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중요판례분석] (9) 형법 총칙
불가벌적 사후행위는 선행행위의 정범에게만 인정

1. 형벌법규 해석의 한계
대법원 2025. 8. 28. 선고 2024도11261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재개발조합 이사회 의사록에는 안건의 요지, 의결참여 이사의 수, 찬성자·반대자·기권자의 수가 기재되었으나, 찬성·반대자의 이름이나 이유는 따로 기재되지 않았다. 조합장 갑은 회의 후 15일 이내에 절차에 따라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였다.
검사는 갑을 "이사회 의사록 중 '반대하는 사람과 그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제124조 제1항)죄로 기소하였다. 이 조항에 따르면, 조합임원 등은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제1심(유죄)를 거쳐, 항소심은 관계 법령상 의사록의 내용이나 형식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상고기각)
이 조항이 '작성'과 '공개'를 구별하고 있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서류 등에 대한 공개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공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3) 평석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 조항에 따른 '공개'가 이루어지려면 해당 서류 등이 '작성'되어 존재하여야 하는데, 작성되지 않은 서류 등에 대해 공개의무가 있다고 해석한다면, 명문의 근거 없이 조합임원 등에게 작성의무까지 부담시키는 것이 된다.
2. 양벌규정과 형법의 장소적 적용범위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2도8664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LED 생산 경쟁 업체인 피고인 회사는 외국법인(대만), 피해회사는 대한민국 법인이다. 피해회사에 근무하다 피고인 회사에 입사한 종업원들(공소외 1, 2, 3)은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피해회사의 영업비밀을 누설·취득하거나 산업기술을 유출·공개·외국에서 사용하였다.
검사는 외국법인인 피고인 회사를 양벌규정(부정경쟁방지법 제19조, 산업기술보호법 제38조)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제1심, 항소심 모두 유죄를 인정하였다(벌금 6,000만 원). 피고인 회사가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상고기각)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자와 행위자 아닌 법인 또는 개인 간의 관계는 행위자의 위반행위가 사업주의 위반행위와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적어도 중요 부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내용상 불가분적 관련성을 지닌다. 종업원들의 위반행위는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피고인 회사의 범죄 구성요건적 행위의 일부라고 할 수 있으므로, 종업원들이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상 피고인 회사도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회사에 대하여 형법 제2조, 제8조에 따라 대한민국 형벌규정이 적용된다(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있다).
(3) 평석
양벌규정에서 형법의 장소적 적용범위에 대해 판단한 예로서 주목된다. 속지주의 원칙을 규정한 형법 제2조(국내범)에 따르면,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여기서 '죄를 범한' 즉 범죄지라 함은, 범죄의 실행행위 및 그 결과발생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대한민국의 영역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발생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는 '편재(遍在)설'이 통설·판례이다. 구성요건적 행위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이루어진 장소(행위지),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한 장소(결과발생지) 및 양자가 인과적으로 경과된 장소(중간영향지) 모두를 범죄지로 본다. 예컨대, 공범의 경우에는 교사·방조가 행해진 공범행위지 외에, 공범행위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정범의 실행행위지 및 결과발생지도 공범의 범죄지가 된다. 공모공동정범의 경우 공모지도 범죄지에 포함되어 공모가 국내에서 행해졌다면 그 실행이 국외라도 국내범에 해당된다(대판 1998. 11. 27. 98도2734).
대상판결은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외국법인에 대해, 그 위반행위와 내용상 불가분적 관련성이 있는 '종업원의 위반행위'가 '해당 법인의 구성요건적 행위의 일부'라고 보아 국내범에 해당한다는 것인데, 이는 공범의 구조와 유사한 논리로 이해된다.
양벌규정은 행위능력과 책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특별한 규정(형법 제8조 단서)이지만, 형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속지주의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양벌규정을 통한 법인의 처벌에는 대표자위반행위 유형과 종업원위반행위 유형이 있는데, 이때 법인의 처벌은 법인의 직접책임(대표자위반행위 유형) 내지 자기책임(종업원위반행위 유형)에 기초한다.
특히 종업원위반행위 유형에서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 처벌의 근거는 '종업원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해태'(법인의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무 위반)라는 자기책임에 있다(과실책임설). 즉 행위자(종업원)의 책임과 법인의 책임은 그 내용과 실질이 다른 것으로서 각각 독립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공소시효 정지에서 공범특칙의 적용을 배제한 대판 2005. 5. 1. 2024도15290 참조), 다만 법인의 처벌의 전제로서 종업원의 위반행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러한 종업원위반행위 유형을 '편재설'에 따라 이해한다면, 법인은 주의·감독의무 위반이라는 독자적인 과실적 행위로 처벌되는 것이고, 종업원의 위반행위는 '법인의 종업원에 대한 독자적인 주의·감독의무 위반행위'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법인인 피고인 회사의 주의·감독의무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그 범죄지 중 하나인 결과발생지(종업원의 위반행위)가 국내인 이상 피고인 회사의 범죄는 국내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상판결은 그 타당성이 인정된다.
