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필요, 과잉은 위험, 핵심은 균형과 통제
기조연설:수사·기소 분리, 그 이상과 현실 사이

"보완 수사권 반드시 필요"
올 10월이 되면 대한민국에서 검찰청이 사라진다. 80여 년 역사의 검찰이 해체되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제 검찰개혁의 대미를 장식할 형소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관 개편이 아니다. 우리 형사사법 질서의 근본 틀을 다시 짜는 일이다.
나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한다. 오랫동안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쥔 채 형사절차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 번 검찰의 칼끝이 향하면 수사 자체가 이미 처벌에 준하는 효과를 낳았다. 피의사실 공표, 장기 수사, 별건 수사-이런 관행들이 개인의 삶을 통째로 무너뜨리는 일이 반복됐다. 권한 집중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우리 사회는 너무나 생생하게 경험했다. 이 점에서 검찰개혁은 특정 정파의 구호가 아니라 시대적 요청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논의 방식이 걱정된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과, 어떤 개혁이든 정당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나는 특히 최근 논의에서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지나치게 교조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이 논의는 검찰의 직접수사권 남용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검사는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방향으로 과잉 일반화됐다. 심지어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실확인 행위조차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안에 찬성하는 주장까지 나온다. 형사소송법 이론의 역사에서 수사·기소 분리가 일반 원칙으로 정립된 적은 없다. 비교법적으로도 검사가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형사절차 구조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소기관이란, 기소 여부를 책임 있게 판단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 기관에게 최소한의 사실확인 수단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눈을 가린 채 판단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권 남용을 억제하는 유력한 수단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절대적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은 어떤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하는가. 나는 다음의 몇 가지를 핵심으로 제안한다.
첫째, 경찰 수사 원칙의 법 체계적 확립이다. 다가오는 개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사는 경찰이 한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형사소송법 제196조-검찰의 수사권 규정-를 완전히 삭제하고, 사법경찰관이 수사의 주체라는 점을 법문 구조상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법체계 자체가 이 원칙을 뒷받침해야 한다.
둘째, 검사의 보완수사를 명문화하되, 그 범위를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 보완수사는 독자적으로 새로운 범죄를 발굴하는 수사가 아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보완하는 행위다. 이것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공소기관에게 불가능한 임무를 지우는 것이다. 피의자가 결백을 주장하는 중대 사건에서 검사가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책임 있는 판단일 수 있겠는가. 성폭력 사건처럼 진술 신빙성 판단이 핵심인 사안에서 피해자와 피의자를 직접 살펴볼 수조차 없다면 피해자 보호는 어떻게 실현하는가.
다만 보완수사 권한에는 반드시 엄격한 통제 장치가 따라야 한다. 나는 세 가지를 생각한다. 먼저, 사후적 사법 통제다. 검사가 송치 사건의 동일성 범위를 넘어 별건수사를 하고 이를 기소로 연결한 경우 법원은 공소기각 또는 증거능력 배제로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다음으로, 내부적 통제다. 강제수사 방식의 보완수사가 이루어질 때에는 공소청 내부의 결재와 심사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준항고 제도의 활용이다. 나는 형사소송법 제417조 다음에 제417조의2를 신설해 '보완수사 남용 준항고 제도'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피의자는 수사 도중에도 법원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고, 기소 후 사후통제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현실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셋째, 검사와 경찰의 협력관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형사절차는 경찰과 검찰이 서로 단절된 채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다. 각자의 역할을 달리하면서도 진실 발견과 적정한 공소 제기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구조여야 한다. 나는 사건이 입건되면 즉시 공소청에 통보하고, 담당검사가 수사 초기부터 해당 사건의 성격과 쟁점을 파악하며, 강제수사 단계부터 송치, 보완수사까지 동일한 검사가 일관되게 담당하도록 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것은 과거의 수사지휘 체제와는 다르다. 경찰 수사 원칙을 유지하되, 수사와 공소를 완전히 끊어놓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책임과 절차적 완결성을 중심으로 연결하자는 뜻이다. 다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이러한 협력구조가 보완수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협력과 보완수사는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형사절차의 책임성과 완결성을 함께 떠받치는 보완적 장치다.
넷째, 전건송치 제도를 부활시키거나 최소한 중대사건에라도 제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현재 경찰은 연간 60만여 건을 불송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의신청이 이루어지는 5만여 건을 제외하면, 55만 건은 사실상 수사 통제 밖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모든 권력은 통제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 경찰의 수사역량이나 인권의식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연간 200만 건 가까운 사건에 대해 수사개시권을 행사하는 기관이 민주적 통제 없이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전건송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법정형과 공공의 이익을 기준으로 중대범죄를 선정해 그것만이라도 공소청으로 보내는 제한적 전건송치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것이 사건 암장을 막고, 사회적 약자가 부당하게 배제되는 것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다섯째,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 배제는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공소청법에서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가 삭제됐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형소법에서 최종 결정되어야 할 문제다. 특사경 분야는 검사의 고유 기능인 수사 통제와 전국적 법 적용의 통일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심각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준비와 환경 개선 없이 올 10월부터 일거에 검사의 수사 지휘를 폐지하면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0은 교육·훈련 체계와 검사와의 업무 협조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여섯째, 한국형 기소 대배심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검사의 기소권 통제도 빠질 수 없다. 수사권 못지않게 기소권 역시 막강한 권력이다. 적어도 중요 사건에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대상 사건의 범위, 배심원 선정, 의결의 효력 등 세부 사항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면 국민참여재판의 사례에서 보듯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번 형소법 개정에서는 근거 규정만 두고, 시행 시기는 1~2년 뒤로 한 다음 시행령이나 단행법을 통해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나는 이 방향으로 형소법 개정이 마무리되길 바란다. 수사는 경찰이 담당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확립하되, 검사에게는 기소 책임에 상응하는 수사 통제 권한을 인정하고, 그 권한은 엄격한 법적 통제 아래 두는 것. 이것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균형이다.
검찰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분명하다. 그 개혁이 국민 다수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오는가, 현장에서 혼란 없이 작동하는가, 충분한 전문적 검증을 거쳤는가 하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합의의 씨앗은 있다. "검사에게 일반적 수사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국민 다수가, 전문가 다수가, 심지어 검사들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거의 천지개벽의 변화다. 이 지점에 집중해 개혁을 신속히 완성시킬 수 있다면,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일부 논의는 그것을 훨씬 넘어서, 검사의 고유 기능 자체를 테이블에 올려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유불급이다. 과잉 개혁은 개혁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다.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민변 사무차장, 경찰수사정책위원으로 활동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본부장과 상임위원을 역임하고 국무총리 소속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