시장이 발달하면서 ETF가 장기 자산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단순 매매 아닌 자산관리"…RIA 키운 미국 ETF 생태계
RIA들은 투자자의 자산배분과 리밸런싱, 세금관리 등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액티브 ETF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협회(ICI)에 따르면 자문사가 관리하는 개인계좌 자산 가운데 ETF 비중은 2013년 8%에서 2023년 45%로 급증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ETF가 단순 매매 상품이 아니라 자산관리 플랫폼 내 핵심 포트폴리오 구성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특히 액티브 ETF는 투자자의 세부 투자목표를 충족하는 보완적 자산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미국 사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내 ETF 시장 역시 패시브 중심으로 급성장했지만 최근 들어 일부 중소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액티브 ETF 시장 진입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투자 문화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액티브 ETF 시장이 은퇴·인컴 중심 자산관리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한 반면 국내 시장은 여전히 레버리지·테마형 중심의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 액티브 ETF 시장은 아직 고위험 노출형 상품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연금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 확대와 함께 투자목표 기반의 액티브 ETF 시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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