다만, 편재설에 대해서는 형법의 장소적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결과 형법의 과도한 역외적용을 초래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으며(특히 사이버범죄), 국가주권의 지나친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이른바 '쌍방가벌성 원칙'의 채택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제한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3.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 문제
대법원 2025. 3. 20. 선고 2023도10405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과 을은 피해자(A)를 강간하기로 공모하고, 합동하여 23:50경부터 다음날 00:20경 사이에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수면제의 일종)을 넣은 음료를 마시게 한 다음, 00:37경 ○호텔에 데려가 강간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의 남편이 계속 통화를 시도하는 등으로 강간의 미수에 그쳤다. 피해자는 졸피뎀으로 인하여 일시적 수면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는 상해를 입었다.
검사는 갑과 을을 성폭력처벌법위반(특수강간치상)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 모두 특수강간치상죄의 기수범을 인정하였다. 피고인 갑이 상고하였다. 쟁점은 결과적 가중범에서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인정할지 여부이다.
(2) 대법원 판결요지(상고기각)
다수의견 : 성폭력처벌법 제15조 미수범 처벌규정은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특수강간치상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특수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미수에 그친 경우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특수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
대법관 서경환, 대법관 권영준의 반대의견 : 성폭력처벌법 제15조는 제8조를 그 적용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므로, 제8조 제1항의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는 성립할 수 있다.
(3) 평석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범 성립을 부정한 종래 입장을 재확인한 판례이다. 성폭법 제15조의 미수범 처벌대상 범죄인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 제4조(특수강간 등) ... 또는 제15조(... 제4조 ...의 미수범으로 한정)의 죄를 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결과적 가중범의 경우 중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에는 결과적 가중범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는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치고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만 문제된다. 이 경우 중한 결과가 발생한 이상 결과적 가중범은 '기수'가 된다는 견해(기수설), 종래에 없던 미수범처벌규정이 있는 이상 기본범죄가 기수에 이른 경우에 비해 결과불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감경된 책임귀속인 전체 범죄의 '미수'가 타당하다는 견해(미수설)의 대립이 있다. 종래 판례·다수설은 기수설의 입장이다.
그러나 미수설을 취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기본범죄가 기수인지 미수인지는 불법성에서 큰 차이가 있고,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불법의 질과 양의 차이에 따른 책임세분화가 책임귀속의 관점에 부합한다고 본다. 즉, 행위관련적 결과적 가중범의 경우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전체의 미수를 인정하는 것이 헌법상 책임원칙에 부합한다고 본다.
이 사건처럼 기본범죄는 미수이고 상해의 결과 또한 '비교적 가벼운' 경우인데도 기수설에 따른다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대단히 무거운 중형으로 처벌하게 되는데, 과연 책임에 상응한 형벌인지 의문이 있다. 1995년 형법개정으로 미수범 처벌규정이 신설된 준강도의 경우에도 그 기수 여부는 절도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판례(대판 2004. 11. 18. 2004도5074)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4. 부진정부작위범에서의 동가치성
대법원 2025. 9. 4. 선고 2024도7386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전임 회장인데, A가 후임 회장으로 당선되어 2021. 4. 1.경 임기가 시작되었음에도 입주자대표회의의 은행거래용 인감도장을 자신이 보관하고 있음을 이용하여 A에게 그 인감도장의 인도를 거부하고, 사업자등록증 원본의 반환요구를 거부하였다. 한편, A는 같은 달 12일경 갑에게 그 반환을 요구한 때로부터 약 10일 만에 관할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증을 새로 발급받고 은행에도 대표자변경 신고를 마쳤다.
검사는 갑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벌금 200만 원)을 거쳐 항소심(항소기각)도 유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파기환송)
업무방해죄와 같이 작위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부진정 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부작위를 실행행위로서의 작위와 동일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부작위나 그에 준하는 소극적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정도에 이르러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적극적인 방해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3) 평석
업무방해죄에 대해 부진정부작위범의 행위동가치성(상응성)을 판단한 판례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갑)이 단순히 인감도장 등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반환하지 않은 행위가 위력으로써 입주자대표회의 회장(A)의 업무를 방해하는 적극적인 방해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한다.
