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안 나와도 판결 선고
사기·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피해자 장기간 고통 해소 기대

앞으로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등 민생범죄 재판에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며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바람에 입었던 피해자의 고통이 해소될 전망이다. 5월 7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피고인이 1회 이상 공판기일에 출석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개정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되며, 시행 당시 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
'고의적 재판 불참' 통하지 않는다
개정법의 핵심은 △1심 공판절차에서 공판기일에 출석했던 피고인이 이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경우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피고인이 변론종결기일에 출석해 선고기일을 고지받은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선고기일에 불출석한 때에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며 △사기죄 등에 대해서는 장기 10년을 넘는 사건인 경우에도 불출석재판의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법에 따라 앞으로 1심 공판에 출석했던 피고인이 다음 기일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다시 기일을 정하고 소환장을 송달했음에도 정당한 사유없이 불출석하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그동안은 피고인이 출석을 하지 않으면 주소 보정, 소재탐지 촉탁, 구인장 발부, 기타 필요한 조치 등 소재 확인 조치를 해야 했다. 이후 최초 송달불능보고서 접수 후 6개월간 소재가 미확인되면, 공시송달 후 1회 불출석 후 다시 공시송달을 하여 2회 불출석 시 불출석 재판을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구인장을 발부하더라도 집행되지 않아 재판이 공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변론 종결 후 선고기일에 나타나지 않는 피고인도 많았다. 한 형사부 판사는 "판결문을 다 작성했음에도, 선고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 선고를 못해서 미제가 되는 사건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바로 선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기죄 등 적용 범위가 확대된 것도 포인트다. 기존에는 장기 10년의 징역이 넘는 중범죄의 경우 불출석 재판이 불가능했으나, 개정법은 사기죄와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조직죄 등에 대해서는 불출석 재판을 허용하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2025년 12월부터 사기죄의 법정형이 '10년 이하'에서 '20년 이하'로 상향돼 사기 사건에 대한 영구 미제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이번 개정법으로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피해자 눈물 닦아줄까
개정법은 최근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사건에서 피고인이 재판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무기한 지연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추진됐다.
입법자는 제안 이유에서 "피해자는 매 기일 법정에 출석하여 피해를 호소하면서도 판결 선고를 받지 못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 국가 역시 구인장 발부, 소재탐지, 송달 반복 등 과도한 사법행정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을 통해 불필요한 재판 지연을 방지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개정법은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되며, 시행 당시 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도 바로 적용되어 지연되고 있는 재판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판사는 "미제 사건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