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된다더만 인자는 추경호 찍는다카대"…'공소취소'가 불러온 보수 결집 [르포]
"국민의힘 싫지만, 추경호 나온대서 찍을 것"
지지율 앞서는 김부겸, 공소취소 특검 악재
"여당 밀어줘야 대구에 돈 들어와"... 기대 여전

"대구는 보수 본고장이니까 보수를 응원해야 하지 않겠나. 민주당이 자꾸 설치면서 즈그 맘대로 하니까. 대구만큼은 절대 내주면 안 된다."
대구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곽순이(73)씨는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만큼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이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앞서고는 있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보수 결집으로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면서다. 곽씨는 "젊은 사람들은 민주당 지지를 많이 하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한탄하며 "대구는 아무래도 보수 쪽 지지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보수 결집 불 지핀 '조작기소 특검법'
5일 '보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선 보수 결집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난달 26일 추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되면서 한때 10%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김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여러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 많았다.
추 후보를 뽑겠다는 시민들은 국민의힘이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문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김이수(58)씨는 "추경호가 나온다 칼 때 이 사람 찍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워낙 탄탄하고 옛날부터 강직한 분"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만난 우종철(81)씨도 "부총리도 한 만큼 경제 쪽으로 능력 있으니까 대구에서 경제 발전을 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론조사에서 가려져 있는 '샤이 보수' 표심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강배(72)씨는 "현 정부는 민주노총과 같은 노조 단체만 너무 지원해준다"며 "기업들이 살아나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달서구에 사는 박재민(25)씨는 "정부가 지원금 뿌리는 것이 포퓰리즘 정책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탐탁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당이 추진한 '조작기소 특별검사법'이 보수 지지층 결집의 불씨가 되고 있었다. 택시기사 최춘근(68)씨는 "공소취소 이러면서 국민의힘 쪽으로 많이 쏠맀다"며 "택시기사들끼리도 김부겸이 돼야 안 되겠나 싶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공소취소 때문에 다들 추경호 찍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문시장에서 그릇을 판매하는 김갑수(61)씨는 "이재명이는 자기가 권력 잡으니까 조사를 못 하게 한다"며 "자기 죄도 다 없애블라카고 그러고 있으니까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장동혁에 대한 불만에 보수 이탈 여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불만은 추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달성군에서 장어집을 운영하는 표명찬(80)씨는 "우리끼리는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 장동혁 같은 사람이 어딨냐고 칸다"며 "당대표 하다 안 되면 빨리 내려놓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많이 실망했다"고 혀를 찼다. 달성군에서 세탁소를 하는 김남숙(61)씨도 "너무 자기 위주로 한다"며 "한 사람이 전체를 지 맘대로 끌고 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가 3일 대구를 찾아 "공천 과정에서 대구 시민들께 마음의 상처를 드리고 걱정을 끼친 데 대해 당대표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이라고 찍어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택시기사 김대식(76)씨는 "몇 년 전만 해도 국민의힘 말뚝만 박으면 찍어준다고 했는데 60, 70대도 그런 생각을 많이 깨고 이제는 그 사람 능력을 본다"고 말했다. 서부시장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한승희(52)씨는 "국민의힘은 대구에서 일 안 해도 무조건 뽑아준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열심히 안 하는 것 같다“며 "대구도 조금 바뀌어야 긴장하면서 일한다"고 했다.

"정부 밀어줘야 대구도 살지..." 변화 얘기하는 시민들도
대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김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컸다.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전모(56)씨는 "대구가 발전하려면 대통령과 같은 당을 밀어줘서 발전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대구에 돈을 갖고 온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매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태연(42)씨는 "국민의힘을 몇십 년 동안 지지해줘도 대구가 경제 꼴찌지 않냐"며 "정권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잇단 낙선에도 대구를 떠나지 않고 지켜왔다는 점도 유권자들이 곁을 내주는 중요한 이유였다. 대구 수성갑 의원으로 일한 경험이 대구시정을 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중구에서 간호사를 하는 최모(41)씨는 "김부겸이 민주당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됐을 거라고들 한다"며 "대구에서 정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 걸 어르신들도 알기에 이번 선거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가 대구가 직면한 최대 현안인 청년층 이탈 문제를 해소해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문시장에서 약재를 판매하는 김성근(59)씨는 "우리 집 애 두 명도 모두 일자리가 없어서 경기도로 떠났다. 대기업이 없으니까 하청업체도 없다"라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서문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임재욱(42)씨도 "경북대나 영남대를 졸업한 청년들도 청주나 일자리가 있는 다른 도시로 간다"며 "대구는 돈 있는 사람이 살기 편하다는 말이 있다"고 대구가 처한 현실을 전했다.

이진숙 공천에 엇갈린 표심... "강한 여전사" vs "대구를 뭘 안다고"
한편 국민의힘이 대구 달성 보궐선거 후보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단수공천한 데 대한 여론은 엇갈렸다. 임재욱(42)씨는 "강한 여전사 이미지가 있어서 국회 가서도 잘할 것 같다"며 "국민의힘에서도 힘 있는 자리에 가서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반면, 서부시장에서 김밥가게를 운영하는 한승희(52)씨는 "이진숙 걔가 뭘 안다고 설치냐"며 "달성에 사는데 이사 칼라 켔다"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대구=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대구= 정내리 인턴 기자 naeri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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