진정부작위범과 부진정부작위범의 구별 기준을 실질설(거동범인지 결과범인지 기준)이 아니라 형식설(구성요건 자체의 법문이 부작위 형식인지 작위범의 형태인지 기준)에 따르는 것이 다수설·판례이다. 형식설에 따르면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는 업무방해죄도 부진정부작위범이 성립할 수 있다. 그리하여 형식설의 입장에서 부진정부작위범에서의 결과라 함은 결과범의 결과가 아니라 '객관적 구성요건의 실현'이라는 결과를 의미하게 된다.
판례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을 넓게 해석하고("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 대판 2009. 9. 10. 2009도5732),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고 있다("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충분하나, 결과발생의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판 2005. 10. 27. 2005도5432; 2007. 9. 20. 2006도9157). 단순한 인도거절이나 반환하지 않은 소극적인 행위에 불과할 뿐, 인감 등을 사용하여 회장 행세를 하는 등 적극적인 방해(즉, 작위) 행위는 없었다는 사정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것은, 특히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범위 확장위험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유사사례로는 건축자재 방치 사건(무죄. 대판 2017. 12. 22. 2017도13211)도 있다.
한편, 이 사건의 경우는 "(A가) 비교적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사업자등록증을 새로 발급받는 등 변경절차를 모두 마쳤다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업무방해의 위험이 없는 경우'라고 볼 수도 있다. 대상판결은 종래 위 2005도5432 판결 등('업무방해의 위험이 없는 경우')과 달리, 보다 강화된 표현("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추상적 위험범이지만 미수범 처벌규정이 있는 '일반 교통방해죄'의 '기수범'의 성립과 같은 수준의 요구이다("일반교통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발생하면 바로 기수가 성립한다": 대판 2018. 5. 11. 2017도9146). 업무방해죄의 가벌성을 더욱 제한하기 위한 의도적 판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5. 야간주거침입절도죄(결합범)에서 실행의 착수시기와 고의의 존재시점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2도5573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2021. 5. 16. 23:47경 A가 운영하는 ○○주점의 비상출입문을 통해 주점 내부로 침입하여 매장 카운터 금고 안에 들어 있던 A 소유인 현금 190만 원을 가져가 절취하였다.
검사는 갑을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징역 4월)을 거쳐 항소심(징역 3월)도 유죄를 인정하였다. 항소심에서 갑은, 당초 침입 당시에는 절취 의사가 없었고 금고를 본 후 비로소 절취 의사가 생겼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와 단순절도죄가 성립할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결합범인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경우 야간에 주거침입죄와 절도죄가 모두 기수에 이르렀다면 (절도의 의사가 주거침입 당시부터 있었는지, 아니면 침입 이후 비로소 생겼는지를 불문하고)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상고기각)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야간에 이루어지는 주거침입행위의 위험성에 주목하여 그러한 행위를 수반한 절도를 가중처벌하는 것으로서, 주거침입 단계에서 이미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주거침입죄와 절도죄의 결합범으로서 그 실행의 착수시점인 주거침입이 이루어질 때 절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야간에 주거침입행위가 있은 후 비로소 절도의 고의가 생겼다면 주거침입죄와 절도죄의 경합범이 될 수 있을지언정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3) 평석
결합범인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실행의 착수시기와 고의의 존재시점에 대한 판례이다.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야간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받는 주거침입죄와 절도죄의 결합범으로, 절도죄의 가중유형이다. 실행의 착수시기가 '주거침입시'라는 것이 통설·판례이다. 고의는 실행의 착수시점에 존재해야 하므로, 이 경우 절도의 고의 역시 '주거침입시'에 존재해야 한다(통설).
그런데 여기서의 실행의 착수시기에 대해, 필자는 평소 의문 하나를 가지고 있다.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결합범으로서 절도죄의 가중유형이라면, 실행의 착수시기를 주거침입시가 아닌 '절취행위 개시시'(정확하게는 '재물에 대한 타인의 사실상의 지배를 침해하는 데에 밀접한 행위를 개시한 때': 대판 1992. 9. 8. 92도1650 등)라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2개 이상의 구성요건적 행위가 결합하여 1개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결합범의 경우 실행의 착수시기는 제1행위시설과 제2행위시설이 있다. 마찬가지로 판례도 제1행위시설을 취한 것(예: 강도죄에서 폭행·협박시라는 대판 1984. 10. 10. 84도1880, 강간죄에서 폭행·협박시라는 대판 1990. 5. 25. 90도607)이 있고, 제2행위시설을 취한 것(예: 강도강간죄에서 강간행위시라는 대판 1986. 1. 28. 85도2416, 강도살인죄에서 살인행위시라는 대판 2011. 12. 22. 2011도12927 등)도 있다.
그런데 야간주거침입절도죄에서 '야간에'란 구성요건행위를 제한하는 행위상황일 뿐, 핵심적 구성요건표지는 주거침입과 절도인데, 그 결합유형인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형법상 주거침입의 죄(제36장)가 아닌 '절도와 강도의 죄'(제38장)에서 절도죄의 가중유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그 기본유형인 단순절도죄의 법정형(6년 이하의 징역 등)이 주거침입죄의 법정형(3년 이하의 징역 등)보다 무거운 것이 아닌가? 형법에는 야간절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도 없지만 야간주거침입을 가중처벌하는 규정도 없는 것이 아닌가?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절도죄에 대한 관계에서 특별법이라면, 실행의 착수시기 또한 일반법인 단순절도죄의 그것과 같게 이해하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판례는 특수강도 중 야간주거침입강도죄의 실행의 착수시기와 관련하여 제1행위시설(주거침입시설)을 취한 것도 있고(대판 1992. 7. 28. 92도917), 제2행위시설(폭행·협박시설)을 취한 것도 있는데(대판 1991. 11. 22. 91도2296), 야간주거침입강도죄가 강도죄의 가중유형인 이상 제2행위시설이 당연히 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야간주거침입강도죄에 관한 제2행위시설의 논거 중에는, 주거침입 시점에서는 야간주거침입'절도'인지 야간주거침입'강도'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제1행위설에 의하면 어느 범죄가 성립하는지의 문제가 오로지 행위자의 내심의 태도만으로 결정되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것이 있는데, 이는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경우에도 같은 문제가 아닌가?
이에 관한 대법원의 견해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결합범으로서 절도죄의 가중유형인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실행의 착수시기를 이와 같이 제2행위시('절취행위 개시시')로 이해한다면, 이 판례 사안의 경우 '주거침입 단계에서 절도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절도 단계에서 절취 의사가 있었던 이상'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기수가 성립하게 된다. 항소심의 판시에는 비록 그 표현상 모호한 점이 있으나, 선해하면 이러한 이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싶다.
6. 불가벌적 사후행위의 요건: 선행행위의 정범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3도5329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건물관리용역회사(주식회사 A) 직원 갑은 2018. 3. 20.경 피해자 건물관리위원회가 계약 해지 및 자금반환을 요구하자, 그해 4. 12.경 실질적 운영자인 을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 소유인 장기수선충당금 약 1억8,000만 원을 A회사 명의 계좌에서 수표 1장으로 인출하였다(선행행위).
갑은 그 후 을이 9. 24.경 사망하고 A회사가 채무독촉에 시달리게 되자, 그해 11.경 체납세금 8,400만 원 및 대출금채무 1억 원의 변제를 위해 이를 임의로 소비하였다(후행행위).
검사는 갑의 후행행위를 업무상횡령죄로 기소하였다. 제1심(유죄)을 거쳐, 항소심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라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파기환송)
일단 횡령을 한 이후에 다시 그 재물을 처분하는 것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 이러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는 선행행위의 본범 또는 이에 공동정범 등으로 가담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3) 평석
불가벌적 사후행위의 성립요건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예이다. 법조경합의 일종인 불가벌적 사후행위는 후행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가 선행행위에 적용된 구성요건의 평가 속에 이미 포함되어 있으므로 후행행위가 별도의 범죄로 처벌되지 않는다(흡수관계). 불가벌적 사후행위의 법리는 '선행범죄의 정범'에게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선행범죄의 정범이 아니라면 선행행위와 후행행위 사이의 불가벌적 사후행위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판례이다(불가벌적 사후행위의 상대성).
같은 맥락의 기존 판례도 참고할만 하다. 즉, "장물죄는 '자기의 범죄'에 의해 영득한 물건에 대하여는 성립하지 아니하나(불가벌적 사후행위), 여기서 '자기의 범죄'라 함은 정범자(공동정범과 합동범을 포함)에 한정된다. 당해 범죄의 정범자(공동정범과 합동범)로 되지 아니한 이상 이를 자기의 범죄라고 할 수 없고, 그 장물의 취득을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할 수 없다"(대판 1986. 9. 9. 86도1273). 협의의 공범인 교사·방조범의 경우 정범의 범행을 공범 자신의 독자적 범죄로 볼 수 없으므로, 정범의 선행범죄와 이후 그 공범(교사·방조범)의 사후행위는 한 사람의 범죄가 아니다.
이주원 교수(고려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